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가감속만 되면 소요시간, 선로용량을 늘릴 수 있어 장땡이다?
고가감속이 분명히 저 두 요소에 기여하는 건 맞습니다. 가속시간이 짧으면 최고속도까지 도달시간이 짧아집니다. 그만큼 고속도 운행구간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소요시간이 단축됩니다. 선로용량 면에서도 각 열차가 빠르게 가속하고 감속하는 만큼 이론적으로는 조밀하게 운행시키는게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문제는 몇가지가 있는데, 소요시간 단축 효과가 엄청 극적으로 생기는 건 아닙니다. 현용 KTX-산천이 최고속도 도달까지 316초로, 약 5분 정도가 걸립니다. 그런데 막상 고가감속이라 말해지는 N700A가 270km/h 도달까지 180초, 이후 가속이 둔해서 300km/h 도달은 200초를 넘기는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눈이나 비, 그리고 지연시의 회복여지나 선로로 인한 감속을 감안해서 여력을 둔다고 하면 1분 내외의 차이는 사실상 의미를 강하게 두긴 쉽지 않다고 해야 할겁니다. 이상적인 다이어 조건 하에서 정차역 1개소당 2분 정도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건데, 이중 기존선 속도에 맞춰 운행해야 하는 서-대-동-부나 용-익-광 등은 일단 의미가 적으니, 고속선 상의 정차역 2~3개 정도에서 저 성능을 뽑을 수 있을겁니다. 결국 최대한 벌어야 5분 내외가 된단 이야기가 됩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맹점은, 고속선의 역들은 비교적 길고, 분기기가 170km/h규격을 자랑하는 장대분기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고 가감속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여지도 적단 이야기기도 합니다. 신칸센의 극단적인 고가감속은 100km/h이하의 분기기를 역정차 전후로 통과하고 급하게 가속해서 고속 본선에 끼치는 지장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요구되는 것이지, 실제 다이어의 압축 효과 자체는 의외로 여지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로용량 역시 고가감속으로 조밀하게 한다고 하지만, 여력을 주려고 생각하면 이 고가감속을 극단적으로 쓰지 않는 이상에는 의외로 크게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고가감속을 극단적으로 뽑으려면 신호간격을 줄여야 하고, 이렇게 되면 차종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서 고가감속차량으로만 노선을 꾸며야 합니다. 역시 이건 되기 어려운 요소랄까.
여기에 차량 외에도 전력설비나 신호의 개량까지 들어가야 하니, 투자도 많이 따라붙게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왜 하나 싶을건데... 사실 고가감속은 다이어의 안정성에 큰 효과가 있습니다. 즉, 조밀하게 차를 우겨넣게 되면 열차간격이 좁아지고, 그만큼 열차가 받는 신호는 널뛰기하게 됩니다. 이때 가감속이 약한 차는 이걸 제대로 추종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간격이 벌어질 수 밖에 없지만, 고가감속 차량은 이런 널뛰기를 잘 추종해 갈 수 있기 때문에, 지연이 발생하더라도 회복하거나 최소화할 여지가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어차피 과밀운행이 일상화될 수 밖에 없다면 결국 고가감속화를 어느정도 추종해 가는게 용량을 최대한 활용하는데에는 의미가 크다 하겠습니다.
2. 2층차가 안되는 이유는?
2층차가 안되는 이유는 의외로 복잡합니다. 여러 이유가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일단 유효상면적이 커지고, 시야가 한정되기 때문에 차장의 입장에서는 차내를 제대로 통제하고 상황인식을 제때 하기가 어렵다는 좀 접객문제에서의 난점도 있지만, 계단부분에서 넘어지는 안전사고 가능성도 제법 되는데다 이때 노인들은 크게 다치기 좋기까지 합니다. 또 막상 2층화를 해도 관절대차를 쓰지 않는 이상에는 의외로 정원 증가효과가 미미하다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난제는 중량 제한입니다. 현재의 KTX-1은 1량당 56명까지의 정원을 가집니다. 반면 듀플렉스의 경우는 보통 1층 38석에 2층 42석 내외로 80석 정도의 정원을 가집니다. 1인당 75kg를 표준중량으로 가정하면 1층차는 약 4.2톤 정도의 하중, 2층차는 6톤의 하중을 가집니다. 2톤 정도는 별게 아니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프랑스의 LGV규격은 기관차의 축중을 17톤까지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관절대차는 2축대차를 2개의 객실이 공유하니, 기관차 수준의 축중을 허용해도 34톤까지로 제한됩니다... 물론 실제로는 그보다 가벼워야 하니 30톤 정도를 하중포함의 최대로 봐야 할겁니다.
이 30톤 정도의 하중 4톤을 빼면 26톤 정도인데 아무리 객차보다 작다고 하지만 의외로 이 중량을 맞추기가 그리 용이한 수준은 아닙니다. 거기다가 2층차는 의자 등의 자재도 2배, 그리고 순수한 재료도 바닥판 등이 더 들어가니 중량부담이 늘게 됩니다. 이런 이유때문에 프랑스도 듀플렉스 차체는 전부 알루미늄으로 만드는게 기본이 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경량화를 하지 않으면 하중 추가분을 부담할만한 여력이 안나오게 되니.
여기에 2층차 최대의 난점은 차체가 높아서 횡풍 등의 요인에 취약하고, 그만큼 서스펜션이 뛰어나야 한다는 과제도 생깁니다. 그야말로 산넘어 산이랄까. 이런 난제가 겹치면서 2층차의 도입은 상당한 개발기간을 요하고 그만큼의 투자도 따라야 하니 결국 포기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담이지만, 과거 언론에서 다루었던 1층 부분의 롱시트 배치를 통한 "통근형" 고속철도로 간다면 1층에만 거의 100명 정도의 정원을 태운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2층부분에 40석 정도를 배정해도 140명, 하중으로는 10톤을 넘기게 됩니다. 2축차로는 감내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가는 숫자입니다.
뭐,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지만 좀 이야기가 중언부언일듯 하니 여기까지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