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개집표의 문제가 불거지는 건 아예 수요초과가 만성적인 노선들, 주로 경부선 축에 집중되는 감이 있는데, 이는 어차피 입석이용이다 보니 단속이 어렵기도 한데다,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 체크가 안될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덤비고, 무엇보다 단거리 정도라면 피해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게 실제로 어느정도 가능하긴 한 모양이어서 심해진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과 별개로 굉장히 심한 열차가 있는데, 그게 바로 ITX 청춘입니다.
ITX청춘은 기본적으로 광역전철과 같은 승강장을 쓰기 때문에 동선 분리가 전혀 되지 않는 구조고 그래서 이를 빌미로 전철로 착각했다는 핑계를 대기 쉽고, 열차장이 긴 상황이지만 정작 승무원은 1명으로 한정되어 있고 2층까지 끼어있어서 단구간 검표를 충분히 하기가 어려운 여건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전철 개표를 한 사람들이 무임승차를 하는 방식이 되다 보니 좀 불명확한 권리관계가 있다는 문제도 있기는 합니다. 이러다보니 다른 노선과 달리 모 역 하차객의 절반이상은 무임일 거라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경찰력의 적절한 투입, 그리고 충분한 검표인력 배치겠지만 사후적인 조치로는 사실 한계가 명확하고 앞으로 비슷한 사업모델이 증가하게 되면 될수록 이 시스템은 동작이 쉽지 않게 될겁니다. 당장에 제대로 된 사법경찰을 배치하지 못해서 경비용역 만도 못한 단순 용역을 돌리는 판국이니. 예방적이고 사전적인 조치가 없다면, 전철에 창궐하는 잡상인과 구걸자들 만큼이나 만성적인 문제가 될거라고 봅니다. 뭐, 당장에 저 둘도 사법경찰이 제대로 일한다면 거의 척결될 수 있지만 제대로 일하지 않으니 저모양이기는 합니다.
일단 ITX청춘에 한해서 무임승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동선의 분리가 핵심이라 할겁니다. 문제는 이런걸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전철용의 시스템 위에서 굴리고 있어서 이게 불가능한데, 결국 시설투자를 하지 않고서는 이 문제가 해결되긴 많이 난해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분리된 승강장을 생짜로 새로 만들기는 무리수에 가깝기도 하고, 선로까지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는지라 쉽진 않습니다.
일단 시설투자를 전제로 해 볼 수 있는 부분은 평내호평, 가평, 남춘천 3개역의 승강장 구조 개편입니다. 현재 8량 규격의 승강장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걸 14~15량 규격으로 본선쪽으로만 한정해서 6~8m 폭으로 연장을 해서 ITX 전용으로 쓰도록 합니다. 이렇게 개축하면서 8량규격인 전동차를 6량으로 축소하면서 2량분의 승강장을 ITX용으로 전용시킵니다. 그리고 ITX승강장과 전철용 승강장 사이는 펜스로 구분을 하면서 개집표기를 하나 더 추가하고 역 직원을 임시 배치하여 개표를 하는 식으로 객을 분리시키는 방법을 취하는 겁니다.
만일 이 구조보다 좀 더 역무시설 쪽에 본격적인 투자를 하려면 아예 양방향으로 나 있는 계단을 각각 ITX와 일반열차용으로 분리하고, 아마 승강장을 16량 정도로 늘려서 반을 쪼개 쓰는 방법을 쓸 수 있기는 합니다. 다만, 승강설비가 한쪽에만 치우쳐 설치된게 보통이고 계단이 없어지거나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어서 좀 적합하진 않을거라 봅니다. 엘리베이터 같은 경우엔 공용을 전제로 써야하니 이게 문제가 될 수 밖에 없고. 고로, 승강장 개표를 도입하는게 그나마 쉬운 방법이 될겁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이야기한 용산역 기차선 통과선 옆의 안쓰는 승강장을 폐지하고, 여기를 선로로 전용해서 완행 전철이 쓰도록 해 홈을 모두 섬식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해서 현재의 중앙선 하선 승강장을 ITX전용의 시종착 승강장으로 돌리는 개조를 합니다. 투자비용이 굉장히 들기는 하겠지만, 이게 동선분리를 달성하는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작업이고 필요에 따라 공항철도 용산시종착 계통을 만들거나 할때도 쓸 수 있기 때문에 해볼만한 투자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이 경우 맞이방 공간에서 추가개표기를 설치하는 식으로 동선 분리를 시킬수가 있고, 필요에 따라서 일반열차 취급(개집표기 개방)으로 돌리면 될거라고 봅니다.
춘천역은 어차피 쌍섬식으로 구조가 되어 있는 만큼 ITX정차 승강장과 전동차 정차 승강장을 분리하면 될겁니다. 다만, 운용상의 편의 문제를 감안하면 도착승강장은 공용, 출발 승강장을 별도로 분리하는 운용을 하면 될겁니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 청량리와 청평, 그리고 왕십리와 옥수를 위시한 통근시간대 정차역들이 남게 되는데 일단 이정도로 압축을 하는 것으로도 주요 역이 일차적으로 통제가 되기 때문에 부정승차를 억제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겁니다.
여기에 청량리는 현재도 하행은 별도 승강장을 쓰는 만큼 맞이방에 개찰을 설치해 대응하는 방법을 쓸 수 있을겁니다. 다만, 상행이 분리가 불가능한 상황인데, 어차피 원주강릉선을 운행하게 되면 기존 승강장 중 하나는 고상 승강장으로 개조를 해야만 하는 만큼 이 승강장을 ITX용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쓸 수 있을겁니다. 청량리까지 동선분리를 완료하게 되면 사실상 표준 정차역으로는 청평정도만 남게 되고, 통근정차역만 남겨지게 되는 만큼 일단은 굵직한 부정승차 동선을 통제하는게 가능하게 됩니다. 이후는 인력투입을 통해 해결을 볼 수 있으리라 봅니다.
사실 2중개표 도입이 이 방식의 핵심인데, 개인적으로는 2중개표 시스템을 잘 개발해 둔다면 향후 지방 광역철도 도입 후에 광역철도 시스템을 활용한 장거리 열차나 특급열차 도입에도 활용할 수 있고, 이걸로 고상홈 투자를 어느정도 광역철도 투자에 분산시켜서 비용 타당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거라고 봅니다. 인력 추가배치 같은 문제가 좀 민감할 수는 있지만, 부정승차를 통제하는 것은 단순히 매출이 누수되는 걸 막는거 이외에 차내 치안 통제나 역내 안전 개선같은 부수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