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호 중 가장 고참은 91년 조달분으로, 2016년부터 도태가 시작되게 됩니다. 89년산이 과거 좀 남아있었지만 어느 새에 안보이게 되었고, 이후 93년부터 96년까지 조달된 구형차와 96년부터 들어오기 시작된 이른바 "리미트차"들이 2003년 조달 99량을 마지막으로 끝나게 됩니다. 대충 94년 도입분 정도부터 본격적으로 무궁화호의 감축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들의 도태개시는 25년 뒤인 2019년부터가 됩니다. 여기에 RDC 차량 또한 2017년부터 도태차가 나오게 되므로, 2017~2019년에 이들을 이어갈 차량들이 들어와야만 하는 각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기본적인 방향성이랄까 그런건 ITX새마을이 23편성이나 조달되어 있으니, 이 차량들이 하위차량 도태로 자연스럽게 급이 내려가면서 무궁화가 담당하던 영역을 치고 들어가고, 이른바 통근형 무궁화, 즉 통일호 도태 후의 격상열차나 이를 대체하는 기능을 고려한 열차들은 광역전철로 흡수를 해 가는 걸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타이밍도 어긋나는데다, 무궁화를 ITX새마을이 완전히 대체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는 ITX가 정차역을 새마을호 기준으로 잡다보니 아직까지 중소역들에 정차하는 것이 좀 지지부진한 면이 있어서기도 하지만, 의외로 ITX새마을이 투입되지 못하는 구간이 많다는 점이 있습니다. 즉, 비전철화 구간에서는 ITX새마을의 투입이 어렵고, 또한 단선구간에 대해서도 투입이 좀 지지부진한 감이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무궁화 차량과 달리 아직 잔여수명이 10여년은 더 남은 8200호대가 의외로 여럿 돌아다니고 있는데, 8500호대 등장으로 인해 이들을 화물용으로 전용하기에도 차량이 좀 남아도는 그런 문제가 생깁니다. 그리고, 의외의 헛점 중 하나지만 군 수송 수요들이 동차형으로는 맞추기가 어려운데다, 심지어 디젤차량에 화물과 혼합견인해야 하는 케이스도 종종 있다보니 객차의 소요 자체가 의외로 0이 되기 어렵다는 한계도 이습니다.
그렇다고 비전화구간 전용의 디젤동차를 사자니, 디젤동차 자체가 보기보다 싸지도 않고 손이 많이 가는 차종이라는 약점이 존재합니다. 물론, 기관차에 비해서 입환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동력 성능 면에서 사용가능한 구간이 의외로 한정되는 면이 있는데다 최근에는 동차왕국이라 불리던 일본조차 디젤동차의 국내조달이 어려워서 전기식 디젤동차로 갈아타거나 국제입찰을 추진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점점 영역이 좁아지는 단계에 있다는 점입니다. 고전적인 액압식 디젤동차들은 도태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전기식 디젤동차들은 가격대 면에서 비싼데 사용기간은 더 짧다는 한계가 있으니.
어차피 비전화구간을 위해서는 향후에도 어느정도 세력을 유지해야 하는 디젤기관차가 담당하는게 맞을 거고, 또한 파동수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객차 타입을 완전히 버리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주변국가와의 직결운행을 할 때, 상호간의 동력차를 그대로 인수해 운행하는 방식은 아직까진 난망한데다 워낙 장거리를 달리는 구간이 많아서 한계가 있습니다. 즉, 이런저런 이유에서라도 10여년 만에 객차의 조달이 어느정도는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하겠습니다.
다만, 객차조달의 방향으로 가더라도 현재의 객차세력을 그대로 객차로 대체하는 건 낭비성이 있고, 이미 전동차의 편의성에 익숙해진 상황에서는 가기 힘든 면도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를 했지만, 일단 지방노선의 경우 지역별로 광역철도망을 구축하면서 이들이 기존의 로컬 무궁화 계통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각을 잡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빨리, 그리고 가깝게 할 수 있는건 대전광역권인데, 충북선과 호남선 익산 및 광주까지의 계통을 광역전철 시스템에 통합해 가는 것입니다. 충북선의 경우는 하루 8왕복이 다니는 상황인데, 차량회전 면에서 좀 쉽진 않지만 승강장을 정비해서 광역전철 차량이 그대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하면 차량 계통을 이중화 할 필요 없이, 필요하다면 배차까지 늘려서 할 수 있게 됩니다. 대구권 또한 꽤나 오랫동안의 동차투입 계통인 경전선 마산까지의 계통을 이렇게 묶어가는 걸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한 포인트는, 이른바 착석통근 시장입니다. 이건 특히 경제력 집중이 몰린 경부선 서울~천안이나 서울~대전에 특히 강한 편인데, 현재의 누리로가 담당하는 영역이 그나마 가깝습니다. 이 영역은 2층동차나, 아니면 아예 2층형 객차를 통한 대체를 생각해 볼 수 있을겁니다. 최초의 누리로 도입 편성수가 8개 편성 32량이었는데, 량수는 2배 이상, 편성은 8개 편성에서 10개 편성까지 증강해서 서울~대전과 서울~천안~홍성(장항선 전철화가 된다는 전제 하에) 정도 구간에 100량 내외를 투입하는 방향으로 해볼 수 있을겁니다. 반드시 객차일 필요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차량개발에 들어가는 노력등을 생각하면 유럽 등지의 2층객차를 인테리어는 별개로 해서 직도입하거나, 라이선싱 해 오는 것으로 할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남는 영역이 비전화 구간 및 디젤견인 야간열차, 향후의 국제열차 충당차량 및 파동·유사시 수요일겁니다. 이 층위는 객차 외에는 커버를 할만한 수단이 없습니다. 따라서, 그대로 객차를 도입해야 할 것은 명확합니다. 다만, 기존의 무궁화 객차나 리미트 객차처럼 도입하는 것에는 좀 거부감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다, 무궁화 운임을 받는 객차라면 역시 지리멸렬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미 어느정도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전동차 공정 기술들을 유용해서, 스테인리스제로 된 23.5m 규격의 공통 차체를 개발하고, 그 내장부분은 가변가능하도록 만드는 쪽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객차와 달리 4량 고정편성 모듈 단위로 구성하거나, 총괄제어용 리셉티클을 연결해서 유럽처럼 운전객차를 도입하거나 하다못해 전기지령제동을 채택하는 디자인도 검토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차량의 조달 규모는 현재의 경부선 야간열차 5왕복 및 중앙선계의 2왕복으로 총 14개 열차 규모의 차량이 필요하며, 여기에 파동수요를 감안하면 3~4개 열차 편성이 추가적으로 필요하게 됩니다. 즉, 17~18개 열차로, 8량편성 기준으로 144량 정도가 필요하게 됩니다. 일시에 전부 조달은 어렵다고 하지만 차량도태에 맞춰서 연간 40량~50량 내외의 조달이 필요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2020년 이후 외교환경 등을 고려해 국제열차용 및 유사시 수송 충당용 차량의 추가 조달을 생각해 볼만 할겁니다.
여하간, 객차라는 차종이 좀 구식이고 그래서 꺼려하는 감은 있지만 좀 제대로 만들어서 객차 외엔 투입이 부적합한 영역에 가늘고 길게 쓰는 방식은 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