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분야의 개발 모색 자체는 꽤 오래된 것으로, 대충 2007년 경부터 떡밥을 뿌려대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이때는 말 그대로 스트리프 퍼니쳐 하나 뽀대나는거 하나 걸쳐보려는 좀 허영스러운 사업에 가깝기는 했었던 느낌이고, 결국 국립공원 개발 문제가 걸리는데다 시정관련한 갈등도 있다 보니 흐지부지 되었던 걸로 압니다만, 기술 자체는 계속 구상과 개발이 진행되어 와서 이번에 실제 시험선에 까지 이른걸로 보입니다.
노선에 대해서는 대충 찾아보면 답이 나올테니 따로 언급은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구간에 산악트램을 설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해당 관광지에서도 후미진, 잘 알려지지 않은, 심지어 철도나 버스 루트와도 동떨어진 외진 곳에 왜 이런걸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뭐랄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트램을 해볼 시도라도 해볼 수 있던게 아닌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겨울에 차단까지 먹는 북사면 도로다 보니, 라이프라인 유지를 위해서라도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달까.
다만, 우려가 되는 부분은 산악열차의 운행 특성에 대해서 너무 낙관하고 있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계적으로, 일단 알려진 모델은 아프트식 치차궤조를 쓰는 걸로 보이는데, 이게 가장 메이저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정작 스위스의 유명한 산악철도들은 이거보다는 스트럽 식이나 여기에서 파생된 방식들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이쪽이 유지보수면에서 유리하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프트식이 더 확실하고 횡방향으로의 이탈가능성이 적긴 하지만, 레일이나 기어의 마모가 더 빠르다는 약점도 있다는 모양인지라.
또한 차량의 속도는 융프라우반 같은 경우도 15~25km/h정도로 사실 자동차에 비해서 굉장히 느린 속도를 가집니다. 치궤구간이 아니더라도 40km/h 정도에 불과한걸로 아는데, 이런 속도인데도 장사를 할 수 있는건 이게 차로는 가기 힘든 급경사지를 기후조건에 큰 영향 없이(라지만 폭설이나 강풍에는 한계가 있긴 합니다) 밀고 올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알프스 산간지역쯤 되면 20세기 초반까지 겨울엔 완전히 고립되는 지역이 속출하는 막장 자연조건이고, 철도선 중에도 겨울동안 교량을 철거해서 운행중단을 하던 경우도 있었을 정도니. 자동차와 공용으로 운행할 경우 아무래도 한계가 명확하달까 그렇습니다. 시가지 도로의 경우는 복잡하긴 해도 시야가 확보되는 편이지만, 산악도로는 곡선이나 구배가 심해서 차량을 인지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이건 그야말로 사고에 쥐약이 되기 좋달까 그렇습니다.
여기에 18km에 달하는 장대한 구간에 중간 교행역 같은걸 생각하지 않고 지을 경우엔 역시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산악트램의 경우 운행구간의 두절이나 사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열차 위치나 상태를 확인하고, 유사시 열차의 억지를 실시할 수 있는 설비가 필수적입니다. 산악철도를 복선으로 깔 수 있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수준에 가깝고, 특히 치궤구간에서는 거의 복선화를 기대하기가 어려울겁니다. 시험선에 교행역을 여럿 설정하고 복수의 차량을 굴리기는 어렵기는 하겠지만, 이게 단순히 영업적 이유가 아니라 안전에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해서 좀 고민이 필요하달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유지보수의 문제가 따릅니다. 치궤철도 자체가 도유기를 차에 붙이고 다녀야 할만큼 치차의 윤활관리가 중요하고, 또 지상측의 랙레일 쪽도 유지보수가 늘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궤도가 산악에 위치하고 급경사가 속출하다 보니 유지보수가 굉장히 까다로워지기 쉽습니다. 야간작업 자체가 지극히 불리하게 될수도 있고, 눈으로 두절된 상태에서 구원이나 보수가 필요할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의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자연조건이나 국토조건에서는 홋카이도나 러시아, 북미처럼 인가가 차로 하루거리는 가야 하고 불곰이나 호랑이가 돌아다니며, 겨울 한번 지나면 노반이 아작나는 그런 미친 환경은 아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극한 환경에서의 작업조건이기 때문에 고민이 필요할겁니다.
사실, 계획된 노선을 위성사진이나 지도, 로드뷰 같은걸로 둘러보면, 도로 중앙을 달리기 보다는 산간측으로 도로를 확장해서 여기를 달리는 쪽이 낫지 않나 싶고, 도로의 헤어핀 커브가 연속으로 나타나는 포인트는 아예 터널이나 교량으로 가로질러가거나 하는 식의 토목공사를 병행하는게 나을거라고 봅니다. 물론 이러면 등산탈레반들이나 환경단체에서 굉장히 싫어하기는 하겠지만, 통행도로의 안전과 열차운행의 안전과 안정성, 그리고 자연보호를 모두 할수는 없으니 어느정도 트레이드 오프를 해야할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트램으로 도로운행횟수를 절감하는 만큼 자연보호에도 유리해지고, 사람의 진출입 역시 통제가 용이해지는 장점이 있을테니 어느정도는 타협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간의 교행역을 전략적으로 잘 선정해야 할거라고 봅니다. 일단은 거점이 되는 몇 군데 지점은 측선이든 인상선이든 예비선을 포함해야 할거고, 또 교행 신호장을 두어야 할 경우 일부러 터널구간에 설치하거나 해서 유사시 구난지점으로 활용하고 전철기를 터널 내에 두거나, 아예 쉘터화를 시켜서 수송장애를 최소화하는 식의 배려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겁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 철도역과의 접점까지 어떻게든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을겁니다. 문제는 지금 계획선에서 가장 가까운 철도역까지는 운행조건이 그야말로 널뛰기를 하는게 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산악구간은 일단 그렇다 치는데, 여기서 또 비교적 규격이 좋은 지방도로를 타고 가다 시가지를 가로질러야 하는지라 단일 차종으로는 사실 제대로 서비스를 하기가 어려운 여건이랄까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버스나 별도의 트램노선으로 환승을 더 끼워넣는건 손해가 막심할 수 밖에 없고 말입니다. 이 부분 때문에 저게 정말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포인트인데... 일단 사업이 어느정도 성공한다면 사업 확대를 통해 좀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좀 기술적으로 모험적인 사업이다 보니 반신반의하면서 보고 있긴 합니다만, 이게 좀 잘 풀리면 떡밥처럼 풀렸다가 이슬처럼 사라진 평창올림픽역을 살려볼 여지도 있을거고, 또 나름 산악 관광지이지만 개발 옵션이 애매한 곳, 또 생활노선이 필요함에도 급경사다 보니 제대로 서비스가 공급되지 못하는 곳에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됩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도시 재생에도 기여할 수 있고, 향후의 노인증가로 인한 교통복지 문제에 대안을 줄 수 있을테니 여러모로 사회적 가치가 있을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