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430km/h 최고속도는 어디까지나 설계최고속도에 가까운 개념으로, 실제 영업운전 속도는 380km/h정도, 현실적으로 경부고속철도 1단계 구간의 설계속도 등을 감안할 경우 350km/h 정도가 실질적인 상한선이라고 봐도 그리 틀리진 않습니다. 이 조차도 결국 도중의 감속구간 등을 종합 감안했을때 실질적인 표정속도 상한선은 219km/h에 그치는 것도 사실관계는 맞을겁니다.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최고속도를 높히는 것은 사실 의미가 부족한것도 맞고, 실제 대대적인 개량사업 없이는 영업운전 속도를 다 써먹기도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해외의 고속철도 개발도 영업운전속도는 360km/h을 목표로 개발했지만, 인프라의 한계 등으로 인해 한때 350km/h운전을 실시했던 중국을 제외하면 프랑스의 320km/h 수준에 머무르는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게 의미가 없는가에 대해서는 좀 의견이 다른데, 일단 기성 인프라가 없이 새로 고규격 인프라를 까는 다른 나라에 기술이나 차량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그정도의 고성능이 필요하기도 하고, 또 현행 인프라에서 저정도의 고속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 여유 출력을 활용해서 정시성을 높히거나, 구배구간 등에서의 균형속도를 올림으로서 실제 속도향상 효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하다못해 서스펜션이나 차량 차음성능 면에서 이득을 더 볼 여지가 있어서 승차감의 개선효과라도 얻을 수 있기도 합니다. 실제, 독일의 고속철도는 설계속도가 ICE-1에서 280km/h에 이르지만 영업속도는 고속선 하에서도 250km/h로만 굴리는데, 다만 지연회복 등을 위해 허가 하에 초과 30km/h분을 사용하거나 하는 식으로 정시성을 위한 마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표정속도가 219km/h라서 개발해도 별반 무소용이라고 하는 건 좀 더 맛이 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중국처럼 한번에 1천km이상을 무정차로 달리는 수준이 아니면 표정속도는 당연히 최고속도에 비해 절반 정도, 좀 운행여건이 좋아야 2/3정도를 따라가는게 보통입니다.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고 도시의 분포 또한 비교적 조밀한 편이다 보니 당연히 표정속도 향상에는 그리 좋은 조건이 아니기도 하고, 이미 고속철도 건설정책의 누적된 실패로 인해서 도중역의 남발, 도중분기합류 빈발 등의 약점들이 잔뜩 존재하고 있기까지 합니다. 오히려, 이런 악조건에서도 표정속도의 향상을 꾀할 여지가 있는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 봐야 할지도 모를 판이랄까.
해무 개발에 있어서 봐야할 포인트는 사실 최고속도보다는 가감속 성능과 동력분산식 도입에 따른 좌석공급량 개선이라고 봐야 할겁니다. 도카이도신칸센 처럼 등가속구간이 미칠듯이 넓고 기동가속도가 2.6km/h/s라는 전동차 수준의 무지막지한 차량까진 안되지만, 동력분산식 도입으로 좀 더 조밀한 다이어 하에서 고가감속 성능을 써서 열차투입량을 늘릴 수 있는 점이 향후의 과밀경향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며, 여기에 더해 기관차 공간분 만큼 객차공간을 늘림으로써 좌석공급량을 동일 길이의 기존 편성보다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개발의 실질적인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객차공간은 2층차 쪽이 더 유리하기는 하지만, 2층차라는 구조적 한계도 있는지라.
사실, 더 문제는 운영측에서 새로운 차량 구입을 할 여력도 부족하고, 유인도 없다는 쪽일겁니다. 차량기지에 수천억의 추가 투자가 소요되고, 차종이 증가하면서 그에 따른 운영 부담이 늘어나기까지 하는데 정작 이런걸 지원해 주는 정책적 배려도 없고 한 상황입니다. 유일한 유인은 배차 유연성 증가와 1편성당 좌석공급량 증가 정도인데, 이정도만 보고 차량시스템을 크게 흔들겠다는 결정을 하기엔 이젠 경쟁까지 들어가서 리스크 부담을 혼자하기 지극히 부담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미 해외의 굵직한 차량조달에 들어갈 타이밍도 다 놓친 마당이니 고속차량의 세대교체 등을 포함해서 좀 더 멀리 보고 개발과 양산을 계획하는 준비를 좀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