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굵직한 방향성 부분, 고속서비스의 확대보급이나 전철화, 복선화, 속도문제 등 계통으로 묶이는 구간의 인프라 단일화, 핵심구간의 용량문제 해소에 대해서는 컨센서스가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이 부분때문에 겪는 난점이 제법 있고 이걸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10년전부터 나온거였지만 좀 더 본격적으로 문제를 다뤄보겠다는 것은 타당한 정책방향입니다. 문제는, 이게 정말 운영상의 네트워크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하느냐, 아니면 건설을 위한 명분쌓기 정도에 그치느냐일겁니다.
불행히 3차계획에 실린 계획선 중에서는 건설을 위한 건설에 가까운 노선들이 좀 보입니다. 가장 포인트는 호남고속철의 잔여구간을 전선 신선을 전제로 밀어붙이는 거나, 현실적으로 필요성이 애매한 평택부발선이나 충북선 고속화, 춘천-속초같은 노선이 끼워들어간 거나, 기존 간선 네트워크와의 연계기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경제적 타당성이 애매한 GTX계획이 그대로 살아가는 점 등은 문제라고 봅니다. 특히나 GTX를 도시철도의 강화판 정도로 보고 덤비는 과정이 굉장히 우려가 큰데, 이건 기본적으로 기존 철도망의 도시관통선 개념을 깔고 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봅니다.
물류활성화 사업의 경우도 대구산업선이나 구미산단선, 인천신항선 같은 의미없는 사업들이 제법 태워진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일단, 구미산단이나 대구산단 같은 경우는 솔직히 물류영업으로서의 가치는 제한적일 가망이 높습니다. 대구는 이리 서대구화물터미널을 말아먹어본, 컨테이너 화물수송의 무덤이고, 구미산단의 경우 역시 기존 컨테이너 수송으로 거의 커버리지가 확보되는 상황에 가깝다고 봅니다. 솔직히, 해당 공단의 생산물 중에 철도수송이 불가결한 생산품, 이른바, 석탄, 시멘트, 철강, 정유 4개 품목과 관련이 있거나, 아니면 컨테이너 육송을 대체할 수 있을만한 특수성이 있는 경우가 있는지를 분석하고 판단을 내려야 할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화물의 대도시 우회선 기능을 하거나, 근시일 내지 장기적으로 객화겸용으로 쓸 여지가 있는가를 보아 판단을 내려야 할겁니다. 대구산업선의 경우는 이점에서 여지는 있을 듯 하긴 합니다만서도.
이런 현상이 생긴건 운영부문과의 링크가 취약하기 때문일겁니다. 예를 들어, 충북선의 주력 트래픽은 벌크 시멘트 수송입니다. 컨테이너가 일부 다니긴 하지만, 이보다는 수도권으로 가는 벌크시멘트 수송이 주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 트래픽에 있어 중요한건 고속화 보다는 선로의 보안도 향상이나 선로의 평탄화, 생력화 쪽에 가깝습니다. 고속화를 하면 대개 이게 따라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역설적으로 고속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잦은 대피를 감내해야 하는 등의 약점도 생깁니다. 더욱이, 충북선 선구 내에서 여객수송의 거점이 되는 곳은 오송, 증평, 충주 정도에 그치고 있다시피 하고 채산성이 그리 좋지 못한지라 결국 고속화를 해도 실질적으로 경영개선이나 여객수요 폭발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가망이 높습니다. 오송 X축 드립하는 사람들 자기위안에는 좋겠습니다만서도.
중부내륙선의 경우는 더 병맛이 작렬하는데, 그 핵심구간인 성남-여주선은 오봉역과의 연결선도 계획하지 않은데다 교량을 죄다 EL-18 규격으로 지어서 화물열차가 제대로 통과할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놨습니다. 화물이 다니면 50km/h이하로 민폐작렬시켜가면서 다녀야 할 가망이 매-우 높고, 아마 궤도구조물도 싹 갈아치워야 해서 건설 다시해야 할 지경까지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산절감하겠다고 이 짓거리를 한건데, 그 결과 여기에 중부내륙선을 붙여서 기껏 충북선이나 경북선에 붙여놔도 경부선 화물의 분산효과를 얻지도 못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남부내륙선에 물류기능을 붙이기도 고약하게 만들었습니다. 운영과 제대로 연계가 되었다면 이런 병신짓은 안했을 겁니다.
여기에 민영화를 위한 야심작이랄까, 그런것까지 덧붙여 놓은 부분도 보입니다. 수서-광주선 계획인데, 물론 이게 전국네트워크 구성 차원에서는 긴요한 부분이기는 합니다. 수서역을 축으로 해서 호남고속선 등 기존 고속선과 원주강릉선의 연계이용을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노선이고, 청량리의 터미널 용량이 제한적이기에 이를 보완하는 백업 터미널로서 필요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걸 추진해서 얻는 핵심은 코레일이 차량구입을 이중으로 하고 적자를 깔아가면서 구축한 네트워크에 SR이 손쉽게 편승하여 전국망을 가지게 하는데 있다는 점입니다. 철도청 시절부터 목놓아 요구하던 망우-량리 복복선이나 병목으로 악명높은 금천구청-서울 구간은 이제서야 장기계획 수준으로 태워놓는 정도로 하면서, 이건 아직 열차도 안다니는 선에 덧붙여 준다는 점에서 참 구리구리하지 않나 싶달까. 안그래도 공항철도 팔아먹을 때 처럼 코레일 사장 팔을 비틀면 손쉽게 SR지분을 팔게 만들 수 있을테니, 사람들 관심이 멀어지면 민영화 바퀴를 열심히 굴릴게 눈에 너무 뻔하게 보이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참 나쁜 관료들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