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관제 운운하면서 국가가 하는게 당연하네 어쩌네 하는데, 그러면 쌩판 국가조직도 아닌 남인 미 공군이 하는 국내 공항과 그 주변 공역 관제권도 국가가 회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가의 재산인 영공을 특수관계라지만 남에게 그렇게 떠넘기고 있는게 이상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항공관제와 철도관제의 가장 큰 차이는, 항공관제는 가장 키가 되는 공항 슬롯의 배분 문제를 빼면 기본적으로 배제성이 그리 크지 않은 관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고도의 시계비행 영역이야 당연히 그렇지만, 항공기는 정해진 항로를 다닌다고 하지만 3차원 공간상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고도나 상대적 위치를 가지고 얼마든지 항로에 여러 편을 넣을 수가 있습니다. 물론 한계는 있어서 고도는 3천 피트 단위로 층을 나눠서 쓴다거나, 공역 폭의 제한때문에 무작정 많이 넣지는 못하지만, 그 특성상 철도보다는 도로에 가까운 구조가 됩니다.
하지만, 철도는 절대 이런 식으로 우격다짐이 불가능할 뿐더러, 한 열차가 점유한 상태에서는 해당 구역은 말 그대로 점유상태가 됩니다. 이 점유 상태에서는 무슨 수를 써도 해당 구역을 그대로 통과할 수 없고, 그 결과 만약 궤도 위에서 차가 고착되어버렸다고 하면 그야말로 아무도 그걸 피해갈 방법이 없으며 조치하는 것 또한 그걸 핸들링 할 수 있는 장비가 올때까지는 꼼짝할 수 없게 됩니다. 항공기처럼 유연하게 피항이나 회항한다는 것도 철도의 경우는 우회, 억지 후 대체수송 이런거 밖에 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복선이나 복복선이라면 좀 이야기는 다르지만) 결국 철도는 긴밀하고도 철저한 통제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보수작업은 기본적으로 시설의 사용을 중단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는게 철도의 특성 중 하나입니다. 항공의 경우 항로를 정비한다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항법설비들을 정비하는 일은 있겠지만, 최악의 경우 육안이나 기체 자체의 항법기기류를 통해 비행해 갈 수가 있습니다. GPS나 INS같은 기술도 있고, 또 지상에서 레이더를 통해 위치를 파악해 지령을 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철도는 정비 중인 시설은 기본적으로 중단될 수 밖에 없고, 복선이나 복복선이라 하더라도 제한적인 운용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게 안되면 그대로 대형사고로 이어지는게 기본이니.
무엇보다, 이런 통제구조 때문에 어떤 사고나 사건이 벌어지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책임의 다수가 관제에 귀속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직접 과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현장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특정한 열차가 손해를 보는 일은 부지기수로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이 손해를 배분하는 것이 관제가 됩니다. 문제는, 이 손해를 배분하는 과정이 자기의 사정이 아니라, 타인의 사정, 즉 관제가 남이 되었을 때 그 귀책에 따른 금전 배상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에 생기게 됩니다. 즉, 관제를 쥔 사람은 그 배상의 책임도 가져가야 하는데 이때 돈 우선으로 가게 될 경우는 참으로 재미있는 전개가 되게 됩니다. 즉, 흔히 생각하는 중립적 관제가 아니라 유전무죄의 관제가 되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관제를 공무원이 통제하는 상황이 될 경우, 공무원에 의해 공사 직원이 직접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가 되는 점이 생깁니다. 물론 공무원이 일반 사인에 대해서 어떤 지시를 하거나 할 수 있는 건 법률에 의해서 할 수 있게 보장되는 경우가 많고, 탐욕스런 관료들이 이런 법률적인 부분을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겁니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될 경우, 이게 사실상 공사직원 개개인에게 업무지시를 내리는 식의 구조가 된다는 점이 생깁니다. 극단적으로, 1시간 이상 장시간 지연을 관제의 사정으로 지시할 경우, 근로자 개인이나 공사의 노무관리를 벗어난 임의의 근로가 생겨나는 구조가 생기게 되고 이건 지금 사회에 만연해 있는 파견노동이나 위장도급 문제로 볼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정상적인 노무관리를 넘어서는 지시가 만연하게 되면 이건 그야말로 정부가 앞장서서 노동법을 해체하는 미친 상황이 된다 하겠습니다. 뭐 이미 사방에서 그러고 있기는 합니다만서도.
솔직히 말해서 안전문제에서 즉시 사업권을 정지하고 사장 해임을 시키겠다는 인민재판 수준의 대책을 안전대책이랍시고 던지는 정부니, 내놓는 정책 수준이 딱 그모양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런 짓거리를 해대고서 사고가 나면 솔직히 철도회사 사장 문책만이 아니라, 국토부 고위관료들도 오송역 광장에 늘어서서 국민의 죽창으로 문책을 좀 받아야 할거라고 봅니다. 섯부른 합리화 정책, 무작정 저운임 긴축만을 10년동안 내리찍어댄 정책에 이제는 압살정책 수준의 막나가는 정책남발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걸 주무관청이네 어쩌네 놔두기엔 쌀이 많이 아까운 생각까지 든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