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내륙선의 일부인 성남여주선의 EL-18 규격 건설 문제가 좀 논란이 있는 거 같아 좀 적어둡니다.
사람들이 오봉역의 기능을 오로지 컨테이너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보는 편인데, 사실 오봉역의 항공사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남부는 컨테이너, 북부는 시멘트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북부에 집약된 시멘트 처리 능력은 수도권 내 분포한 시멘트 취급역 대여섯개를 합친 수준에 달합니다. 당장에 사진으로 보이는 시멘트 사일로만 7조가 확인되는데, 보통 역두 벌크시멘트 취급시설에 1조 내지 2조 정도 들어가는 정도인걸 생각하면 그 처리량이 상당함을 알 수 있습니다.
대충 화물열차 취급 횟수 같은걸 보더라도, 남부화물선 의왕~오봉 간의 정기화물열차는 35회, 이중 16회가 컨테이너, 19회가 기타 화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중 기타화물 중 경부선이나 전라선을 주로 다니는 철강 등을 좀 빼고 본다 해도 상당수가 시멘트화물일 것이라고 봐도 될겁니다. 시멘트의 주된 발송선은 태백선이나 중앙선 제천 이남 지역에 집중이 되어 있습니다. 애시당초 석회석 광산들이 단양이나 제천, 영월, 그도 아니면 아예 삼척으로 넘어가 분포를 하는지라.
현재는 대부분의 시멘트 화물은 중앙선을 타고 서울로 오거나, 아니면 충북선으로 우회해서 서울로 옵니다. 충북선 우회 화물의 대부분은 경부선 연선으로 갈거고, 중앙선 쪽은 경원선이나 중앙선 수도권으로 빠지게 될겁니다. 예외는 있겠지만. 만약 중부내륙선이 화물취급이 가능하고, 충주에서 삼각선을 설치하거나, 아니면 한참 말이 많다가 근래에서야 좀 될거같은 분위기가 나는 여주원주간 철도를 경유하는 식으로 이걸 전환해 온다면 우회거리가 대폭 줄어들게 됩니다.
실제 단축거리가 얼마나 나오는가는 좀 계산을 해봐야 하겠지만, 성남~여주 57km에, 부발~충주간 약 53km, 충주에서 제천조차장까지 대충 30km 남짓으로 이걸 다 합치면 140km에 서판교 정도에서 오봉역까지 화물전용 단선을 10km정도 붙인다 치면 150km정도가 나옵니다. 반면 현재의 경로는 충북선 115km에 경부선 서창~의왕간 약 90km 정도만 쳐도 200km로, 대충 60km이상의 우회가 따르는 경로가 됩니다. 성남여주선 경유가 현실화되면 운송거리에서 거의 30% 이상을 줄일 수 있고, 그만큼 화물운임을 인하시킬 수 있고 철도입장에서는 속달성과 함께 열차km단축에 따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운임이 줄지만 줄어든 만큼 인건비나 열차주행에 따른 동력비나 정비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될겁니다.
물론, 이것 외에 향후 중부내륙선이 문경까지 도달하면 대전이라는 대도시를 우회하면서도 실제 운행거리로는 큰 차별 없이 다닐 수 있게 됩니다. 향후 대전의 지방광역철도를 두고 이게 활성화가 되어서 증차압력을 받게 될 경우, 컨테이너 열차를 중부내륙선 경유로 돌리면, 물론 경북선의 저규격 단선, 비전화 구간이 병목이기 때문에 이쪽의 개량투자가 부수되어야 하긴 하겠지만, 시내선 추가확충하느라 고생할 거 없이 풀 수 있단 이야기가 됩니다.
물류기능을 고려할 타이밍이 아니었다고 하기에는 실제 건설시점 같은걸 좀 봐야 합니다. 일단 중부내륙선이라는 간선 구상이 예비타당성 단계까지 간게 2002년의 일입니다. 이 시점은 성남여주선 착공 이전이기도 하거니와, 실시설계도 아직 안되었을 즈음입니다. 2006년에서야 기본설계에 들어갔으니, 이 때에 물류기능 문제를 감안했다면 얼마든지 반영할 수 있었을 타이밍이기도 합니다. 지하구간을 통과하는 화물열차가 허용될 수 있는가의 문제도, 소사원시선에서 이 부분은 이미 해금을 해버린 바 있고, 성남여주선의 경우도 터널구간이 아닌 시가지 지하구간 거리는 그리 길지 않은 편입니다. 즉, 기술적으로 아예 안될 이야기도 아니고, 시설 설계에서 화재나 축상발열, 소음진동 보강설계 같은걸 할 만한 여유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안했다는 건 뭐... 할 말이 없는 부분이라 할겁니다.
이번 건을 보면 정말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철도건설인지 한번 정도는 좀 자성을 해 봐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P.S.:
오늘 아침에 마침 신설 노선인 수인선 인천역에서 선로장애가 나서 지연이 어마어마하게 난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걸 제때 수습하지도 지연을 해소하지도 못했던 모양입니다. 왜 이런가 싶었는데, 몇 다리 건너 들은 바로는 인천역 장내 초입에 건넘선이 없어서 무조건 인상선을 경유해 회차하는 구조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즉, 이렇게 운행 장애가 날때 바로 건넘선을 통해 열차를 반대편 승강장으로 보내고, 여기서 되돌림 운행하도록 하는 백업 시설이 생략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충 전철기 1틀의 단가가 1억 남짓이라고 들었는데, 수 억원을 아끼기 위해 백업이나 유사시 대비 기능을 날려먹었단 겁니다.... 정말 요즘 말로 하면 "노-답" 그 자체가 아닌가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