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통계연보상 나오는 착발자료를 보니 천안역의 경우 장항선 각 역으로의 이용객은 21% 정도로, 천안 자체가 그만큼 큰 역이기도 하고 경부선 역으로서의 정체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이용 추이를 보이는데 비해서, 장항선 각 역들의 경우 50% 이상이 장항선 관내 각 역으로의 이용객으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물론 적정한 거리, 약 4~8km 정도에 수요가 몰리는게 정상이기는 하지만, 경부선 들의 로컬비중에 비하면 좀 특이하게 높단 느낌이 있달까.
게다가 로컬수송 비율이 50%라고 하는 것도 총 이용량의 20% 가까이를 먹어버리는 무임수송을 감안하면 제법 희석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어서, 사실상 로컬수송 의존도가 제법 나오는 구간이라는게 사실일겁니다. 문제는, 이런 로컬수송 수요와는 의외로 동떨어진 열차투입일 겁니다.
현재 해당 구간의 배차간격이야 30분을 표준으로 하지만 40분 이상 벌어졌다가, 20분 정도로 조금 좁아졌다 하는 굉장히 불규칙한 배차에 가깝습니다. 이건 1호선 상류에서의 배차방식이 그대로 여파가 나오는 거라 그런거고, 또 간간히 장항선 일반열차가 한번 훑고 지나가기 때문에 그렇기는 합니다만, 이용자에게는 그리 편하지 않은 배차라는게 맞을 겁니다. 운행시간이 21분 정도인 해당 구간에서 차 하나 놓치면 20분을 넘게 낭비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배차 기다리다가 등골빠지는 모양새가 될테니.
그렇다고 10량 편성 배차를 늘린다는 것은 낭비가 명확할 수 밖에 없을 뿐더러, 구로 정도에서 회차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닌 이상에는 솔직히 말해서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이 되기 어렵기도 합니다. 서울까지 올라가는 시점에서 차량투입량수가 확 늘어나고, 그렇게 되면 결국 배차를 늘리는데 한계가 드러날 수 밖에 없는 판이니. 차라리 이 상황에서 좀 접근방식을 달리해서, 아예 장항선을 4량편성 차량을 투입하는 구간반복형으로 바꿔버리는 개량을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일단, 21분의 운행시간에서 9분 정도를 회차시간 정도로 배분하면 대충 1시간에 1회 왕복운항을 잡는게 가능할 걸로 일단은 판단이 됩니다. 즉, 천안-신창간에 1편성을 투입하면 1시간 시격이 가능하단 이야기고, 4편성을 넣으면 15분 시격이 확보될 수 있다는 결론이 됩니다. 전동차의 정비를 병점에서 실시한다고 하면 이 편성의 교대투입을 위해 2개 편성 정도가 예비로 공급되는 정도면 충분히 운용 가능한 다이어가 나올 수 있단 이야기가 됩니다. 여기에 아침저녁의 RH에는 천안역의 회차용량 문제도 있으니 10량편성 차량을 아산역이나 온양온천역까지 내려 회차를 잡는 식으로 한다면 RH갭 메꾸기도 어느정도 가능해집니다.
이렇게 해서 여력이 생긴 10량편성 차량은 천안급행이나 병점급행으로 추가 투입을 해 주는 식이 되면 수송력 공급이라는 점에서는 최적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로컬화된 4량편성의 회송은 낮시간대의 배차시간 보완 차원에서 병점시종착으로 굴리거나, 좀 더 과격하게 수원까지 올라온 이후 병점 회송을 잡는 식이라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천안역 회차부담이 문제가 된다면 어차피 현재 건설중인 평택인근의 화물인입선 공사를 활용해도 될겁니다. 평택역 방향에는 구태여 복선 입체교차 설비를 올리고 있는 판인데, 이걸 전철화해서 복선 합류지점에 신호장을 설치하고, 여기를 반복거점으로 쓰면 회차부담을 경감하는 건 일도 아닐겁니다. 물론 이걸로 인해 1회 운행시간이 거의 30분이 더 추가되는 문제가 생기는게 뼈아프기는 합니다만.
여하간, 장항선은 이렇게 로컬화를 하면 10량으로 시간당 4회 정도가 다니던 걸, 4량으로 시간당 8회를 넣으면 시간당 40량의 동력비가 들던걸 32량의 동력비가 드는 걸로 단순산술이지만 가능해집니다. 거기에 따른 차량킬로 감축이나 투입량수 절감 효과도 있고, 인건비 또한 어차피 기관사와 차장이 들어가던 걸 기관사로 단일화함에 따라 소폭 증가 정도로 정리가 가능해 집니다. 또한, 좀 부수적이지만 장거리 무임수송에 환승저항을 걸어버릴 수 있어서 무임수송비율을 절감하고 학생 등의 단거리 수요에 맞는 공급이 가능해질거고, 장거리 이용객을 일반열차로 흡수시키는것도 가능해질겁니다. 덤으로, 경부선의 운전계통이 단순화됨에 따라 운전정리나 정시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타당성 조사에서 연신 물을 먹고 있긴 하지만, 광역철도 시스템을 지방으로 파급시키려는 의향이 점점 강해지는 상황에서, 거기에 앞서서 지방 광역철도의 가능성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이런 개혁을 한번 정도 시범케이스 삼아 해 보는게 좋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시원찮은 장항선이니 한번 정도는 판을 엎어서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듯 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