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쓴 글을 보고 나면, 결국 이야기 할 수 있는건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이미 개통이 코앞이고, 수익증수대책은 하나도 안돌아가고 있는데다, 현재에 와서 백업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시피 합니다. 시작하기 전이라면 익산이나 정읍 정도까지만을 실시하고 이후는 연결선을 정비해 기존선을 개량해서 해결을 봤을수도 있지만, 저 막대한 예산을 다 태워서 이모양까지 됐으니.
이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첫번째 대책은, 2단계 구간 사업을 전액 포기하는 겁니다. 10조원의 사업비 중 2조 정도는 2단계 사업분으로 배정되어 있는데, 이걸 포기하면 그나마 좀 줄어들 수 있을겁니다. 다만, 가능하다면 이 사업포기분은 부채로 조달하는 예산에서 삭감조치해서, 정부부담분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한다면 부채로 조달한 사업비 총액이 3조 3,500억 정도로 크게 감소하고, 이 시점에서 3% 이자율을 가정시 원금을 유지하는 이자선은 1,004억원, 80년 상환 가정시 1,110억원의 연간상환으로 해결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정도를 납부하기 위해서는 호남고속철도의 매출액이 3천억원 이상은 나와야 할거 같지만, 이전의 암담한 숫자에 비하면 그래도 좀 상식선에 근접하기는 합니다.
이렇게 되면 남은 불만은 광주송정~목포 구간의 건설이 없어지고, 전남도가 거의 광기에 가까운 집착으로 요구하는 무안공항 경유 역시 불가능해 집니다. 뭐 이성적으로는 납득하더라도, 지역 토호의 기축을 이루는 건설업자 및 거기에 붙어 사는 지역주민들의 먹고사니즘성 압박은 정치적 동력을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결국, 이 사업중단에 대한 대안이 일단은 제시가 되기는 해야 할 거라고 보는데....
일단 이 사업중단 대안에 대해서는 어설프게 고속선 사업을 하기 보다는, 아예 예산사업인 일반철도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고속선 사업은 광주송정에서 노안 사이의 본선에 입체교차 연결선 정비까지만을 사업범위로, 이후 구간은 기존선의 고속화 개량, 즉 경춘선이나 전라선 고속화와 유사하게 고속분기기 설치+신호개량+변전소 증설+안전시설 보강 까지만을 고속철도 예산 투입의 범위로 하고, 이정도는 3~4천억 이내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거라 봅니다.
그리고 무안공항 방향으로의 지선은 일반철도로 계획하되, 함평역에서 평면분기를 하는 단선으로 계획하는게 타당할 것입니다. 무안공항에서 선로가 끝나는 방향으로 하지 않는다면 선형상 바다에 열차를 넣지 않는 이상 도저히 무안공항에 근접하도록 역을 만들 수 없는 판이니, 무안공항 지선으로서 종착을 하는게 가장 적당할 겁니다. 고속선으로 계획했다면 공항에서 동쪽으로 한 2km정도 떨어진 지점에 만들어야 할건데, 이시점에서 공항접속철도가 아니라 그냥 망한 유령역이 되는건 확정인지라.
이거와 함께 증수 대책, 즉, 일반열차의 대대적 삭감과 고속선 운임 인상이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물론 매우 인기없는 정책이지만, 이정도로 빅똥을 싸고 아무도 책임을 안질수는 없습니다. 인건비 삭감을 죽어라 쳐도 이미 노답인 상황인데, 가만히 앉아 이자가 이자를 낳는 지옥도로 가기 전에 이런걸 해결할 생각을 재무당국은 해야 할겁니다. 현재로서는 그나마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라 그나마 인프라 비용에서 이자부담을 조금이나마 경감할 수 있는 건 불행중 다행일겁니다. 만약 이자율이 다시 상승하거나 한다면 이런 대책을 적용하더라도 그야말로 살아나올 수 없는 빚구덩이로 직행일 수 밖에 없는 판인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