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보도가 있었던 거에 대해서 정부의 해명을 보니 "공정관련 민간전문가의 현장 진단 등을 통하여 적정한 공정계획을 마련"했다고 하고, "현장관리조직(수도권 고속철도 건설단) 신설, 터널내 계측강화, 안전요원 추가배치 등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관료어로 되어있어서 좀 해석이 어려운 분들이 많을텐데, 좀 현장식으로 말하면 "현장 가서 어떤 놈이 이빨을 깠는지 색출작업을 했고", "쪼인트 깔 놈들을 더 배치하고, 좀 신경쓰는 시늉을 하라고 시켰"다는게 맞을겁니다.
왜 터널공사가 어려운지는 이쪽에 대해서 사례들을 좀 본 사람들이나 알긴 하지만, 땅속은 정말 파보기 전에는 모르는 동네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전에 관정을 내서(보링) 지층구조나 암반구조를 분석하기도 하고, 물리탐사라고 해서 지진파 같은걸 분석해서 지하구조를 파악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도 정말 파 내려가 보기 전에는 명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편이다시피 하고, 시가지가 이미 발달한 곳은 저런 조사도 어렵기 때문에 애먹기 쉬운 면이 있습니다. 다우징이니 하는 방법이 흡사 그럴싸하게 쓰이는 것도(실제로는 아무 효과도 없다지만), 워낙에 매장물이나 지하구조는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단층은 사실 터널공사의 최대 강적 중 하나입니다. 단층대를 관통하는 터널은 당장에는 유지가 될거 같아도, 장기적으로 계속적인 유지보수가 들어가야 하고, 자칫하면 터널 사용 중단까지 갈 수 있는 문제를 초래합니다. 현재도 움직이는 활단층이라면 더더욱 심각할 수 박에 없어서, 원전같은 중요시설물의 경우 활단층과 이격거리를 두는 걸 원칙으로 할 정도입니다. 이런거 때문에 일본같은데서는 지하화 공사를 좀 꺼려하기도 하고, 단층대를 가로지르는 상황을 왠만하면 피합니다. 오래된 구조물이지만, 유명한 이다 선의 "건너지 않는 교량"도 활단층대를 피하려고 생긴 괴한 구조물이기도 합니다. 뭐 당장에 우리나라도 황악터널이었던 걸로 알지만, 경부고속철 공사 당시에 터널시공을 하다가 활단층대를 만나서 이걸 피하도록 새로 터널을 판 전례도 있고.
일단은 터널공사가 불가능한건 아니기는 하지만, 장기존속여부에 영향이 갈 수 있는 사안이고, 그만큼 보강공사가 필요하게 됩니다. 또 공사 당시에도 이 부분을 파다가 모래나 지하수가 뿜어나오는 일이 생기거나, 막장면이 와장창 무너지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굴착에 특히 주의를 기울일 수 밖에 없는 구간이고. 일반철도라도 단층은 민감한 사안인데, 하물며 고속철도, 그것도 50km가 넘는 장대터널로 통과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대충 현장 쪼인트 까서 시간단축하는 걸 최우선 과제로 하겠다는 발상은 용감함이 아니라 용렬함이라고 해야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