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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의 철도 시스템의 기능부전에 대해서 간단히.

10/7/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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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컨디션 악화도 있고 뭔가 이렇다 글을 적기가 잘 안되는지라 좀 블로그가 놀고 있었습니다. 좀 뜬금없지만 역사적인 이야기가 조금 화제가 되는 듯 해서 작은 꼭지 하나를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뭐 마침 레퍼런스 하나 찾은 걸 좀 잡아두는 차원도 있고.

 해방 직후의 철도는 그야말로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1945년 9월 28일자 시점에서 미군정의 언급으로는 경부선 1왕복 외에는 모든 구간의 열차가 운행을 중지한 상태였고, 1945년 10월 이후부터 어느정도 불규칙하게나마 열차를 살려내기는 하는데 1946년 중반까지는 경부선 2왕복과 각 간선 및 경인선 1왕복 정도를 다니는게 전부였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 빠진 이유로는 흔히 말하는게 관리직 17,000여명을 포함한 일본인 고용원 2만여명(총 직원수의 1/3 수준)이 일거에 일본으로 귀국되면서 인력 공백이 심각하게 벌어진 점, 그리고 2차대전 당시에 그야말로 혹사당한 차량과 시설탓으로 말을 합니다. 하지만, 이렇다 하더라도 일단은 최소한의 수송조차 되지 않은 것에는 결국 동력원의 부족이 있었습니다. 바로 석탄입니다.

 당시의 기록에서 1945년 해방 후 일본인의 사보타지로 인해 남한지역의 탄광들 다수가 정상적인 가동이 어렵다는 언급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 국내 탄광은 무연탄광이기 때문에 철도동력용으로서는 다른 탄종과 섞거나 중유를 배합하지 않으면 안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실 연탄제조가 한국에서 활성화된 이유중 하나도 무연탄을 가공해서 연료용으로 쓰려는 노력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조차 평양 주변에서나 활성화되어 있었다고 하기는 합니다만서도. 특히나 증기기관차용 석탄은 연소하기 쉽고 빨리 타는 유연탄이 주축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남한의 유연탄 수급은 철저하게 만주 아니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해야만 했기 때문에, 일제당시의 총독부 철도국도 이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골머리를 썩은 편입니다. 그런데, 해방 이후 이 루트가 모두 단절되면서 연료공급이 사실상 두절된 것이 해방직후의 철도의 기능부전의 본질이라 하겠습니다. 이 점은 사실 철도사에서도 적시를 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능부전이 된 이유로 일본이 탄의 수출을 방해하거나, 분탄이 많은 저질탄이나 수출하는 등 제대로 된 탄을 공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 즈음의 일본 국철 또한 상태가 매우 안좋았는데, 탄 수급 문제는 일본국철도 똑같이 겪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서 열차 감편이 일상화되다시피 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후 일본철도가 수력이나 화력을 근간으로 해서 전철화를 적극적으로 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고, 도카이도 본선의 전철화 역시 이즈음의 경험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추진되었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전철화는 그야말로 궁핍의 극이라서, 지방사철에서는 구식 내연동차를 개조해서 전차로 만들고, 변압기 용량 문제로 열차 교행시에 동시 가속을 억제시키거나 하는 등의 궁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전후의 동력난 문제는 단순히 패전의 여파 정도로 말하기에는 좀 개운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은, 당시의 수송력의 근간은 비대화된 석탄광업에 기인하고 있었고, 이 석탄광업이 비대화될 수 있던건 결국은 전시동원이나 약취유인에 의한 노동에 의존했기 때문입니다. 옛 증언에 보면 "타코베야"라는 말이 나오는데, 말 그대로 문어잡는 항아리처럼 중노동 현장에 유인하거나 속여서 취로시켜서는 도망가지 못하게 얽어매는 식으로 쳐박는 행태가 아주 흔했습니다. 뭐 꼭 한국인이나 중국인에 국한되는 사항은 아니긴 한다지만, 당시의 결과를 본다면 뭐 이런 말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다시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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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전시노동동원 관련 자료. 웹 검색으로 확보.
 위의 자료는 종종 인용되는 후생성 데이터의 인용자료입니다. 여기서는 전체 비율을 인용하기 보다는 총량을 적고 있고, 어느 부문에 배치되었는지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보면 1939년(중일전쟁 개전 2년 후)에 약 3.8만명이 일본으로 유입되었는데 태평양전쟁 개전이 일어난 1941년에는 5.3만명, 그리고 병력부족과 전략폭격 등으로 그야말로 총력전 태세가 된 1944년에는 28만명의 유입이 발생한 것이 확인이 됩니다. 이게 강제동원이냐 아니냐는 별론으로 하고(사실 이게 한일간 논쟁의 축이긴 합니다만), 이 시점의 유입인원 중 30%가 탄광으로 쳐박히는게 확인이 됩니다. 물론 그 이전의 유입인원은 대부분이 탄광과 토목현장으로 가고 있는 만큼, 누적인원으로 본다면 그야말로 "조선인을 갈아넣어 유연탄을 생산했다"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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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 당시의 상황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은 통계를 하나 인용하면 위와 같습니다. 일본의 탄광은 크게 홋카이도, 조반, 큐슈 등으로 대별됩니다. 하필 인용자료가 그나마 조선에서 가장 먼 홋카이도라 그렇기는 한데, 43년과 45년의 통계를 보면 실제 이 시기의 노동이입이 어떤가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갱내 노동인원을 보면 43년에 이미 조선인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고, 45년에 가면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갱외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은 조선인 비율이 10%에서 25% 정도로 변천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위험하고 지저분하고 힘든 갱내노동에 조선인이 주로 투입되다시피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소스를 찾지 못해서 명확히 말하기가 그렇지만, 이미 43년에 이르러서는 일본 탄광노동의 과반이 조선인이 되고, 1945년 정도 가면 조선인과 중국인을 합쳐서 70%가 넘어가게 됩니다. 정작 그나마 좀 멀쩡한 공장노동 같은데에는 조선인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았었으니, 가장 잔혹한 일에 외국인을 밀어넣고 그나마 좀 덜한 일에 자국인을 돌려막기 했다고 해도 그리 틀린 통계는 아니라 할겁니다. 

 이렇게 캐낸 석탄은 수송부문과 공업부문의 동력으로 투입되었고, 그래서 군수품 생산과 수송, 병력의 동원에 열심히 쓰였다 할겁니다. 그러다가, 전쟁이 끝나면서 비대화된 수송과 공업이 정리되고 식민지 체제가 정리되면서 저 막대한 노동력이 일거에 빠지게 됩니다. 군수가 축소되었다지만 전시에 억제된 민간수송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특히 식량난까지 겹치는 상황에서 교통수요가 폭주하지만 탄광노동력의 70%가 사라지면서 석탄산업 자체가 그야말로 공중분해되다시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경제블럭이 해체되면서 그나마도 일본의 탄광에 의존하던 남한의 철도는 그야말로 기능 부전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남한지역은 제대로 된 발전시설도 없고 공업기반 조차 빈약하기 그지없다 보니 일본이나 북한이 선택한 전철화 정책을 도저히 할 수 없었고, 결국은 미국제 디젤기관차를 축으로 해서 석유에 의존하는 형태로 동력근대화를 향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철화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된건 전력생산이 정상화되고 원자력발전이 도입되기 시작한 70년대 이후에 가능하게 된 것이고 말입니다. 

일제치하의 철도가 우리나라의 근간에 전혀 기여한 바가 없지는 않겠지만, 단순히 그게 식민화의 혜택이었다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머릿속이 꽃놀이판인 사람의 단견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겁니다. 그리고 그 알량한 "혜택"조차 무수한 착취와 억압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수준이라고 해도 될거고, 그렇기에 한국철도는 일본의 유산이 아니라 이 나라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재건한 것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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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와 관련된 이것저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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