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차량구매가 수요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또 차량 구매를 노선연장에 맞게 적시에 실시하지 못한 것이 실패로 이어진 모양새입니다. 그래서 서울시 뭐했냐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인가를 좀 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개략적인 모양새는 KBS의 분석기사(링크)가 잘 묘사가 되어 있으니, 이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재정제도상 지자체의 예산 자율성은 그리 높지가 않습니다. 일단 그 예산의 편성은 기재부 등의 지침에 의해 통제되기도 하거니와, 또한 현실적으로 재정의 상당부분을 중앙정부로부터 주어지는 교부세에 의해서 꾸려나가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예산을 삭감하면 자력으로 사업을 끌고나가는 건 어마어마한 의지가 필요한 일이 되어버립니다. 그나마 지방세 세입이 튼실한 서울시나 되어야 짹 소리 한번 할까, 어디 지방 군 정도는 그야말로 기재부 한마디에 압살당할 수도 있는 그런 구조가 되어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경제개발 연간에 중앙정부의 의지관철에 매우 유효적절하고, 또 지방정부 특유의 작은 사회로 인해 예산집행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심지어 부패독직사건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의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자치단체장과 시의회라는 선출직 공무원의 정책을 규제시키는 모순도 낳고 있긴 합니다. 이건 좀 나아간 이야기니 적당히 줄이고.
일단, 그래도 기재부를 구워삶아서라도 차량예산을 미리미리 요구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고 할 수 있긴 합니다. 기재부가 열심히 예산절감을 압박하였고, 그만큼 열심히 일을 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긴 하지만, 서울시 입장에서 미리 챙기지 못한 부분은 아주 책임이 0이 된다고 하긴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는 사항은 아닙니다.
보통 민자사업은 민간에 의해 창의경영을 할 수 있는 사업으로 흔히 착각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검토 끝에 만들어지는 사업 협약서에 건설과 운영, 비용분담 등 모든 사항을 명시하고 이 협약에 의해서 운영까지 쭉 이어지는 그런 구조로, 협약에 조금이라도 반영되지 않는 사업은 민자사업자가 할 의무가 없으며, 오히려 그런 사업으로 발생하는 부담만 지게 되는 그런 형태가 되기 쉽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과거 행정기관이 편의적으로 민간인에게 사업의 대가로 어떤 부담을 결부시켜 예산절감이나 사업추진을 해온 행태가 워낙 만연해 있다 보니,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이런 "부당가능성이 있는 부담 결부"를 피하려고 할거고 그래서 협약이 그만큼 디테일하게 짜여지게 되어 온 결과입니다.
실제 9호선의 민자사업 협약서에는 추가 증차해야 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현물을 제공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지하철 등에 대해서는 차량구입에 대한 보조를 제공하는 정도지만, 9호선은 서울시가 차량을 전부 부담해 주어야 하는 구조고, 그만큼 예산부담이 생긴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에, 차량증가분 만큼 차량기지의 확장이나, 정비인공수의 증가가 따라붙게 되고, 이런 부분도 민자사업의 비용산정이나 수익부문에 반영하지 않으면 안되고, 이는 결국 수익보전/비용보전액의 증가를 초래하게 되어, 2차 예산 증가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러니, 문제가 간단히 되질 않는달까.
증수가 되니 민간사업자가 자기 수익 개선을 위해 증차투자를 하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민자사업은 기본적으로 MRG 내지는 SCS라고 해서 수익을 보전해 주던가, 비용을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수지를 맞춰주는 제도가 되어 있습니다. 이 말은, 뒤집어 말하자면 증수 노력을 하기보다는 이런 제도에 기대는게 덜 피곤하다는 이야기이고, 더욱이 협약 외의 증차를 하면 민간사업자가 그 비용을 다 부담해야 하니 이런 일을 하는 민자사업자는 주주들의 내리갈굼을 아주 푸짐하게 받게 될겁니다. 민간의 리스크 회피를 너무 오냐오냐 봐준 민자사업제도 자체의 문제가 여기서도 벌어진거고, 예산부담의 회피까지 겹쳐서 9호선이 이모양이 되어버린거랄까.
뭐, 이런저런 책임소재를 따지는 건 이미 죽은 자식 뭐 만지는 이야기고, 현재로서는 일단 2~3년이 걸리는 차량구매를 최대한 서두르는 방법 외에는 해결할 길이 없는 판이니 거기에 집중해야 할 겁니다.
P.S.: 그리고, 단기대책으로 현재 급행비율을 1:1까지 올리고 있는데, 차량회전을 최대한 늘려서 공급량을 밀어붙이려는 건 좋은 대책이기는 합니다. 대신 그만큼 수요집중까지 나오니 효과를 보기가 간단치는 않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