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적었지만, 호남고속선이 개통되면 고속철도쪽으로 이용객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또 현실적으로 급격한 수요이탈이 있기 때문에 기존선 열차는 근본적인 개정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상환계획이 워낙에 부실한 호남고속선의 현실상, 최대한 고속선 열차를 늘려 증수와 상환능력 배양을 원하는 정부의 입장이 있는 만큼, 일반열차에 어느정도의 칼바람이 불 것인가가 관건이 될겁니다. 그래서 이런 현재를 그림으로 좀 옮겨 봤습니다.
현재 호남고속선 개통으로 언급되는 건 고속선에 편도 18~26회, 즉 위 그림에 반영하면 9~13회 정도의 추가열차가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중련분을 포함한 횟수로 생각이 되지만 편도 18회, 즉 9회가 서대전 경유로 잔존하는 방안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20% 배분이라는 이야기와도 이건 대충 맞아들어가는 이야기기도 하고.
여기서, 좀 음미할 부분은 수서발 개통과 해당노선용 차량 증분이 없이, 순수하게 소요시간 단축효과로 얻는 차량회전율 개선으로 저정도의 추가열차 배분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점입니다. 아마도, 광주송정 착발로 목포행 편도운행시간 약 40분 정도를 삭감하고, 이 열차를 광주까지 안넣어서 최대한 회전율을 극대화하려는 차원에서 광주송정 일원화 정책이 정부와 코레일의 의향으로 나왔다 볼거고, 그만큼을 배차개선에 올인하려는 의향일겁니다. 그만큼, 고속선 경유열차가 늘어날수록, 수요가 받쳐준다는 가정하에, 고속선 수익이 늘어나 상환여력이 늘어날거라고 보는 걸테고. 어쩌면 이 극대화를 위해서 광명시종착의 호남고속선 KTX를 추가로 끼워넣을 가능성도 있을겁니다. 20분 정도의 운행시간 절감효과가 있긴 하니, 중련 못치고 남는 짜투리분 만큼을 이렇게 돌려서 배차보강용도 정도로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제는 서울방향의 병목입니다. 현재도 171회 용량에 188회가 들어가고 있는데다, 광명셔틀 운행으로 인한 아주 짧은 교차지장 등등을 엎으면 더 증강의 여지가 별로 없다시피 한 상황인건 명백합니다. 현재 일반선 열차가 서울 인근에서 2~3분 정도는 기본으로 추가지연을 붙여다니는 것도 이 병목 덕이라고 할거고. 따라서, 이 병목을 뚫지 않고서는 열차 증강은 어려운데, 호남선의 경우는 여기서 쳐낼 수 있는 여력은 결국 무궁화를 줄이고 KTX로 대체하는 방향이 될 수 밖에 없을겁니다. 이렇게 보면 서울까지 20회의 편수 중 10회 정도, 호남선에서 6편(목포 3편, 광주 3편), 전라선에서 5편 정도를 치는 정도는 과감히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ITX새마을은 왜 놔둘걸로 보이는데, 어차피 현재 ITX새마을 운행편수는 호남 5편(목포 2/광주3), 전라 2편 정도로 사실상 "기본만" 하는 상황에 가까워서 그렇습니다. 호남선 쪽에서 구태여 객단가를 올릴 수 있고 효율성도 좋은 ITX새마을을 삭감할 이유가 없다고 보입니다.
뭐, 이렇게 보면 피도 눈물도 없는, 서민열차 대량학살의 수전노 코레일이라고 욕먹을게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답이 없는게 현실이랄까 그렇습니다. 경영효율화를 하라고 하면 제일 먼저 칼맞는게 뭔지 생각도 안하고 효율화 드립을 치면 이렇게 된달까. 뭐, 여기서 좀 후퇴시켜서 수서고속선 개통시까지 완충을 할 수도 있기는 합니다만, 수서고속선이 생기면 적자도 더 늘어나고 하니 이거 내지는 이이상의 도끼질이 나올 겁니다.
여하간에 이 호남고속선 개통에 따라 단순한 계통 정리, KTX의 전원 고속선 이용, 무궁화 삭감을 하면 나오게 되는 문제는 크게 보면, 서대전 경유편이 필연적으로 대량학살이 일어나게 되고, 운행 공백이 그야말로 심각하게 벌어지는 점, 광주선은 그야말로 초토화되는 점 등이 문제입니다.
일단, 서대전 경유편은 KTX 배차가 전혀 없다면 단순히 현행 30회(중련운행분을 빼면 24회)의 운행계통만 삭감되는 정도로 끝나는게 아니라, KTX에 의해 삭감되는 무궁화 등 일반열차 삭감까지 그대로 옴팡지게 덮어쓰는 문제가 생깁니다. 대충 계산하면 53회 중에서 KTX 24회, 일반열차 삭감분 10회 정도 다 삭감치고 남은게 19회가 되니 이건 중간경유지로서는 그야말로 대폭발을 맞는 택이고, 단순히 영업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 내 영업, 역세권에까지 데미지를 입히게 됩니다. 그래서 적어도 이정의 급격한 충격파를 막기 위해서는 서대전 경유편을 일부 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호남선의 로컬편도 심각해집니다. KTX가 빠져서 열차가 대량삭감을 타는 김제나 장성은 둘째치고, 일반선은 사실상 하루 11편, 이중 1편은 대전착발로 줄어드는 부담이 생기고, 광주송정-목포간은 수요점감때문에라도 배차가 줄긴 해야 하지만 하루 7회로 확 후려쳐지게 됩니다. 만약 기존선 열차 추가삭감이 들어가면 이쪽은 KTX 배차가 없는 역은 그야말로 로컬선 수준으로 내려앉게 될 지경이 됩니다. 뭐 이게 경영합리화 효과가 있다면 모르지만, 사실상 고정비를 배분받을 열차가 줄어들어 수지가 크게 악화되고, 더 나아가 전철화와 복선화 유지에 따른 최소경제점 이하까지 열차가 줄어들게 되어 그야말로 적자의 눈덩이가 커지는 문제를 낳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광주선은 호남선의 로컬편 대학살에 추가타를 얻어맞는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KTX를 넣는게 사감이 담긴 배선구조, 그리고 배차효율 확보를 위해서 도저히 안되게 되는데, 이러고 나면 열차삭감량은 서대전 이상으로 대폭 날아가게 됩니다. 안그래도 지금 광주선과 광주송정이 엇비슷한 수요를 끌고 있는데, 터미널 단일화를 하면서 광주송정이 다 흡수하지 못하는 수요는 날아가 버리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렇다고 광주선에 KTX를 넣고 일반선을 대량확충하고 이런건 좀 논외일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되기도 하니.
이런 걸 풀려면 결국 로컬화가 어느정도 들어가 줘야 하는데, 문제는 충남권 광역철도 같은 케이스는 사업수지가 취약한데다 차량확보 등등을 감안하면 빨리 될 가망이 없다시피 해서 당장의 답이 될 수가 없다시피 합니다. 또한, 그걸 빼도 기반시설이 불충분해서, 대전선 같은 중요자원이 단선으로 다닌다거나, 장항선은 전철화도 안된데다 쓸데없이 익산에서 평면교차를 해야만 호남선 등지로 갈 수 있다던가 등등 제약요건이 많습니다. 게다가 로컬화를 할때 가장 중요한 자원인 무궁화는 차도 점차 줄고 있고, 기관차 견인이라 단거리 반복 운행에 매우 불리한 구조가 되어 있기까지 해서 오히려 ITX새마을이나, 아예 KTX같은 상급열차가 외려 로컬화가 기술적으로 더 쉽다는 엽기가 생깁니다. 특히, 이렇게 기관차 견인 열차를 회차를 자주 하면 객단가 저하에 긴 턴어라운드, 입환 등 비용 발생으로 열차단위 적자가 커지는 문제까지 생기니 옛날처럼 일을 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개편 방향을 잡을땐 좀 더 거시적으로, 열차단위의 손익 자체에 집착하기 보다, 아니 선구 단위의 손익에 집착하기 보다는, 좀 더 총괄적으로 봤을때의 수요진작을 중시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을겁니다. 호남고속선의 경우는 또 고속선의 운행밀도가 안나와서 열차당 과도한 이용료 납부 부담이 생겨 외려 기존선보다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여 검증 후에 좀 접근을 해야 할 판이기는 합니다만. 그리고, 또한 현재의 열차 위계가 기존선과 고속선의 2중으로만 되어 있는 점을 좀 더 다듬어서, 이번 호남고속선 개편에서 전철<무궁화<ITX<KTX로 가는 위계를 어느정도 형성하는 시험대로 좀 잡아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선, KTX 서대전 경유편의 조정은 언급되는 대로 8~9회 정도로 하되, 차량회전의 여건에 따라서 2~3회 정도 광명시종착을 전제로 전주나 김제 시종착 정도로 산천 단편성을 넣어 시격을 메꿔주는 식의 운용을 좀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나중에 수서고속선 개통과 원강선 차량 유입이 이뤄지면 산천 위주로 광주송정~서대전~대전~부산 등의 "로컬 투 로컬" 계통을 차량기지간 차량회송 용도 겸으로 추가 설정해서 호남방향에서 서대전으로의 배차개선을 해주는 배려도 좀 해주는 걸 고려해 볼 수 있을거라고 봅니다. 영업수지면에서는 어중간하겠습니다만.
ITX새마을은 현재 배차에서는 그대로 유지하거나, 전라선 방향 1왕복 정도의 보강을 전제로 하는게 맞을 듯 합니다. 기술적으로 별 무리가 없다면 ITX새마을도 KTX산천 처럼 익산 중련운행을 하는 것도 좋을겁니다. 그리고 무궁화의 경우 ITX새마을 배차와 서울까지의 배차는 1:1원칙을 가지고 들어가되, 현재의 6~7량 편성을 개편해 8~9량 편성으로 장대화를 추진하는 방향을 고려해 봐야 할 겁니다. 전부 그렇게 못한다면, 아침 7~8시대에 수도권에 진입하는 열차와 오후 6~8시대에 수도권에서 출발하는 열차 위주로는 그렇게 해 줄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평일엔 차가 비어다니기는 하겠습니다만.
이 상황에서 남는 부분은 무궁화가 될겁니다. 하루 10회 정도의 무궁화가 삭감되고 나면, 폐차분 등을 감안하더라도 10~15회 정도의 4량짜리 로컬무궁화를 설정할 여력이 생길 거라고 생각되는데, 이걸 적절하게 좀 나눠 배치를 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여기서 키가 되는 구간은 대전선을 꼽을 수 있습니다. 용량이나 운행횟수 등의 자료가 불충분하지만, 대충 파악한 바로는 용량은 22~24왕복 정도, 화물운행횟수는 약 3회(정기열차 기준), 여객은 1회(왕복)가 설정된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단선의 용량확충이나 서대전/대전의 평면교차 부담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가용한 용량은 16회 정도, 대전역의 회차처리능력을 감안하면 무궁화로 채울때 10~12회 정도가 될거라고 생각됩니다. 이는 즉, 로컬무궁화 10회 정도는 수용할 여력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충북선 열차 회차 문제랑 붙어야 하기 때문에 10회를 다 채우는 건 좀 애매하겠습니다만.
10회라는 숫자는 대충 기존선 감차분이랑 맞물리는 숫자인데, 이걸 일단 전부 대전시종착으로 돌리는 방향으로 하면서 4량편성 내지는 4량편성에 카페객차(단 영업구간 단축덕에 실제 영업이 원활하지 않은 만큼, 개량 필요) 연결 정도로 잡아주면 될겁니다. 대전 회차용량 초과분은 충북선 열차를 서대전으로 돌려서 이걸 그대로 직결해 넣거나, 천안까지 계통을 연장해 올리는 방법을 좀 해볼 수 있을겁니다. 이외에 익산역에서 전라선 로컬열차 회차를 하고 있는 만큼, 목포~익산 계통을 추가 설정해서 배차를 더 맞춰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겁니다.
광주선의 경우는 무궁화 증강분을 반 정도 배분받으면 5회 정도가 늘어나게 되는데, 사실 이거 가지고는 대체수송 효과를 내기에는 무리가 많고, 시간 이익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합니다. 무궁화를 아무리 늘려봤자 좌석지정에 환승까지 하는 거에 대한 저항은 저항대로 남아있고, 운영사 입장에서도 돈만 낭비하는데다, 천상 정읍환승을 해야 하니 고속선 인km를 최대한 늘리는 증수효과도 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광주선 로컬 무궁화를 구태여 대량 배분하기 보다는, 익산~장성간 각 역과의 이용객 배려 차원에서나 3~4회 정도 유지하고, 남은 용량 약 20회는 아예 전동차를 끌고와서 광주송정~광주간 집중 운용을 하는게 낫지 않은가 싶습니다.
광주송정~광주간의 셔틀수송은 최대한 지역 밀착화를 배려하는게 바람직할거고, 여력이 된다면 KTX셔틀기능 외에 기존 광주1호선과 연계를 활성화시켜보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겁니다. 일단 기존에 있던 광주송정, 극락강, 광주 3역은 고상홈 개량(극락강은 고상홈만 설치), 1호선 공항역 인근 곡선상에 동송정신호장 등을 포함한 환승역을, 그리고 구 운암역 터에 도로 접속을 고려하여 추가역을 설치하는 정도로 시작을 하면 대충 굴러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추후에 무진대로와의 교차점 인근 지역과 광주야구장 인근 정도에 역을 추가하는 정도로 하면 네트워크로서는 거의 완성이 될거라 예상이 됩니다. 완전하게 하려면 이 축선과 광주1호선을 거쳐 종방향으로 연결하는 궤도교통이 생겨야 하겠지만 이거까진 너무 멀리가는 이야기이니.
로컬화가 2004년 KTX개통 당시에는 완전히 실패했던 케이스지만, 호남고속철의 경우는 로컬화를 하지 않으면 고속선 배차를 강화하는데도 한계가 생기고, 또 노선 이설에 따라 생기는 서비스의 공백을 메꾸는데도 한계가 생기게 되니, 정도의 차이는 좀 둘 수 있겠지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입니다. 또 10년동안 이용패턴도 제법 변해서, 대전과 동대구가 환승의 거점이 되기도 했고, 호남고속선 개통 후에는 익산이 환승거점으로서 빠르게 안착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또한, 이런 개편이 호남과 서울을 연결하는 교통 공급량을 극대화하는 효과도 있는 만큼 손익계정에 너무 매몰되기 보다는 좀 한번 크게 판을 바꿔보는 시도를 해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