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철도부문의 민영화나 경쟁도입이 정말로 유의미한 성과를 냈는가에 대해서는 20년의 검증을 거쳤지만 일관된 결론이 나오지는 않은 편입니다. 철도 자체가 워낙 많은 요소들의 혼합체기도 하고, 또한 국가에서 이만한 거대경제단위가 그리 흔한 것도 아닌데다, 기본적으로 교통이 상업적 베이스와 공공적 베이스가 혼재되어 있다는 특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말하는 네트워크 산업(수도, 전기, 가스, 철도, 교통, 통신 등)은 고유의 특성때문에 소유가 민영이 되어 있더라도 운영의 경쟁체제 도입은 인위적으로 제도를 짜고 규제를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 괴물같은 인공물인 예가 많은데, 철도는 그 네트워크 산업에서도 정수에 가까운 존재랄까 그런 감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풍토에서는 도시철도나 철도는 무임운송제도와 운임인가제, 일률운임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수익구조의 행정개입이 있고, 고용과 계약이라는 사무의 양 축도 여러가지 이유에서 행정의 통제가 많이 들어가 있어 민간처럼 융통성 있는 경영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특히 부대사업이나 다양한 열차종별을 가진 일반철도와 달리 도시철도는 그야말로 아무런 재량이 없다시피 한 그런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간적 창의성으로 뭔가를 일궈낼만한 사업이 될래야 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가 분리운영된 배경은 이른바 야드스틱 규제를 통한 효율화라는 표면적 이유와, 고위직 직위의 증가와 노조의 약체화라는 이면적 이유를 가지고 추진된 것이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작 야드스틱 규제를 통한 경영 효율화가 의미가 없다시피 했고, 오히려 고위직 직위 증가 등 중복사무 증가로 인한 낭비가 발생하고, 노조의 약체화라는 목적 또한 필수공익유지제도 도입과 노동운동의 경제주의 전환으로 의미를 상실하는 추세입니다. 결국, 20년에 걸친 듀얼 시스템은 시대적으로 이미 한물 간 체제가 되었달까 그렇습니다. 오히려 조직 이기주의와 경영통합보다 더 까다로운 노조 통합이 더 골아픈 부분이 될 상황이랄까.
사실, 도시철도의 통합은 해외에서도 종종 감지가 됩니다. 이미 실행이 완료된 홍콩의 KCRC-MTR 통합도 있고, 지지부진한 상황이긴 하지만 일본 도쿄도도 도쿄메트로와 도쿄도 교통국 지하철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기도 합니다. 어차피 상업화를 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민영화로 눈부신 성과가 나오지도 않으니 차라리 통합해서 행정적 효율을 기하는게 낫다는 발상에서 이루어지는 거랄까 그렇습니다.
여하간 일단 첫 발을 내 딛고 있는 상황인지라 좀 더 구체적인 방향성을 기다려 봐야 할겁니다만, 일단 우려되는 부분은 중복부문의 인력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이미 적자재정인 상황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 입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중복부문이 해소됨에 따라 남게되는 인력을 해소해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건데, 이 말은 명예퇴직 같은 조치가 없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고 그렇다고 인위적인 인력감축은 조직에 상당한 후유증을 남긴다는 점에서 딜레마가 될겁니다. 다른 문제는 어떻게든 할 수 있어도 이거야 말로 답없는 이야기랄까. 그리고 적자재정 부분은 결국 운임인상, 그것도 꽤나 가파른 인상을 각오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정치적 부담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달까 그렇습니다. 또한, 운임인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무임수송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을 건데, 이건 정작 법률로 묶어놓은지라 중앙정부와 국회의 책임이 되는 부분이라 서울시 산하기관의 통합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어버린달까.
또, 이번 결정으로 정작 옆구리를 찔리게 된건 철도공사 구조개혁 칼춤을 추는 국토부일겁니다. 사실, 고속철 제2사업자를 만든것도 재정적 혹을 만들고, 향후 중복비용 문제가 생기게 될 판이고, 거기다가 인건비 후려치기를 해서 뭘 하겠다는 발상으로 자꾸 방향이 가고 있어서 정작 민간의 창의성이니 경쟁의 효율이니 하는 이야기도 시궁창에 쳐박힐 판인데... 이 상황에서도 계속 이 논리를 밀기에는 여러모로 애매해진 분위기가 아닌가 합니다. 거기다 생짜배기로 인력과 조직, 자산을 쪼개야 하는 판국이라 새로 뭘 하기보다 몇 배는 어려운 과정이 필요하게 됩니다. 거기다가 철도공사가 아니라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유탄이 튀는 개혁이 된다면, 그야말로 복마전을 열어젖히는 판이 되는건데, 매년 "불만의 겨울"을 보낼 생각이 아니라면 좀 생각을 잘 해야 할겁니다.
P.S.: 요즘 재미있는 소식들이 들리는데, NTV를 말아먹은 이탈리아는 국철의 지분매각을 이야기하고 있고, 반대로 영국에서는 웨일즈 지방정부가 웨일즈 관내 철도 서비스를 공영화 하겠다고 선언을 하는 등 나라와 지역마다 이리저리 방향성이 튀는 분위기입니다. 20년을 싸웠지만 결론이 안나는 판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