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를 서울시가 발표를 했는데, 이걸 보면서 든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지하화 약이나 팔다니 실망했습니다 박시장 팬 그만둡니다".
서울시가 그나마 개축타당성이 나올 거 같아 보이는 2호선을 가지고 약팔이를 시작했는데, 여러모로 구리다 하겠습니다. 2호선이 시가지 단절을 일으킨다는 말은 그야말로 약팔이에 가까운데, 도림천 병행구간인 신도림~신림간의 고가구간은 어차피 하천에 도로로 도배되다시피해서 고가 걷어낸다고 해서 지역통합이 되고 어쩌고는 말이 안되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한양대~잠실 구간도 철도가 지역단절을 초래한다고 하면 사치기는 거에 가깝다 해야 할거고. 토지이용 효율 이야기를 하지만, 어차피 하천용지 아니면 도로용지 점유에 불과할 뿐 직접 개발가능한 토지를 점유한 곳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거기다가 영등포구청~합정이나 잠실~강변 구간은 한강 도하를 위해 지상으로 나오는 구간이어서 대체터널 건설을 하지 않는 이상에는 그야말로 답이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개축을 한다고 하면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술적으로 서로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별도의 대체노선을 건설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그냥 현재 운행선을 폐선하고 그 직하에 대체선을 건설하는 방법입니다. 문제는 대체선 건설은 역세권의 이설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존 역세권 수혜자들의 불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해당 역세권에 투입된 각종 개량투자들이 매몰비용이 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과제고, 운행선을 폐지하는 것은 그야말로 한번 전쟁을 해보자는 이야기랑 비슷하다 하겠습니다. 차라리 "2호선 교각 몇 개를 다에시 테로리스트가 폭파시켰네요 데헷~☆" 하고 사기치는게 차라리 정치적 부담이 적을 지경일겝니다.
거기다가 한강교량 전후 구간의 경우는 더 가관이라 할건데, 이걸 대체하려면 충분한 심도의 하저터널을 부설해야 하고, 이걸 위해서는 부속되는 지하구간이나 심지어 역사까지 이설 재건축을 해야 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미 하천변에 시설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상황에서는 기존선 폐지 후 그 지하에 선로를 넣는 수 밖에 없는데, 이 비용이나 불편은 과거 당산철교 재시공 과정에서 충분히 겪어봤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 당산철교는 아직 감가상각도 안끝났을 판이기까지 합니다. 전임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한다고 뻘짓거리 하는걸 보고서도 이러는 거 보면 토건뽕이 참 끊기 힘들다는 말이 빈말은 아니겠다 싶습니다.
뭐 철도 걷어내고 한 10년 대행버스 타면서 좆뺑이 치는거야 렬등한 전철통근자들이 당연히 부담해야 할 비용이라고 우긴다 치더라도, 한양대~잠실 구간의 재건축을 하려고 하면 이번엔 차량기지 인입선이 날아가는 그야말로 노답이 벌어지게 됩니다. 2호선에 88편성(본선 83편성)이 운용중인 걸로 아는데, 성수지선을 날리면 이 운용의 절반이 스톱먹고, 중정비까지 날아가며, 차량반입도 올스톱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따라서 실제 추진을 할때 새로 기지인입선을 파고 해야 할 판인데, 안그래도 부지가 비좁아터지고 하천까지 끼고 있는 군자기지에 인입선을 새로 파 붙일 여력이 있을지는 좀 의문입니다. 아마 1호선 운용 16개 편성을 싹 날려서 철도공사한테 떠넘기고 기지에 여력을 확보해도 견적이 안나올 판이랄까.
그 외에 또 고민해야 할건 지하화 할때 기존에 깔려있던 지하시설물들, 특히 다른 철도들과의 간섭문제는 없는지 좀 고민부터 해 봐야 할겁니다. 당장에 2호선 지상구간은 7호선과 직교하는 구간이 두 군데가 있고, 성수동 구간 일부는 분당선과 겹칩니다. 지선구간은 5호선과 겹치기도 하고. 이런 선로들에 영향 없이 지하공사를 새로 해야 하는건 상당히 난이도가 넘치는 작업이 될걸로 보입니다. 여기에 또한 신안산선이나 난곡선 같은 계획철도선이 겹치고 있어서 이들간의 지하공간 사용 문제도 좀 정리가 되어야 할거고, 이런 거 외에 지하공동구나 상하수도, 고가도로 및 지하도, 각종 교량 등도 전부 검토가 되어야 하는데 이 시점에서 손대서 남는게 없을 가망이 높습니다.
어차피 부동산이 더 오를 가망은 인구통계적인 변화가 뭔가 짠 하고 터지기 전엔 무리고, 더욱이 하천부지나 도로부지 점용인 현재의 2호선 고가들은 개발이익을 먹을 틈서리조차 없기까지 합니다. 이런데 돈낭비를 하기 보다는 그 예산으로 경전철 사업에 예산을 몰아서 이를 더 가속시키는게 나을 겁니다. 또, 사실 2호선 고가같은 경우 40년이 넘어 일종의 역사성이 생겨나고 있는 구조물들인 만큼, 불편을 최소화하고 지역 풍경에 융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는게 바람직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