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언젠가 써먹기 위해 아껴두던 주제 중 하나인데, 어차피 상업적으로 쓸 여건은 안되고 하니 좀 간략하게 풀어먹어 보려고 합니다.
인천의 철도 관련한 명칭들은 좀 명확한 기준들이 없이 붙여지거나 쓰인 예가 많습니다. 철도시설물이 그리 많지 않았던 수원쪽이나, 많았지만 어느정도 중앙에서 관측가능했던 서울과 달리, 인천의 철도시설은 유독 이게 좀 명확하지 않은게 많습니다. 그래서 이걸 한번 정도 정리를 해 보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좀 조사를 해보니 더 카오스에 가까운지라, 아무래도 그냥 "조사부장의 가설" 정도 수준에서만 정리해 보는게 맞을 거 같아 적어 봅니다.
1) 인천역 vs 제물포역
이 떡밥은 이미 해소가 거의 된 걸로 보이는데, 초기 기록에 경인철도를 "제물포~노량진"으로 적은 예가 많아서 현 제물포역이 실제 경인철도의 시발역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 예가 많습니다. 심지어 공식자료에서도 이런 오류가 나오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말입니다.
이건 현재의 인천역이 개통 지점이었던게 명확하고, 제물포라는 명칭이 나온건 영문 기사에서 인천을 Chemulpo 등으로 일종의 뜻풀이 식으로 적어둔게 흔해서 이것이 혼동의 원인이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개통 당시의 8개 역인 인천, 동인천, 주안, 부평, 소사(현 부천), 오류동, 영등포, 노량진 중 동인천을 싸리재, 오류동은 오리골, 노량진은 노들로 영어표기한 예가 있어 지금과 같은 명확한 역명 표기가 아니었기에 이런 일이 생긴 겁니다. 이런 오해가 생긴건 인천역 자체가 개통초에 정식으로 영업을 실시했던게 아니라, 일종의 양륙지 개념으로 차량을 조립해 관리하는 시설로 시작을 한, 이른바 가영업 역사였기에 이런 애매한 논란이 있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으로, 지금의 제물포역이 저 개통초의 제물포가 확실히 아닐 수 있던건 이 역이 1950년대에 경인복선화 과정에서 생겨난 간이역을 연원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초기 건설명은 지명을 따 숭의로 건설역명이 붙었었던 모양인데, 어찌되었건 개업은 제물포역으로 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복선화 전에 가설 승강장이 있었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확인은 안되는 썰인듯 하고.
사실 이 문제는 인천역과 수인선 남인천역 사이에서도 의외로 좀 존재하는데, 1950년대의 시각표 개정 보도에서 의외로 수인선의 종점을 인천으로 표기하는 케이스가 있습니다. 당연히 인천역까지 열차가 들어가는게 아니라 남인천역 종착이었을건 명확하지만, 그냥 어느 도시에 도착한다 기준으로만 적는 좀 설렁설렁한 기준으로 쓰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2) 수인선 종점과 인천 남부역
수인선의 종점은 1937년 개통 당시에는 인천항역으로 명명이 되었고, 이후 해방 후 미군정기인 1947년에 수인역으로, 그리고 1955년에 남인천으로 개칭을 했었습니다.
다만, 수인역과 남인천역의 위치가 동일한가는 애매합니다. 아래 첨부한 1953년 사진의 건물이 1963년 사진에서는 전형적인 단층 삼각지붕 역사로 바뀌어 있는 모습이 확인이 되는지라, 이설의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승강장 부분의 기단석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으로 봐서는 역사 위치만 좀 바뀌고 구내 자체는 그대로 있던 걸로 추산이 됩니다. 위치는 모르겠지만, 일단 역사 자체는 사진들로 미루어 남향으로 즉 선로 안쪽, 인천시내방향에 설치되어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상의 추적은 60년대의 자료를 찾아보기 전에는 쉽지 않을듯 싶습니다.
3) 표준궤 남인천역과 주인선
일단 수인선의 남인천역의 위치는 위의 건으로 어느정도 낙착이 되었는데, 그렇다면 2013년까지 현역이던, 이후 자료에서 죄다 남인천으로 표기한 표준궤 선로군은 무엇인가가 남습니다. 여기도 일단은 남인천으로 부른 걸로 보이기는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편의적인 이름이었던게 아닌가 라고 추정됩니다. 각종 지도, 오래된 걸로는 1950년대 국내제작 지도부터 남인천의 위치표기가 애매하게 붙는 예가 많은데, 이때부터의 오기랄까 그런게 쭉 이어진게 아닌가도 싶습니다.
사실, 엄밀히는 이 구내는 인천역의 일부에 지나지 않기는 합니다. 이른바 남부구내라 불리는게 그런 배경이 있어서로 보이고, 과거 주인선의 건설기록이나 구간 표기도 모두 주안~인천으로 적고 있어서, 남인천이 독립된 역으로 취급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여기에서 입영열차나 명절 임시여객열차, 또는 수학여행 열차를 착발했던 기록이 있기도 하고, 그래서 남부라는 별도의 이름이 붙었던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과거 의정부북부역이나 서울서부역 같은 식으로 역 구내이면서 별도 역에 가깝게 취급한 예도 있긴 하니, 인천남부역 정도의 명명이 되는 것도 그리 어색하지는 않을겁니다.
이 남부역의 설치가 언제인가는 사실 또 명확하지는 않은데, 추정되는것은 1940년대에 수인선 인천항역의 창고들과 연락수송을 하기 위해서 설치했거나, 아니면 한국전 직후 미군이 진주하면서 부평의 ASCOM이나 수도권 각 시설 등지로 수송하기 위해 별도의 구내를 설치한게 아닌가 추정이 됩니다. 적어도 1959년 주인선 건설 전에 이미 구내와 인천까지의 연결선로가 건설되어 있던 것은 주인선 관련 기사에서 언급이 되고 있는 만큼, 이 인천~남부간 선로는 1950년대 이전에 건설된 것은 명확합니다. 이 과정에서 골목길을 헤집고 가는 선로가 수인선과 별도로 건설이 되었던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수인선 남인천역과 이 표준궤 남부역의 위치 등을 집약해서 지도위에 표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실선이 현재선, 점선 중 굵은 점선이 표준궤 폐지선, 가는 점선이 협궤 폐지선입니다. 다만 남부구내는 실선으로 표기해 두었는데 이건 작성자의 오류입니다 -ㅅ-. 참고로 수인선의 1973년 폐선적은 이후 표준궤로 개궤되어서 활용되다가, 2000년도 중반에 남부에서 동양화학에 이르는 구간이, 그리고 2013년에 남부에서 인천항의 현재선까지 이어지는 구간이 폐지됩니다.
좀 난잡하지만, 이쪽의 주요 철도시설의 명칭에 대한 가설을 좀 정리해 봤습니다. 의외의 자료가 다시 발굴되어 엎어질 수 있는 좀 불완전한 가설이기는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