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간 발표한 입찰제의 내용을 훑어보면서, 20년짜리 사업이라고 발표한 거 치고는 지극히 그 방식이 모호하고 부실한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궁극적으로는 인프라 사용료와 운임수준을 가지고 입찰을 치겠다고 한건데, 이걸 평가하는 시스템이 전혀 공시가 되어 있지 않은 결함 있는 입찰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기본적으로 7년에서 15년 정도의 프랜차이징 입찰을 실시하는 영국의 경우 기술평가나 이런거야 당연히 하는 일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재무모델을 평가하는게 근간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구조로 인해서 오만가지 사고가 다 터지고, 장관이 모가지가 나는 일이 생기고 그랬습니다만서도, 장기의 사업을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재무적인 기여도와 운영가능성을 평가하는 체계가 되어야 할겁니다.
현재의 입찰제는 영국의 프랜차이징과 차별성이 없는데, 운영권을 가져간 다음 소정의 영업료(선로사용료 등)를 정부에 내고는 나머지 운영상의 리스크, 즉 수익이 더 나건 아니건 그냥 운영자가 다 먹어치우는 그런 식의 시스템이 되어 있습니다. 이건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운임제도에서 편법을 동원하거나, 차량의 과소편성화, 정차역 등의 임의삭감 등 오만가지 꼼수를 부려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즉 실제 이용자의 편의와는 동떨어지는 방향으로 종종 흐르는 편이 됩니다. 또한, 이렇게 뜯어먹어대더라도 충분한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거나 급작스런 경제조건 변화로 인한 영업저조로 사업이 망하거나 하는 일도 종종 생겨서,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는데도 불충분한 경향이 생깁니다. 그러다보니, 영국도 최근에는 일부 노선에 독일식으로 운영비를 기준하는 운영위탁(컨세션)을 도입하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 이미 유행지난걸 아무 생각없이 카피해 온게 이번 입찰제도의 본질이랄까.
영국의 실패에서 유일하게 배운건 20년짜리 사업권에 5년단위 연장을 걸어놓은 정도인데, 이게 정작 본질은 안배우고 표면적인 언급, 즉 "사업기간이 짧아 투자를 꺼린다"는 것만 보고, 그 이면은 전혀 생각을 못한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입찰기간을 장기화 할 경우 단기적인 쇼크, 예를 들어 2008년의 리먼쇼크 같은 현상 외에도 중기 경기변동에 따른 수요 변천 같은 것이 모두 리스크로 작용을 하게 되고, 그걸 사업자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영국은 그래서 우리나라 민자사업과 비슷한 수익보장제도를 새로 만들어 붙이는, 그야말로 민영화의 실패를 자인하는 제도개선을 하기도 합니다. 이는 수송안정성과 동시에 리스크에 대한 보상요구를 억제시키려는 배경까지 있는 건데, 이번 입찰에서는 사업기간을 이빠이 늘려서 리스크를 모두 운영자가 지고, 수송안정성 따위도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은 모양새랄까 그렇게 보입니다.
세부적으로 내용을 보면, 게시판에 간단히 메모를 해 두긴 했지만, 운임수준면에서 좀 맞지 않는 임률 체계를 들고온 점에서 좀 에러가 있다고 보이고, 또한 선로사용료를 현재 수준보다 엄청나게 낮게 배분해서 최소한의 수익보전을 해주려는 모양새가 보입니다.
철도공사의 2009년 동해선(동해남부선) 영업수익은 약 650억 정도로, 여기에는 PSO가 반영된 숫자로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반대로 영업비용은 1천억 내외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당해년도는 영업실적이 나쁜 해긴 하지만 광역+여객+화물 합계 1.5조원의 수익을 거두지만, 지출로 2.5조의 지출로 1조의 적자를 내고 있어서 그야말로 사방에서 개처럼 까였지만... 이 숫자에서 좀 주목할 부분은, 당해년도의 일반철도 선로사용료가 약 4천억 정도로 지출 총액의 16%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수익은 고속철도 위주로 증가하고, 비용은 횡보 추이를 지속한 걸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이 비율의 큰 변동은 없다고 가정할 수 있을겁니다.
위의 데이터를 근거해서 일반철도 매출액에 대한 비율로 선로사용료를 계산해 보면 약 100억 정도의 선로사용료를 철도공사가 현재까지 부담해 왔던 걸로 추정이 됩니다. 이 중에서 총연장 143.2km 중 28.1km로 퉁쳐 보면 19억 내외가 나오게 됩니다. 입찰공고의 기준 선로사용료는 12억인걸 감안하면 좀 봐준 숫자라는 태가 납니다. 게다가, 비용 베이스로 볼때 하루 60회 이상 90회 까지 열차가 다니는, 전철화된 복선의 운영비가 새로 선로를 만들었다 쳐도 그렇게 싸게 치일 리가 없다는 점, 성남여주선이 57km에 30억으로 근 2배 이상을 붙이는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엄청나게 "봐주는" 숫자가 아닌가 합니다. 저렇게 밑장빼기를 하고서 철도공사가 방만해서 적자가 났네라고 개드립 치는게 국토부의 전형적인 수법인걸 생각하면 뭐 첫판부터 장난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임율의 경우는 무궁화호 임률을 적용하되, 사실상 전동차 롱시트에 좌석번호를 붙이고 지금처럼 국철 티케팅으로 태울리는 만무한 만큼 55.06원/km 임률(85% 적용)이 베이스가 될겁니다. 그런데 이걸 수도권 전철과 동일기준으로 10km까지를 기본요금으로 잡을 경우 기본550원, 수도권전철 수준을 맞추려면 20km를 기본요금으로 잡아야 한단 계산이 나옵니다.... 기본운임 수준을 올리는 별도의 특례가 없다면 여러모로 제도의 정합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그런 숫자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여기에 환승할인이나 경로무임 같은걸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따라서 재미있어 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입찰제 도입은 어설프게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힌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건 저만의 걱정은 아닐거라 봅니다.
P.S.:
여담이지만 동해남부선의 경우 부산시 측의 분석으로는 1단계 구간 약 6만명 이용에 평균운임 1400원을 가정할 경우 23억원의 적자를 가정한다고 보도되었습니다(국제신문). 연간 약 306억 정도 매출액으로 본거고, 비용은 대략적으로 330억 정도 든다고 가정을 했다고 생각이 드는데... 문제는 여기에 무임수송이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 정확히는 정부 내지 지자체 보전을 전제로 예측을 했다고 가정을 했을거라 생각하면, 20%의 무임수송 로스를 가정하면 244억원으로 이 시점에서 근 100억 가까운 손실이 터지게 됩니다. 또한, 환승할인제도 도입에 엄청 압력을 받을건데, 이걸 또 올리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매년 120~150억 정도의 적자를 계속 터뜨리는 멋진 노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부산지하철의 매년 적자액이 천억 정도이니 거기다 덧대는 정도로 어째볼려고 할 수야 있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