오늘자로 웹상에 이야기가 돌길래 좀 찾아봤는데, 재미있는 자료가 나와 있었습니다.
EMU-250 도입이 영 지지부진 한 과정에서 EMU-300이라는 차량을, 단 1편성 8량을 사겠다는 공고가 나온 점입니다. EMU-250과 완전히 별개의 차량이 이렇게 갑자기 등장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면이 많습니다. 뭐 서브컬쳐에 잘 나오는 초호기 내지는 선행양산형이라고 하면 딱 비슷할거 같은 그런 케이스랄까.
일단 공개된 자료 내에서 파악된 바로는 좌석 숫자는 총 505석, 설계최고속도 330km/h에 영업최고속도 300km/h, 농형유도전동기로 1개 모터당 정격용량 380kW급을 쓰는 HEMU-430x의 사양을 이어받았습니다. 6M2T의 8량 조성으로 EMU-250의 4M2T, 모터당 310kW 정격보다 강력한 그야말로 고성능의 동력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MT비도 높고 모터 출력까지 높다는 점에서 비교하자면 V6 자연흡기와 V8 터보차지 수준의 차이는 된달까. 축중은 최대 15톤으로 당초 목표치인 13톤보다는 좀 높아보이지만, 어차피 중전기기류가 잔뜩 들어가고 객실설비나 거주성 확보를 위해서는 어느정도는 타협될 수 밖에 없고, 사실 전장품의 적재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다 보니 저렇게 적었다고 판단이 됩니다.
차량의 규격이나 내설비면에서는 큰 차별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EMU-250이 고상홈 전용차로 기획된데 비해서 EMU-300은 저상홈 전용차로 계획이 되는 걸로 보입니다. 보조발판 등의 설비 관련 언급이 없는 걸로 미루어서는 산천보다는 ITX새마을과 비슷한 디자인의 승강구를 가지거나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고상홈으로의 전환가능성이 언급되는 만큼 이 부분은 개조를 배려해서 승강문이 좀 더 높은 위치에 설치되거나 더 큰 개구부를 가지는 형태로 바뀔 여지는 있을 듯 합니다. 신형 산천과 비슷하게 차내에 별도의 카페차 같은게 설치되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최근 추세 자체가 역에서 팔고 차내에서는 따로 팔지 않는 분위기로 가는지라 그런거 같기는 합니다.
기술적인 규격면에서 재미있는건 EMU-250이 일본의 E7/W7계나 N700계와 비슷한 성능(이라지만 10kW정도 큰)의 전동기를 쓰는 점과, EMU-300은 아예 한둘레는 더 큰 380kw급의 전동기를 쓴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가속도는 100km/h까지 2.0km/h/s를 유지해서 기어비 등을 가지고 그야말로 가속도 올인 세팅을 한 N700계보단 좀 둔중하지만 상당하 고가속도 운전이 가능한 차로 만들어지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MT비율의 차이가 비슷한 E6계가 5M2T로 320km/h 최고속도에 가속도는 1.7km/h/s로 동작하는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한 체급 높은 동력성능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랄까. 물론 500kW급의 전동기를 단 독일의 BR407에 비하면 한급 아래기는 합니다마는, 거긴 일단 논외에 가까운 물건이니.
사실 이 차량의 핵심은 기계적인 성능 자체보다도 공급단가 부분입니다. 가격 예상가격이 의외로 낮게 잡힌 듯 싶지만, 예산상한을 329억으로 잡았다는 점에서는 사실상 산천 1편성과 동일 이하 가격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실제 이 가격에 될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만약 저 가격에 공급이 가능하다면 의외로 굉장히 경쟁력을 가진 차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량공급계약금액만 가지고 말하는건 한계가 있기는 합니다만서도.
실은 좀 자진납세할 부분이 하나 있는데, 이전에 지적했던 편성단가를 감안하면 EMU-250의 추정예산금액은 의외로 싼 편입니다. 편성당 260억을 좀 상회하는 수준으로 산천 1편성당 단가에 비해 상당히 싼데, 물론 산천에 비해 좌석공급량이 적고 동력성능이 떨어지는 점, 고가 고성능 신호장비인 TVM430을 위시하여 고속철 규격과 고속화간선 규격간의 단가차이, 그리고 정비라인 신설과 운용상의 제약 등을 종합 검토하면 이게 무작정 싸다고 하긴 어렵기는 합니다만, 생각보다는 그리 높은 가격은 아닙니다. 여하간 이점에서 EMU-300의 예가를 저렇게 설정한건 좀 도발적이라면 도발적이고, 의외로 공격적인 가격설정이라면 가격설정이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가장 궁극적으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사실 좌석공급능력입니다. 8량 1편성은 산천 10량 1편성에 상당하는 편성길이에 해당하고(산천 쪽이 조금 길긴 하지만), 따라서 운용단위로서 등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좌석공급량을 극한까지 올린 신형 산천조차 410석 정원인데 비해서, 같은 설계치로 제작된 이 EMU-300은 505석을 공급해서 거의 100석 이상의 여력을 가집니다. 단순 산술치로만 20%의 좌석증강이 가능하단 이야기가 됩니다. 만약 16량 중련편성시엔 1010석, 16량 고정편성으로는 1030~1050석, 동력성능을 일부 손해보더라도 12M4T에 2층부수차를 4량 끼워넣으면 1100석 이상을 공급할 가능성이 있고, 이정도면 좌석을 일정이상 채울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는 동력성능면에서 좀 모자라지만 승차효율은 935석으로 높은 KTX-1의 효율성조차 압도하게 됩니다.
사실 산천 레이아웃에 듀플렉스 객차를 끼워넣는게 실은 EMU-300보다 좌석공급량은 더 압도적이기는 합니다. DASYE 사양의 TGV듀플렉스면 좌석공급량이 10량 편성에 1량전체 카페차를 끼우고도 509석, 만약 OUIGO 같은데 쓰듯이 좌석만으로 구성하면 566석이 가능하고, ONCF 사양으로 만들어진 듀플렉스 편성, 아마도 2층 중 1층만 카페 구성일 걸로 추정되는 이 차량은 533석을 공급합니다. 여기에 기관차 부분과의 사이에 별도로 소화물 적재공간을 2개소 설치하기 까지 하는지라 그야말로 압도적이기는 합니다. 2층이라는 페널티가 있긴 해도 경제성 면에서는 압도적이랄까. 하지만, 이걸 하지 못하는지라 사실상 최선의 대안이 저게 된 감은 있습니다.
다만 이번 도입은 1편성이기 때문에 이런 경제성을 살릴 가능성은 적고, 외려 비용 증가요인이 크기 때문에 당장에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닐겁니다. 대신 이번 구매는 전략적인 복안을 가지고 움직이는게 아닌가 싶은데, 아무래도 EMU타입 고속차량의 도입경험이 전무한 점, 그리고 기술적 리스크가 있는 점 떄문에 일단은 1편성만을 구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려보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덤으로 현대로템 입장에서는 영업일선에 실차가 투입되는 실적을 확보하는게 해외입찰에서 특히 중요한 상황이니 이걸 좀 정책적으로 배려해주는 면도 있음직 합니다. 2021년 말 까지의 납기라서 사실 좀 타이밍이 늦어진 감은 없잖아 있기는 합니다마는 일단 안하고 있는 것 보다는 한 걸음이라도 먼저 움직이려는 의향이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철도공사가 부담한다는 점으로, 철도공사가 해당 차종을 독점 사용한다거나 하는 여건일리가 없으니 초기비용은 철도공사가 독박쓰는 그림이 나올 가망이 있습니다. 후발주자들은 철도공사가 메꿔넣은 해자를 손쉽게 넘어서는 모양새가 됩니다. 이점에서 사실 대승적인 의사결정을 강요당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은 들기는 합니다. 뭐랄까, 1편성만 떨렁 사는 것도 뭔가 정부내의 절차를 좀 회피해가려는 그런 국면이 있는거 같단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걸 할 수 있는 조직은 철도공사 뿐이고, 또한 철도공사의 향후 10년, 20년을 생각하면 언젠가는 부담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니 참 복잡한 기분으로 이번 건을 보게 된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