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자로 SNCF가 보도자료를 하나 풀었습니다. 부정승차와의 전쟁에 새로운 한 걸음이라는 이름으로 내 건 보도자료의 내용은 다른거 필요 없이 위의 사진 하나로 설명이 될겁니다.
아시다시피, 유럽에서는 이른바 신용승차제라고 불리는, 자율적으로 티케팅을 하고 승차하는 제도가 광범위하게 보급되어 있습니다. 즉, 이용객의 양심에 맏기는 승차권 제도입니다. 이걸 운용하기 위해서 정기권 제도가 굉장히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보급되어 있고, 동시에 사법당국의 적극적인 협조 하에 운송사 직원과 사법경찰 합동으로 차내단속을 실시해서 부가금 아니면 형사처벌로 조지는 무작위 검표제도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신용승차제도는 유럽의 문명개화와 성숙한 시민의식을 상징하는 그런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러나, 근래의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보니 지하철 단위에서는 개집표기를 설치하고, 지능형 CCTV를 활용한 부정승차 단속을 한다거나 하는 점점 강화된 통제가 나타나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뭐 이민자 탓이라는 우파의 말과, 소득격차 확대로 인한 공동체 붕괴라는 좌파의 말이 있지만 원인이 뭐가 되었든 구 제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건 명확했고.... 그리고 급기야 SNCF가 간판상품 TGV에 대해서 자동개집표를 시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번 자동 개집표 설치는 어디까지나 시험적인 것으로 파리 몽파르나스역과 마르세이유-생-샤를 2개 역에 3개월간 적용한다고 합니다. 장비는 여러 회사의 것을 병행 사용하면서 비교경쟁을 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탈레스, IER, 슈미트&바흐만, 그리고 제록스 사의 것을 쓴다고 합니다. 동작방식은 비접촉 스캐너 방식이라고 하는데, 종이 승차권이나 스마트 폰 및 스마트카드 모두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 걸로 봐서는 영상판독장치와 RF장치가 모두 들어있는 방식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SNCF는 이 부정승차에 대해 "전투"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꽤 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부정승차로 보는 손실규모가 추산이긴 하겠지만 총 매출의 2%가까이, 약 연간 3억 유로(약 3천9백억 원)에 이른다고 할 지경이니 이해가 될만한 부분이랄까 그렇습니다. 여하간 이를 위해서 2012년부터 차내 휴대장치를 직원에게 지급해서 개찰구 초입에서 이용객의 승차권을 체크하는 방식으로 대응을 했었다고 합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식으로 두단식 승강장 초입에서 이런 휴대단말을 통한 스캐닝 체크를 한거였는데, 이걸 통해 부정승차를 거의 25% 정도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좀 튀는 부분은 이런 승차권 검표에 대해서 이용객의 88%가 찬성 의향을 설문조사에서 보인다고 합니다. 사실 부정승차자가 일반 이용객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거나 하는 부분은 적지만, 이런 이들을 매우 꼴사납게 보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그런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사실 간접적으로는 수입결손분을 정상이용객이 더 부담하는 구조가 되기 쉽상이다 보니 아무래도 밉상일 수 밖에 없기는 합니다만서도.
사실, 이번 조치가 단순히 부정승차 통제 차원 정도로 보기에는 좀 여운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을 합니다. 근래 유럽이 테러리즘의 타겟이 되면서, 특히 프랑스 같은 경우 수 차례 굉장히 강경한 테러가 이어졌고, 얼마전에는 국제선 TGV 차내에서 AK소총을 난사하려다가 여행중이던 미 해병들이 제압하면서 미수로 그친 예가 있기까지 합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정도 열차에 불심자가 들어오는 거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는 추세다 보니 이런 시스템이 보급되기 시작한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물론 테러리스트가 작정하고 덤비면야 표 끊고 타서 저지르긴 하겠습니다만, 티케팅을 하면서 신원이 노출되거나 이곳저곳을 체크해야 하다 보니 그만큼 부담이 늘고 그로 인한 심리적 장벽이 생기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뭐, 유럽철도쪽에서는 중국에서 처럼 X선 투시기를 갖춘 보안검사 같은거 까지는 아무래도 좀 부담스러워 하는 것도 있고, 사실 일본에서도 이걸 검토를 해봤는데 도카이도신칸센 도쿄역의 승차객(시간당 최대 1.2만명)을 이걸로 검사하려면 물리적으로 어마어마한 시설규모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어서(대충 80개 레인이 필요하다고) 결국은 어림도 없단 결론이 나온 모양입니다. 사실 시설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지만 여기에 투입되는 인력규모는 그야말로 지옥 수준일 수 밖에 없기도 하고. 하지만, 검표 강화나 시설이 통제된다는 심리적 압박을 강화하는 방식은 이보다는 좀 합리적인 수준의 보안강화 대책이 되는 면은 있는지라, 그렇게 하는게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
이번 건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신용승차제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분명 비용효율적인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마는, 신용승차제 아래 숨어있는 이런 "안전 코스트의 억제" 부분이나, 고객 만족도의 강화같은 요소 또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걸 한다고 무임승차를 전부 잡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계 도입에 따른 유지보수 부담이나 새로운 불편이 생기는 문제도 생기기는 합니다만, 안보 불안이 증가하는 근래 추세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이젠 과거처럼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고 하기도 어렵고, 영상검지나 RFID의 보급이 크게 늘어난데다 과거에 비해서 아주 작은 장치에도 과거 최상급 PC수준의 컴퓨팅 파워를 평범한 수준의 가격으로 넣을 수 있게 되고 있습니다. 과거엔 단순히 티켓의 정오 여부만 판단하는 수준의 게이트를 넘어서, 실시간으로 티켓의 유효성을 검증해 어디로 가라는 안내까지 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들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좀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