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오류동역의 화물지선은 이름이 참 애매한 편입니다. 정확히는 화물지선과 전용선이 한 선로에 겹쳐 있다 보니 이름이 참 애매합니다. 과거 황산조차 수송이 이루어지던 시설이름을 따서 경기화학선 내지는 KG케미칼선이라고도 부르고, 또 군부대 이름을 따서 3군지사선이라고도 합니다. 한편으로 한국철도건설사 등 공식 간행자료에서는 1958년에 개통된 이 선로의 공사선명을 오류동선이라고 부르며, 오류동역 구내의 주의표지판에는 "오류선"이라는 이름이 나옵니다. 또한, 근래 항동철길이라는 이름까지 쓰이고 있어 명확한 선명이 불확실한 그런 케이스랄까 그렇습니다.
여하간 행로는 오류동역 쪽의 출입금지 표지부터 시작해서 연동로의 버스 정류장 까지 대략 2km정도를 걸어봤습니다. 선로 무단침입이라 할 수 있어서 좀 캥기기는 합니다마는, 이미 산책로 가깝게 쓰이는 길이 되어버리기도 했고 해서 살살 걸어다녀 봤습니다. 선로상태가 워낙 안좋기는 하지만, 운행자체가 중단된 선로는 아니고 드물게 화물열차가 다니기는 한다고 합니다만, 역 구내에 화물열차가 없고 시간관계상 나올 화물열차도 없으리라 보고 이동을 했습니다.
역 진입하는 초입 부분에 건널목이 있고, 여기서 조금 더 가면 과거 동부제강 전용선이 들어가던 흔적이 보입니다. 아마도 철강제품 운반용으로 쓰던 전용선의 진입선로겠지만, 폐지된지 아마 20년은 넘지 않았을까 싶은 모양새입니다. 이미 공장 자체도 없어져서 창고시설로 쓰이고 있는 상황이고, 아마 도시계획이나 교통영향평가 같은게 걸려서 여기를 헐고 아파트단지를 만드려는 계획은 무산되었던 모양입니다. 폐허가 된 모델하우스가 하나 서 있는걸 보니 그런거 같달까.
사진에 보이는 커브를 넘어가면 오르막 구배가 시작이 되는데, 지도나 위성사진으로 볼때는 전혀 몰랐지만 생각보다 가파르고 꾸준히 올라가는 구배여서 놀랐습니다. 언덕이 있으니 오르막이 있겠거니 했지만 생각 이상이랄까. 물론 걸어다니는데 힘이 들어갈 만큼 가파른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오르막이란 느낌이 오는 수준이어서 대충 어림짐작으로는 20~25퍼밀 정도, 어쩌면 30퍼밀에 육박하는 수준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이 구배가 산을 절개한 지점까지 계속 이어지니, 대략 1km가까운 연속구배인 셈인데 잘도 이런 걸 화물선으로 쓰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의외는 선로가 지나가는 부지 폭이 오래되고 낡은 시가지의 전용선임에도 불구하고 넓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복선화를 전제로 그렇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정식영업선로로 전환할 생각이 있었던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두번째 건널목을 지나 빌라촌 뒤켠으로 들어가서는 시가지 내 전용선 답게 펜스도 없이 도로와 공간을 같이 쓰는 구간이 이어지지만, 실제 전용선 옆으로 녹지가 넓게 있어서 복선을 깔아도 들어갈 정도는 된달까. 거의 구 용산선 정도의 규격은 나오고도 남음직 하기는 합니다.
이 긴 언덕을 올라가면 산자락을 쪼갠 절개지가 나오고, 근래 예술가들이 치장해 놓은게 보입니다. 예술가들에게는 낡은 낭만이나 산업화의 잔재 정도로 보이겠지만, 사실 이 선로는 여전히 운수시설로 쓰이고 있는지라 이런 낭만화를 편하게 보긴 좀 그랬습니다. 그래도 중간에 만들어놓은 항동철길역 오브제는 좀 재미있게 보기는 했습니다. 정말로 그 철길역 부근에 역이 들어서게 된다면 재미있을 듯 하지만, 이건 그냥 희망사항일겝니다.
언덕 너머쪽은 이미 개발의 광풍이 시작되고 있어서 토지 조성에 들어간 곳도 있고, 수목원 시설이 이미 잘 다듬어져 있기도 했습니다. 아주 예전에 이 근처를 지날땐 전원풍경 그 자체였고 멀찍히 역곡 부근의 아파트 정도만 보였는데, 어느새 시가지가 많이 밀고 들어와 있었습니다. 또 간선도로도 하나 새로 뚫려서 그야말로 철길의 미래가 그리 멀지 않았단 느낌이었습니다.
이전에 구로기지 이전 관련해서 몇가지 이야기를 던진 적이 있는데(링크), 구로기지 이전을 하면서 기지기능을 유지하고 공사를 쉽게 하려면 이 오류동선을 활용해서 인입선으로 3~4년 정도 활용하는게 굉장히 긴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과거 2000년대 중반쯤에 구로기지 이전사업을 검토할때 오류동선 인근에 주박선로를 두려는 검토안도 있기는 했었고.
실제 답사를 해보니, 고가선으로 넘기지 않고 10~15퍼밀 내외로 내려가는 선로를 구 동부제강 인입선 자리 부근부터 빼내면 오류동선 활용의 최대 병목이 될 아파트-주택가 사이 구간을 쉽게 회피할 수 있을걸로 보입니다. 단선으로 선로를 2년 정도 사용중지하고 공사를 한다면, 도로교점부분이 좀 까다롭고 또 7호선 지하구조물 관련이 있긴 해도 1.5km정도의 터널과 트렌치 정도로 전동차가 다닐 수 있는 선로를 확보할 수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이후 구간은 답사를 제대로 못했지만, 자잘한 건널목을 정리하고 큰 건널목을 유인화하면 지방 단선노선들 수준으로 차가 다닐 수 있을 거 같아 보입니다.
특히 구로기지의 일부기능을 먼저 이전시키고 한동한 입출고선으로 전철화해서 사용하다가, 이후 광명방향 지선이 완공되면 이쪽은 보조 인입선 정도로 쓰면서 지선 영업을 한다면 개발사업에 편승해서 어느정도 영업선으로 굴릴만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터널구간에 역을 하나 끼워넣으면 300m정도긴 하지만 천왕역 환승도 확보할 수 있고, 지선 연장이 생각보다 긴 편이어서 항동보금자리 지구, 부천옥길지구, 시흥시 과림동 정도에 철도를 보급해 넣을 수 있고, 전용선 운행 편의도 개선할 수 있을거 같기는 합니다. 대충 정차역 중 한두개 정도 교행시설을 두면 회송열차와 지선열차 혼용에 큰 무리는 없을거고 말입니다.
사실 높은 규격의 선로를 선호하는건 이용자 만이 아니라 운영사 쪽도 효율이 좋기 때문에 선호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수도권 내에 좀 이색적이고 구태의연한 선로 하나 정도는 좀 있으면 좋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물론 적자선을 면키는 어렵지만, 이 노선 자체가 일종의 특수목적선으로 유지되는 상황인 만큼, 여기에 숟가락 한두개 더 얹어서 가는 것도 좀 해볼 수 있지 않나 싶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