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몇군데 자료가 미비해서 임의로 때워넣은 경우(주로 해외 기존선의 킬로정)가 있긴 한데, 일단 고속철도는 확인 가능한 자료 내에서 최대한 충분히 집어넣었습니다. 비교시의 시간은 가급적 평일 아침 8시, 전일 예매를 기준으로 해서 작성을 했는데 일부는 평일 낮시간대나 야간이 들어간 곳도 있긴 합니다. 자료는 무조건 해당 철도회사의 직영 사이트를 통한 것을 기준하였는데, 이는 리셀러가 활성화되어있는 해외의 풍토를 감안한 겁니다. 여하간 개인으로서 가능한 범위에서 현실적으로 예약을 전제로 하지 않은, 통상운임수준의 비교를 목표로 작성을 했달까. 비교는 km당 운임을 환율로 원화 환산을 한 다음, 그걸 1km당으로 나눈 값을 비교했습니다. 환율요인이 배제되지는 않은거긴 한데, 뭐 그래도 오차가 그리 크지는 않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이런 비교를 하게 된 이유는... 근래 언론을 통해 또다시 경쟁체제 약팔이가 대가리를 디밀고 있어서 방역 작업을 해 두기 위함입니다. 사실 언론기사의 초점과는 조금 어긋난 부분은 있는데, 기레기들에게 수익관리 같은 개념을 이야기 해봤자 백치미를 자랑할게 뻔한지라, 좀 더 눈에 보이는 비교를 해 주는 쪽이 낫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덤으로 KTX의 표정속도가 낮아서 운임을 그렇게 내는게 안맞다고 징징대는 케이스도 좀 보이길래, 실제 해외 고속철도의 표정속도 데이터를 현재기준으로 작성을 해 봤습니다. 킬로정 자료가 일부 부정확하기는 한데, 대충 오차범위는 10% 내외 정도이니 대세비교에는 큰 영향은 없을겁니다.
KTX의 1km당 운임수준은 중국을 빼면 고속철도 끼리의 비교시 최저수준에 근접합니다. 최종가격 기준으로 봤을때 서울-부산간의 1km당 운임은 129.6원/km으로 계산이 나옵니다. 이걸 100으로 봤을 때, 정규운임을 기준할 경우 독일의 ICE-3이 300km/h로 운행하는 프랑크푸르트-쾰른 구간은 391.78로 4배에 달하고, 역사와 전통의 하노버-뷔르츠부르크 간 독일 최초의 고속선 구간 경유 ICE-1의 경우가 275.1로 2.5배가 넘습니다. 프랑스의 경우는 의외로 얌전한 편이어서 통상적인 경우엔 140~150% 정도 수준이지만, 매진이 임박하거나 아예 수요가 넘치는 파리-리용 같은 구간은 240~300까지 치솟는 압박을 보여줍니다. 즉, 이들은 예약현황을 베이스로 가격을 동적으로 컨트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로터널 정도 오면 459.03, 즉 4.5배를 받아먹고 있고, 이걸 만약에 달러 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는 리셀러에게 사면 거기에서 30~40% 정도의 fee를 뜯어먹는 경우까지 생기게 됩니다. 매체 비용에 대해서 굉장히 인색한 편인 한국에서는 저랬다가는 공정위 민원이 난무하고 소보원 민원이 쇄도하는 그런 꼴을 보겠지만, 해외에서는 그런거 없이 뚝심으로 밀고 간달까. 영국으로 가 보면 한국 기준으로 준고속열차 정도에 해당하는, 그래도 표정속도는 KTX와 비슷한 열차들이 제법 보이는데, 운임수준은 4~5배 정도를 받습니다. 할인가와 자유운임 간의 격차가 격심하다고 하기는 하지만, 심한 구간은 후리는 정도가 정말 자릿수 2개가 차이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게 이쪽이랄까 그렇습니다. 미국으로 오면 여기는 뭐 그냥 비싸게 받습니다. 아셀라 자체가 생산성이 떨어지는 구성이라는 약점이 있긴 하지만 정가기준으로 보면 7배에 달하는 운임수준을 자랑합니다.
의외로 이탈리아가 운임수준이 상대적으로 저렴은 한데... 여기는 경쟁 탓이기 보다는 FS자체가 철저하게 저운임 베이스로 경영을 끌고온 국영회사 티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보는게 맞을겁니다. 심지어 로컬열차들의 가격은 새마을이나 무궁화랑 비교해도 그렇게 비싸지 않을 지경이니(물론 서비스 질은 무궁화 이하에 정시성은 안드로메다에 팔아먹었다고 합니다만), 이쪽의 사정은 꽤나 복잡기괴할 것이라고 좀 추측이 됩니다. 일본의 경우는 안정적인 2.3~2.7배 정도로 가고 있는데 뭐 더 설명할 부분은 없을겁니다.
중국이 의외로 운임이 매우 낮은 국가인데, 여기는 실제 열차의 생산성이 워낙 압도적인 탓이 큽니다. 당장에 고속철 열차들은 2+3좌석이 표준 좌석인 경우가 많은데다, 편성량수도 16량으로 도배하다시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열차가 1~2천km구간을 쭉 달려버리는데 그 상황에서도 좌석공급이 늘 원활한 건 아니라고 할 지경이니. 심지어 한급 아래인 기존선 열차들도 10량 정도씩 달고 다니는게 예사인지라 어느정도 운임수준이 압박을 받더라도 그걸 감내할 만한 여력은 있을겁니다. 물론, 운임이 높다고 국내에서 불평이 많기는 하지만 한국의 1인당 GNI의 절반 정도 수준에서는 그건 어느정도 당연한 부분은 있고, 여기에 정책자금을 밀어주고 일단 건설채무 상환 문제를 어느정도 도외시하고 가는지라 저런 수준이 가능한 걸 수도 있긴 할겁니다. 러시아도 비교적 운임이 낮은 축에 들어가는데, 여긴 기존선을 활용한 열차라는 한계가 있고 역시 비슷하게 정책적 배려가 있어서라는게 맞을겁니다.
좀 곁다리긴 하지만, KTX의 표정속도 문제는 근래 어느정도 현재화된 감이 있긴 합니다. 경부선의 경우 150km/h 정도, 호남선은 조금 나아서 155~160km/h 정도가 나오는 여건인데, 사실 고속철의 최고속도가 300km/h에 달하는걸 생각하면 여러모로 아쉬운 속도기는 합니다. 특히 일본에서 약팔이로 잘 써먹는 노조미 최속달 같은 열차들이 200km/h를 넘는 표정속도를 자랑하고, 지금은 운행중지 아니면 좀 감속운행이지만 거의 250km/h를 넘는 표정속도를 내는 중국의 무정차 고속열차들을 보면 한국철도가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수가 없긴 합니다. 뭐 프랑스도 오래된 파리 남동선 TGV들은 200km/h를 넘나드는 표정속도를 자랑하고, 기존선 경유의 틸팅열차나 아예 225km/h짜리 전동차로 KTX와 맞짱을 뜨는 영국쪽 열차들이 부러워 보일 수 밖에 없달까.
하지만, 표정속도가 실제 이용편의성이나 이용객 유발효과로 반드시 직결되는 건 아닙니다. 잘 알려진 #001/#002 열차의 폐지도 차량부족 문제같은게 걸린 탓은 있지만, 실제 수익성 면에서 한계가 있고, 생각만큼 이용객이 많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근래의 서대동부 정차 열차들도 그걸 일부러 골라서 탈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게 현실이기도 하고. 정차역을 줄이는게 이익을 강화하는 효과가 나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그런 효과가 그리 큰 편이 아니다 보니, 더욱이 정차역이 적은걸 가지고 워낙 지자체가 정차를 강압하는 환경이다 보니 이렇게 된달까 그렇습니다.
사실, 실제 일부러 "속달성"을 강조하려는 열차들을 빼고 나서 실제 한 꺼풀 들어가 보면 의외의 숫자들이 종종 나오는 편입니다. 막상 독일같은 경우 ICE 네트워크가 강력하고 이걸 백업하는 IC/RE/S-bahn 네트워크가 강해서 표정속도 확보에 올인할 여력이 충분하지만, 막상 표정속도는 KTX보다 살짝 높은 수준에 머무르는게 현실입니다. 또한, 노조미 과밀운행으로 유명한 도카이도 신칸센이지만, 정작 로컬 각역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1시간 1대 다니는 고다마를 타야하고, 이 고다마의 표정속도는 120km/h정도로 ITX새마을 같은 열차들에 비해서 20km/h정도 더 빠른 수준에 머무르는게 현실입니다. 다른 신칸센 노선 쪽도 속달성 우선의 열차들은 KTX에 비해 눈에 띄게 표정속도가 높지만, 정작 그 하위등급으로 가면 전용선로에 고가감속 차량이라는 어드밴티지를 가져도 KTX수준이거나 그 아래인 경우도 속출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할인운임을 기준해서 정가 운임과 비교하면 의외로 이탈리아나 프랑스가 한국보다 싸게 팔다 못해 덤핑 수준으로 파는 구석이 많이 보입니다. 어디에서 그렇게 좋아하는 이탈로나 SNCF의 인터넷 전용 열차인 idTGV같은 경우 각각 KTX에 비해서 20%~30% 정도 싸게 팔리고 있기는 합니다. 다만 이걸 그냥 곧이곧대로 해석을 하면 좀 곤란한게, 이탈로의 경우는 거의 1주일 전 이상에 사전예약 후 환불과 취소가 불가능한 표를 기준하는 것이고, idTGV의 경우는 아예 인터넷 온리에 취소 불가, 변경 수수료가 12유로로 거의 표값의 1/3 정도에 육박하고 그나마도 변경이 허용되는 시점이 제한이 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런 가격대는 전형적인 미끼가격으로 실제 채산보다는 유객을 위해 던지는 쿠폰에 가까운 그런 물건에 가깝습니다. 특히나 취소불가 같은 조건이 부대되어 있는건 전형적인 예에 가까운 수준이고.
해외의 운임제도를 볼때 조심해야 할 부분은, 항공에서 많이 보급되었던 수익관리가 철도에서도 적용이 상당히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런 수익관리에 기반한 가변운임이 굉장히 일반화 되어 있는 편입니다. 이런 수익관리 시스템으로 가변되는 운임수준의 폭이 항공쪽은 그야말로 극단적인데, 철도의 경우는 그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프랑스나 이탈리아, 영국 같은 곳은 굉장히 세게 적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에 어느 매체를 토해 샀는가에 대해서도 상당한 차별이 적용되어서, 프랑스의 idTGV나 OuiGo같은 열차들은 인터넷 전용으로만 판매하면서 가격을 극단적으로 낮추는 식의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도 합니다. 반면 독일이나 미국은 어느정도 보수적인 경향이 있어서 적용은 하지만 그렇게 극단값이 나오는 경우는 적은 느낌이고, 중국, 러시아, 일본은 아예 이런 수익관리 자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수익관리를 광범위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실 모든 사람들이 외면하는 전제조건이 하나 해결이 되어야 합니다. 즉, 누군가가 땡잡으면, 누군가는 아주 제대로 호구쓰는 판이 되어야 합니다. 전체 거래를 봤을 때 일정 수준 이상의 운임수입을 거두어 들이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할인해 준 만큼 누군가에게는 할증을 해 주거나, 제 값을 다 받아야 합니다. 이 점에서 항공은 실제 평균적인 운임수준이 인가된 운임상한의 절반 정도 수준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는데, 철도처럼 사실상 운임상한규제를 거의 다 채워놓은 운임수준에서는 일단 운신의 폭 자체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 다른 호갱을 후릴 수가 없으니, 철도회사 스스로가 호구를 쓰지 않는한, 즉 적자를 보지 않는 한에는 할인을 해줄 수가 없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정서 문제랄까 그런것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런 저가 티켓 유통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건, 계약조건이 엄격하게 준수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거래시점에서의 제시된 가격으로 거래가 끝났다면, 이후 가격의 불이익한 변동이 있거나 하더라도 기 체결된 거래를 부정하고 환불이나 변경을 요청하는게 허용되지 않아야만 합니다. 철저하게 계약사회인 서구에서는 호구를 잡혔다고 진상질을 부리거나 해서 이득을 회수하거나 할 가망이 극히 적습니다. 더욱이, 항공의 경우는 비일상적인 운송이 흔해서(항공도 정기권 제도 자체가 있는 경우도 해외엔 있다지만), 호갱을 씌워도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은 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철도는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항공처럼 극단적인 딜을 제시하다가는 운임에 대한 신뢰성 자체가 흔들리기 쉽고, 또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집니다. 막말로 연중 할인을 하다가, 전국민 수강신청이라 칭해지는 설이나 추석 승차권은 2배 정도 비싸게 판다고 했을때, 항공이라면 아예 가격비교를 거의 못하니 암소리 못하고 호구잡히지만, 철도라면 평소 가격수준을 대개 잘 알기 때문에 "야 이 잣샤" 하면서 역무원 멱살을 잡을 사람이 기레기들을 포함해 연병장 다섯바퀴 반 정도는 나온달까.
뭐, 사실 수익관리라는 요소는 기층수요가 많은 경우에는 대개 적용을 안하는게 유럽에서도 흔합니다. IC나 RE 정도에 해당하는, 우리로 치면 새마을이나 무궁화 정도에 상당하는 열차들은 수익관리의 적용외가 되거나, 적용을 받더라도 그리 큰폭의 변동이 가해지지는 않는 편입니다. 물론 영국은 가차없이 저질러대기는 합니다만. 더욱이, 한국은 운임수준 전반을 낮게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보니 가격 정책을 흔들어서 얻을 수 있는 편익도 거의 없고, 효과를 보기도 어려운 여건입니다. 여기에 서울시내 철도의 병목현상이 현저하다 보니 가격정책을 공격적으로 설정해서 수요관리를 하기 이전에, 총수요가 과다하니 이걸 어떻게 쳐낼까가 아직은 우선되는 여건이기도 합니다. 수서발이 생겨난다 해도 주말이나 RH시간대의 병목은 해소가 쉽지 않으니, 유럽식이나 이를 넘어서 저가항공 수준의 운임관리 정책이 나오는건 거의 택도 없는 이야기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