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풍미했던 PP새마을은 좀 되풀이 되는 이야기지만, 다국적 기술의 자체적 조합으로 처음 성공한 그런 차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70년대에는 협궤동차 정도를 빼면 결국 외국설계품의 도입 정도에 그치다시피 했던 수준이었고, 80년대에도 거기서 그리 크게 나가지는 못했는데, PP 동차는 미국 Bud사의 스테인리스 차체 기술, 독일의 엔진과 액압 구동계, 프랑스 풍의 디자인, 영국의 HST 컨셉을 잘 버무린 그런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업적 성과 부분은 좀 뒤져봐야 겠지만, PP와 유사한 컨셉인 영국의 HST 열차의 경우는 영국철도가 비교적 훌륭한 80년대를 보내는데 큰 기여를 한 바 있습니다. APT 사업의 백업차원으로 시작된 로우테크 고속열차였던 HST사업이 APT가 역대급으로 망해버려 역설적으로 메인 사업이 되어버렸는데, 이게 오히려 영국철도로서는 대대적인 투자(신호, 선형, 건널목폐지 등등) 없이 고속화를 해낼 수 있게 되어서 외려 80년대에 유럽 최고수준의 사업수지를 보여주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처가 칼질 못한게 이 탓이 아닌가 싶기도.
PP도 어떤 의미에서는 구식의 여객철도를 일신하고 새로운 기풍을 넣었다는 점에서는 의미있는 차량이었고, KTX이전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걸물이었단 생각입니다. 이젠 퇴물을 넘어 스크랩을 기다리는 차들만 남기는 했습니다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