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감 전후해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또 이번에 이걸 가지고 긁어대는 걸 보니 배후가 많이 궁금해집니다. hoxy?
일단 사람들이 프로토타입과 양산차의 개념이 워낙 없는 것이 문제일겁니다. 해무는 어디까지나 프로토타입이라고 할 수 있고, 이 차 그대로를 양산하기 보다는(아마 외형까지는 그대로 가긴 하겠지만), 요소기술들을 활용해서 양산차량이 설계될거고, 이 양산차량은 접객시설이나 각종 기성 시설물의 성능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맞추면서 만들어지게 될겁니다. V150과 TGV DASYE 및 POS 차량이 그러하고, FASTECH 360과 E6, E7계 차량이 이런 식의 연관을 가지게 됩니다.
사실 프로토타입에서 많은 부분이 이어지면 바람직하지만, 실제로 요소기술 레벨에서 사용 가부가 틀어지거나 개발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현장에서의 여건, 정비성이라던가 공급단가, 제조 편의성 같은걸 이유로 생략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이른바 G7이라 불리는 산천의 프로토타입 차량은 많은 부분이 이어져 왔지만, 대차 커버나 레일 와전류 제동 같은건 포기되었고, 판토 같은 경우도 해외 양산품을 채용하는 걸로 가닥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TTX 차량 또한 개발 후 양산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차체경사기술의 장단점이나 한계를 알 수 있었고, 실제 개발 과정에서 얻어진 요소기술들은 ITX청춘에 녹아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기술 자체를 개발하는 것에 만족하는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렇게 찔러본 기술이 나중에 살아나는 경우도 생기고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사장되었네 마네를 논하는 건 굉장히 뭉개버리는 것이라 할겁니다.
앞서의 글에서도 말했지만, 해무의 가치는 430km/h의 설계속도나, 370km/h의 영업속도같은 단순 최고속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동력분산형이라는 구조를 바탕으로 한 정원 증가나 고 가감속도 실현으로 정시성 개선, 전기제동의 적극 활용을 통한 에너지 절감 및 소음 분진 부담 절감 같은 걸 모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최고속도 마진이 330km/h에서 350km/h이상으로 일거에 올라가는 만큼 거주성이나 승차감이 개선될 수 있으며, 고 가감속도와 함께 중속/고속역의 가속성능 개선효과로 다이어 면에서도 좀 더 마진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정차역 같은 여러 조건이 종합 검토는 되어야 하지만 경부고속선 정도면 5분 정도까지는 사용 가능한 다이어에서 짜낼 여지가 생기게 되고, 이건 인프라 투자로 따지면 거의 조 단위의 투자랑 맞먹게 됩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고속선 자체가 일본처럼 마진이 전혀 없는 인프라도 아닙니다. 일본의 경우 R=4000짜리 곡선을 가진 도호쿠 신칸센에서 320km/h까지, R=2500 기준 설계인 도카이도 신칸센에서도 270km/h까지 뽑아내고 있습니다. 도카이도 신칸센의 경우는 축중기준이 후져빠진데다 덤으로 2500곡선보다 더 아래라서 250km/h 감속을 하는 구간이 종종 있는데, 이걸 차량쪽으로 메꿔넣어서 270km/h 순항을 확보하는 짓까지 해대고 있습니다. 근데 경부고속선의 경우 R=7000m이라는 미친 수준의 설계기준을 적용했고, 호남고속선도 R=5200m이라는 굉장히 고규격의 설계기준을 썼습니다. 물론, 신호나 궤도, 토목시설 쪽에서 보강이 따라야 저 마진을 쓸 수 있기는 하지만, 향후 추가투자를 하거나 개량사업을 통해서 얼마든지 마진을 끌어낼 여지가 있다 할겁니다. 물론 경제성 검토가 따라야 하겠습니다만.
ITX새마을의 우를 반복해서는 안될겁니다. 차량소요가 처음 제기되던 2007년 경에, 감사원의 지적으로 인해 150km/h 이상의 속도를 낼 선구가 없으니 150km/h 급 차량으로 사라고 뭉개버렸는데, 차량이 들어온 2014년에는 그 주요투입선구 중 신호개량이 실시된 전라선에서는 230km/h운전이 이루어지고 있고, 호남선 쪽 또한 광주송정 이남으로는 개량이 이야기 되고 있습니다. 이후 투입이 예상되는 경전선이나 장항선, 중앙선 같은 경우도 고속화 사업이 속속들이 진행중이고 ITX새마을의 수명주기 내에서 200km/h 선구가 국내 철도의 대다수를 차지하게 될 전망이 서고 있습니다. 결국 기껏 선로를 건설해 두고서도 차량이 받쳐주질 못해 투자가 낭비되는 바보같은 일이 이루어진겁니다. 해무 역시 비슷한 실패를 겪는 우를 저질러서는 안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