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일본은 홋카이도 신칸센 개통이 임박함에 따라 이른바 "블루트레인"이라 불리는 야간 열차가 더 이상 정기열차로는 남지 않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E26계 객차를 쓰는 "카시오페이아"와 전동차 기반의 선라이즈 세토/이즈모 등은 아직 폐지의 이야기가 없기는 합니다만, 이쪽은 구래의 파란색 도장이 된 객차와는 좀 류가 다르기는 하니, 전통적인 야간열차는 이걸로 대가 끊기는 방향이 되는 모양새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대개 어찌되었든 야간 열차 서비스가 근근히 이어지고 있는 편입니다. 독일의 CNL이나, 오픈억세스 사업으로 돌아가는 Thello, 심지어 가장 민간사업자 편의적으로 돌아가는 영국도 여러 침대열차가 다니고 있습니다. 뭐 대륙적 사이즈의 철도들이야 야간열차 없이는 안되는 곳들이니 논외로 한다 쳐도,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일본의 야간열차는 특히나 힘을 못쓰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사실, 국철 말기인 70년대에의 경영재건 대책이 제기되면서 총재가 직접적으로 "야행열차 전폐"를 언급했다가 그야말로 몰매를 받았던 전례를 생각하면 제법 시대가 지나기는 했어도 정말 극적인 변화라면 변화라 할겁니다.
홋카이도로 가는 야간열차의 전폐가 일어난건 세이칸 터널이 신칸센 운행 실시에 따라 보수기준이 엄격해지고 그래서 심야시간대 보수시간 확보를 이유로 일단 야간열차를 대개 폐지하는 건 아마도 명분의 차원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신칸센 노선들은 야간 차단시간을 거의 6시간에 근접할 정도로 확보하고, 운행개시전 영업을 하지 않는 별도의 시험열차를 일부러 띄워서 선로를 검증하는 등 굉장히 엄격한 보수규칙을 적용받는 사정이 있기는 합니다만, 단선 운행 같은 대안이나 집중보수작업 같은 대책도 있는 걸 생각하면 뭐랄까 좀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다만, 이런 홋카이도의 사정을 제외하더라도, 제법 심야수요가 있는 도쿄-오사카 같은 구간에서도 심야열차 운행이 전폐된다거나 하는 점은 이런 기술적 부분 이상의 뭔가가 있다고 봐야 할겁니다. 흔히 일본측 저자들의 분석은 두가지 이유를 듭니다. 하나는, 신칸센이 확대되고 또 이에 따른 역세권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신칸센과 현지의 숙박업소를 이용하는 쪽이 시간적으로나 편의성 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이건 시대적 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니 그런다 치지만, 또 병행하는 야간버스가 영업이 되는 걸 보면 반드시 이 이유만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울겁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노동의 문제입니다. 흔히 현지 언론 등지에서는 날밤을 새는 야간근무를 기피하기 때문에 열차 유지가 안된다고 흔히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따지자면 심야에 일을 하는 선로보수작업이나 차량정비, 관제 등 지상요원도 기피되어야 할 건데 이쪽은 여전히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실은,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심야근로자는 법률상 할증된 급여를 주어야 합니다. 여기에 기관사나 차장 등은 일종의 상급직 개념으로 굴러가는데다, 유동적인 근무 덕에 보수면에서 좀 더 우대를 받는 편인데, 이 둘을 겹쳐보면 막대한 인건비가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됩니다. 뭐, 일본은 여객전무차장들은 열차 시점부터 종점가지 계속 타는게 원칙이라 근무시간이 길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이건 국철시대 이야기고 JR인 지금에 와서는 JR경계가 되는 역에서, 홋카이도행 같은 경우는 카니타 교대라고 하기는 합니다만.
사실 현실적인 이유들은 더 있기는 합니다. 우선 블루트레인 차량들 대부분이 국철시대 제작 차량이다 보니, 현재 차령이 거의 30년을 넘어 40년에 육박하고 있기도 합니다. 비교적 정비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블루트레인 차량들이 비교적 완만한(하루 1회편도 운행) 운행 스케쥴로 다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실상 수명이 다 되어가고 있다고 보아도 될겁니다. 그러다보니 후계차가 없다면 서비스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운 여건이 되어간다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침대열차들은 회전율이 지극히 나쁘다는 약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좌석열차라면 융통성있게 단구간 운행을 넣거나 해서 일중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이걸 야간열차로 넣는다면 이용객은 불편하긴 해도 뭐 낮에 그대로 주간열차로 투입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침대열차는 낮에 투입하더라도 운임을 다 받아낼 수가 없고, 오히려 타는 사람이 불편해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게다가, 사람이 누워 가는 걸 전제하는 만큼 열차의 정원도 낮다보니 수익성까지 떨어지다시피 합니다. 당연히 투입가능한 노선도 장거리로 한정되다시피 하고. 이런 수익성이 나쁜 점과 후계차 소요가 나오는 상황에서 새차를 사서 사업을 계속하는 건 무리라고 해야 할겁니다.
이러다 보니 야간열차, 특히 그 꽃이라 할만한 침대특급은 거의 망해 없어지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두가 그런건 아니어서, 비교적 호된 요금을 물릴 수 있는 아예 관광목적의 열차들은 나름 성업하고 있기는 합니다. 우리나라의 "해랑"에 꽤 자극을 받아서 런칭한 큐슈의 "나나츠보시" 같은 이른바 레일 크루즈 들은 거의 수백만원대의 요금을 받고 있지만 상당히 성업하고 있고, 이걸 보고 JR동일본이나 서일본도 아예 신형차량을 개발하면서 까지 비슷한 사업 모델을 앞다투어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기왕 회전이 안되는 사업이라면 아예 객단가를 세게 붙여 관광시장용 간판으로 쓰는 방향으로 간달까.
우리나라는 여기에 비하면 아직 야간열차가 제법 남아는 있습니다. 경부, 호남, 전라, 중앙, 태백엔 침대차 연결은 없지만 막차형식을 빌어 무궁화호가 심야 운행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 특히 시즌에 따라서 태백선 야간열차는 엄청나게 사람이 몰리기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하게 고속철도가 각 방면으로 정비가 되어가고 있으며, 노동비용이 늘어나고, 차량의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이 야간열차들이 점차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게 순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심야 수요가 아예 없는 시장은 또 아니기도 하고 나름의 상징성이 있는 만큼 서비스 유지를 위한 고민이 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