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선 자체는 영업이 좀 되다가 버려진 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한국판 청년이천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기는 합니다. 일제때 공사를 좀 해뒀다지만 흐지부지 되었던 선이고, 해방후 능의선으로 공사재개를 하면서 "한국판 야마노테선"이라는 드립을 치면서 교외개발의 효시가 될 것이라고 떠들고 그랬지만, 실은 이 노선의 존재의의는 연선 곳곳에 깔린 서울을 방어하기 위한 군부대의 보급선이 제1의 목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후 전철화 과정에서 순환운전이 폐지되어버리고 하면서 더더욱 고립지경이 강화되고, 이후에는 수도권 노선 주제에 PSO를 받는 것이 괘씸하다는 이유로 운행포기가 결정되어버린 그런 노선입니다. 이젠 화물조차도 안다닐 지경이 되어서 사실상 방치선이랄까.
사실 교외선 연선 환경을 보면 사실 버스 대체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한데다, 이미 관광지로서 부활할만한 여력은 없다고 봐도 될겁니다. 철도공사가 TLX나 새마을호 객차를 투입해서 지역 관광 서비스를 시도해 봤지만 다들 맥을 못추는 결과로 끝이 났었습니다. TLX(지금은 레이디버드를 거쳐 e-train이 되었지만) 같은 경우는 나름 야심작으로 전망차까지 개조해 넣었고, 저 구간의 커플링으로 경원선 한강구간의 야경까지 끼웠지만 실적이 그리 좋지 못했던건 70년대의 MT문화에 기댄 관광 아이템이 별 상업성이 없었다는 증거라 할겁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무가선 트램을 투입한다고 해봤자 시설투자비를 좀 절감하는 정도의 효과 이상은 거두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물론 시설투자비 절감이 크기는 합니다. 역의 기존 승강장이나 좀 보수하는 정도로 얼마든지 때울 수 있고, 역무자동화 투자도 없어도 되니. 하지만, 수요가 아예 빈약한 상황은 투자비를 아껴도 수익이 나온다는 보장을 주질 못합니다. 교외선 같은 경우 수요를 견인해 오려면 시간당 1~2왕복을 설정해야 하겠지만, 그정도의 대량투입을 합리화할 수요가 나올까라고 보면 솔직히 말해서 무리인 구간입니다. 그나마 기대해 볼 수 있는건 의정부에서 가능동이나 송추 정도, 벽제에서 능곡까지의 구간수요 정도지만, 솔직히 말해서 버스 쪽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고, 고양시 구도심 지역은 일산선의 병행이라 영양가가 별로 없을 가망이 높습니다.
여기에 무가선 트램으로서는 좀 한계가 있기도 합니다. 바로 송추에서 의정부 사이의 산악구간인데, 이 구간은 일영 이서 지역과 달리 죄다 산에 터널 투성이의 구간이고, 그만큼 경사도가 심한 구간이기도 합니다. 이전에 듣기로는 평균구배가 20퍼밀 이상이 나오는 걸로 아는데, 이런 빡빡한 구간을 능곡에서 20km쯤 달려와 배터리 용량이 간당거리는 무가선 트램이 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의정부에서 진입하는 경우 내리막을 쭉 내려갈 수 있어서 충전을 할 수 있긴 하지만, 한 방향으로만 운행시킬 게 아니라면 이건 좀 무리수가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송추나 일영에 충전을 위한 역 구내 가선을 두는, 일본의 하이브리드 전동차가 취한 꼼수를 쓰기에는 정차시간이 길어지는 한계가 있기도 하고, 전차선을 부분적이나마 가설하는데 따른 안전이나 관리부담도 생깁니다. 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달까.
덤으로 무가선 트램이 직류용이라는 점도 걸리게 됩니다. 교류용 차량이라면 별도의 주변압기를 두어야 하는데 현재 구조상 이걸 설치할만한 공간이 있을거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의정부와 능곡 양 역은 모두 교류구간으로 무가선 트램의 적용이 곤란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교류구간은 무가선 운전을 전제하거나, 아예 근래 개발된 무접촉 급전장치를 궤도쪽에 부설하는 식으로 피해가는 건 가능하겠지만, 역시 당초의 저투자로 투입한다는 목적에서 많이 벗어나게 되어버립니다.
어차피 무가선이 기술적으로 좀 곤란하다면 차라리 정공법을 들어가는게 낫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합니다. 과거 경기도에서 제시했던 전철화 안을 좀 변경해서 아예 교외선을 의정부-서울간의 병행선으로 가닥을 잡는게 낫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차라리 전선 전철화 후 의정부에서 무정차 통과로 밀어넣는게 낫지 않은가 라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기왕 전철화 투자를 좀 끼워넣을 수 있다면(그러면서 복선전철화나 대개량은 좀 어렵다면) 아예 서울지하철 3호선의 지선이나, 신분당선 도심연장선의 지선으로 편입시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3호선 지선으로 가닥을 잡는다고 하면, 구파발 까지 5km 정도, 지축기지 구내배선을 개량해 고가선으로 이어간다면 4km 정도의 연결선이 소요가 됩니다. 이 구간 중에 직교절환구간을 두는 걸로 가닥을 잡으면 직결 자체는 단선전철화 수준으로도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간당 1~2편의 접속이겠습니다만. 도중 역들은 고상홈 개량 정도로 하되 수도권 역과 달리 간이개찰을 두는 정도로 퉁치고 갈 수 있을겁니다. 이정도로 억제를 한다면 단선전철화 정도로 넘어갈 수는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물론, 송추 넘어가는 구간의 연속터널들이 60년대 초반에 지어지거나 어쩌면 일제시대의 유산일 가망이 있고, 그때 지어진 구간들은 종종 단면이 부족해서 전철화가 곤란한 경우가 많아서 아마도 이렇게 간단하진 않겠습니다만.
직결로 가닥을 잡아도 단선전철화 상태에서는 1호선에 비해 속달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는 합니다. 도중 정차역으로 송추와 신설역 2개역에서 교행 정차 전제로 친다고 해도 소요시간으로 1호선을 압도하긴 쉽지 않을겁니다. 그러나, 독립문역이나 경복궁역 정도에 엇비슷하게 도착한다면, 그다음은 버스 환승 등의 최종연결만 잘 풀리면 어떻게 해볼 여지는 있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덤으로 지축이나 구파발 접속만 확보되면 고양시 일산지역으로의 루트도 확보가 되니 양쪽으로 풀 수 있을거고 말입니다.
물론 이렇게 하면 일영에서 능곡간의 기존 단선은 사실상 용도가 애매해지게 되고, 과거 구상은 이 구간까지 겸상해서 개량하는 걸로 가닥을 잡았는데, 그냥 이 잔여구간을 무가선 트램의 운행구간으로 쓰는 방식으로 돌리면 어떨까 싶습니다. 어차피 답이 없는 구간에 대개량을 하지 않으면 수요처라 할만한 고양동이나 관산동의 시가지를 찌르지도 못할 판이니. 다만, 무가선으로 다니되 구 원릉역을 기점으로 배차를 반토막을 내거나 하는 식의 대처를 하는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차피 존속의 이유가 군 화물 정도 밖에 없고 그래서 폐지하기 어렵다면 그정도로 정리해 쓰는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현재로서는 아직 구체화 된 것도 없고 아마도 좀 쉽게 결단이 나오기는 쉽지가 않을겁니다. 대규모 투자라면 더더욱 그렇고. 하지만, 근래 의정부 지역이 어느정도 팽창세가 있기도 하고 이미 기투자된 경전철이나 민자역사 같은 투자들을 살려 강화하려면 좀 전향적인 투자 결정이 있는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P.S.:
그러고보니, 교외선이 서울의 북부우회선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편인데, 정작 이 우회선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확보하기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경원선 백마고지 방향으로의 삼각선이 없는 점이 걸립니다. 근래엔 오히려 그 삼각선의 예정부지라 할만한 미개발지에 택지개발계획을 서두르고 있는데, 여기가 개발되고 나면 그나마 싸고 빨리 할 수 있던 대안조차 날아가고 8~10km의 터널구간을 잔뜩 끼운 비싼 삼각선을 해야 할겁니다.
일단 어차피 지상구간으로 하기 어렵다면 녹양역에서 단선 삼각선으로 붙이는 정도라도 좀 서둘러 해야 할 것입니다. 택지지구가 토막나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도로 병행선을 늘리고, 고립되는 삼각형 토지는 공원용지 등으로 활용하는 단서를 붙이면 어찌저찌 할 수 있을거라 봅니다. 가능하다면 대대적인 고가를 끼워 입체교차를 확보하는게 이상적일테지만, 이건 아마 무리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