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어찌되었든 수도권전철과 완전히 독립된 광역철도가 처음 생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이번 동해남부선 사업으로 인해 광역철도 시스템이 대도시 단위에서 적용가능한 사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며, 또 이게 성공적이라면 현재 추진되는 여러 대도시 광역선 사업의 사업성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을거라고 봅니다. 또 이게 실패한다면 도로를 이길 수 있는 철도는 오로지 막대한 투자를 부담해야 하는 고속철도 외엔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게 될거고.
문제는 납입이 4월부터 시작해서 8월까지라는 점인데, 시운전 기간이나 신규노선 설치에 따른 인력 확보와 교육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는 2016년 10월 이후가 철도공사가 직영할 경우의 한계선, 만약 당초 정부계획대로 별도의 회사가 차량만 빌려서 한다면 차량기지의 완공시점 이후 내지는 사업준비가 완전히 끝난 2017년 이후의 일이 될거라는 점입니다. 이는 2015년이면 1단계 개통을 한다던 계획과는 매우 크게 어그러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차량도 차량이지만 시설쪽도 좀 뭔가 석연찮은게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당장에 4량편성은 유용해 올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광명셔틀 운행을 전면폐지해야 가능한 이야기다 보니 의미가 없다시피 합니다. 차량발주가 1년 정도만 빨랐다면 이 문제를 풀 수 있고, 적시 개통이 안되더라도 수도권에서 일단 수요가 저미한 수인선 같은데 알바를 뛰다가 갑종으로 내려온다거나 하는 수도 있었을겁니다. 지선 운영 위탁 따위의 아무 생각없이 집어던진 정책 하나 덕에 차량구매가 꼬이고, 이게 결국 개통일정을 말아쳐먹어주시는 결론이 났는데 이걸 책임지는 정책결정자는 누가 있었는지 매우 궁금할 따름입니다.
이번 차량확보에 대해서 불만사항이 몇가지 있는데, 일단 사골국 수준의 110km/h, 이른바 마티즈형 운전실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대량생산으로 단가를 낮추는 것만 생각하는 모양새인데, 130km/h급의 차량을 채용해서 차량회전을 올리는 시도가 없는 점이 가장 큰 아쉬운 점입니다. 또한, 차량에 중련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지 않는 것도 아쉬운데, 관통문을 전면에 설치하지 않더라도 4량편성+4량편성 구성으로 차량을 운행시키면 출퇴근시간에 9호선이 집중적으로 까이는 혼잡문제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또 평시에는 이걸 쪼개서 배차간격을 조밀화 할 수 있고, 주간에 정비 등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도 생기게 됩니다. 그럼에도 안하는 건 여러가지로 아쉽달까 그렇습니다.
또, 전동차 같은 경우 차량규격을 이정도로 묶어두는 상황에서 매년 발주량이 요동치는 구조로 가고 있는데, 공공부문의 장점인 안정성과는 좀 거리가 먼 행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발주량을 모두 픽스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5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어느정도 고정가능한 물량은 아예 고정발주 식으로 잡아주는 식의 제도같은 걸 좀 도입해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른바 해외에서 쓰는 차량 발주 프레임워크 계약인데, 산업체 입장에서도 포어캐스팅이 가능해지고 철도공사같은 대규모 운영사라면 신규노선 개발이나 기존노선의 혼잡개선 내지는 고도화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어느정도 여유 스톡이 있다면 임대사업 같은걸 해볼 여지라도 생겨서 중소 민간운영사를 육성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을겁니다. 물론 편성에 따라서 차량구성이 달라지니 쉬운 계약은 아니지만, 4량짜리 4~6편성 정도를 매년 발주형식으로 정해두고, 향후 장대편성 소요가 생기거나 하면 추가발주로 M차와 T차를 더 사 끼워넣기 식으로 하면 어떨까 합니다. 이런 발주는 아예 130km/h급 정도로 하이스펙 차를 잡아두면 향후의 모델체인지 부담도 덜 수 있고, 용도를 넓힐 여지도 있기도 할테고.
실제 동해남부선은 뚜껑을 열어봐야 겠지만, 이게 어느정도 성공적이라면 부전~부산진간 동해남부선 단선의 전철화 및 개량을 통해 부산역 진입을 하거나, 경부선 및 경전선의 기존선 개량사업을 해서 향후 부전-마산 복선전철 신선 개통 이전까지 전철 서비스를 공급하는 걸 조기에 시도해 볼 수 있을겁니다. 이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업모델이 바뀔 수 있을거고. 뭐 꿈같은 이야기기는 합니다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