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소리" 기사
갑자기 뉴스 등을 통해 250억 달러(약 26조 원) 상당의 투자를 러시아가 북한 철도에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뭔가 관심을 강하게 끌고 있는 듯 합니다. 일각에서는 광궤로 다 밀리는거 아니냐, 한국의 입지가 없어지는게 아니냐고 말이 나오는 듯 하고, 실제 우려가 없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라선 콘트란스 같은데 들어가는 등 한국이 좀 미적미적 진행하는 와중에 이런 큼지막한 건수가 터지는 건 여러모로 우리나라에 재미없는 이야기같아 보일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사실 광궤로 다 밀리는 거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일단은 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26조 원 정도로는 북한의 철도망 다수를 개량하는데 충분한 재원이기 어려운데다, 교량이나 터널, 역 뿐만이 아니라 화물취급을 위한 각종 지선, 그리고 기관차와 객차, 화차에 이르기까지 대규모의 개량사업을 해야 하는 광궤 개축은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또 절반 정도의 철도망만을 광궤로 전환한다면 철도시스템 자체가 제대로 동작하기 어려워져서 안하느니만 못한 투자가 되기 쉽습니다. 딱 100년전에 일본에서 광궤개축계획을 혼슈의 주요 철도노선을 개축하는데 나온 견적이 약 8.8억엔이었는데, 이건 러일전쟁 당시의 일본 전비의 절반에 가까운 돈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의 투자가 아니고 당장의 운영부터 꼬이는 문제를 가졌기 때문에 실행되지 않았던 예가 있습니다.
실제 기사에서 언급되는 개량대상 노선은 평양을 우회하는 동부간선과 남부간선으로, 동부간선은 평라선 등 동해안 연안 노선을 의미한다고 보이며, 남부간선은 아마도 국내에서도 언급이 있었던 청년이천선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입니다. 이정도 노선에 한해 광궤 개축을 한다면 어느정도 그럴싸한 금액이기는 하지만, 평라선 등에 연결되는 지선망의 규모를 생각하면 광궤 개축은 사실상의 북한철도를 이등분하는 대안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개량가능성은 가능성이 극히 적다고 할겁니다.
다만, 이게 실제 가능한 사업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이 듭니다. 우선, 사업의 시행주체로 언급되는 과학제조합동법인(NPO ;Научно-производственное объединение) "모스토빅"이라는 회사에 대해서 소치 올림픽 건설사업 이후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등의 현지 보도가 눈에 띄기 때문에(번역기를 거치기 때문에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실질적으로 사업추진력이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이 듭니다. 또한, 투자회수의 방식도 운영권 같은게 아닌 광물 등의 현물상환으로 상당히 리스크가 넘치는 방식이라는 점도 문제가 됩니다. 북한이 온갖 금융제재를 받고 있다거나 한 점 때문에 이런 방식외엔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250억 달러를 이 방법으로 회수할만큼의 자원가치가 있는가조차 불투명한 점을 생각하면 의문이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철도를 건설해 자원수송을 한다면 모르지만 언급되는 두 노선은 평양을 제외하고 남북 종단형의 선형을 계획하는 등, 말 그대로 남한의 투자의향을 노리는 노선에 가깝다는 점에서, 중국의 법인이 하겠다고 나섰던 경의고속철도랑 비슷하게 남한측 자금의 유입을 노리거나 사업권 거래를 지향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 어디까지나 의심의 영역이기는 합니다만. 어쩌면 북한이 남한을 충동질시키기 위한 낚시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봅니다. 심층정보를 다룰 수 있는 정보당국이 아닌 이상에야 이런 판단을 정확히 내리긴 어렵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