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철도공사가 공개하는 철도노선도가 크게 일신되었길래 좀 이것저것 두서없이 이야기를 해 봅니다.
기존의 철도공사의 노선도는 크게 두 개, 하나는 지도상에 올려놓은 일종의 지리적 위치를 중시한 것과 다른 하나는 토폴로지, 즉 연결상태를 중시하며 지역관할을 좀 더 명확히 적은 것 두개를 공시하고 있었는데 이걸 중합시켜서 지도상에 올린 버전으로 통일한 걸로 보입니다. 선 경계 킬로정이 생략된건 좀 애매하기는 합니다마는.
다른것보다 이번 개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과거에 수도권 구간을 지나치게 작게 표시하거나 뜬금없이 경부선 전철역을 생략하던 관행을 뜯어고쳐서 수도권과 부산권의 중심권역을 별도의 토폴로지 맵으로 분리시킨 부분입니다. 얼핏 봐서는 80년대 즈음에 전철 운임 등을 특례로 묶는 식이었다면 딱 묶였을만한 범위라서 좀 재미있게 보이는 점이랄까 그렇습니다. 중랑이 중량으로 오타가 나 있거나 장흥~온릉간이 거리가 2배가 넘는 1.9km가 되어 있는거나 정도의 자잘한 오타 오류는 사람의 일이니 그렇겠거니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고.
하지만 좀 이해가 안되는 포인트 중 하나는 정부 고시로서 관리되는 철도거리표 부분입니다. 철도청 시절의 고시를 수 년간 안둘러보다가 국토부가 가져가서 관리를 하던가 그런걸로 기억을 하는데, 지금은 해소가 되었지만 수십년전에 사용중지가 되었을 임시승강장이 버젓이 남아있다거나, 성북같은 구 역명이 그대로 남아있는채로 고시가 되어 있는 부분들이 있고 의외로 자잘한 오류가 많은 편이어서 고시들을 짜맞추다 보면 뭔가 안맞는 부분들이 종종 나타난달까 그런게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좀 애매한 부분은 바로 1역간을 병행하는 구간의 취급 부분입니다. 노선망이 증강되고 중간역이 생겨나면서 과거에는 별도의 노선이던게, 병행선이 되어버린 케이스가 존재합니다. 과거에는 대곡~능곡간의 경의선과 교외선이 이랬고, 2005년 이후로는 중앙선과 경원선이 청량리~회기간에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문제는 이 포인트에서 발생을 하게 됩니다.
통상적으로 선로의 위상관계를 명확하게 따질때는 위의 병행선 구조를 분리해서 적어두는게 바람직하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갑자기 이유없이 1역간이 복선, 복복선이나 3선구조가 된다거나 하는 걸 별도로 설명하는 것도 좀 애매하고, 실제 열차가 다니는 계통과 너무 괴리된 철도거리가 나타는 건 사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좀 불친절하기는 하니 말입니다.
문제는, 이게 운임을 계산, 배분하거나 수송량을 계산하거나 할때는 굉장히 성가신 문제가 됩니다. 일단 1역간의 킬로정이 다르게 적혀질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운임을 어느 경로로 계산하느냐에 따라서 희비가 갈릴 가망이 생기게 됩니다. 실은 이런 문제가 있는 포인트가 한 곳이 이미 존재하는데, 수색역~가좌역 간에 이런 케이스가 있습니다. 경의선 경유일 경우 2.3km의 운임거리가 나오게 되지만, 수색객차출발선 경유로 갈 경우 2.2km의 운임거리가 나오게 됩니다. 0.1km는 별게 아닐 수 있기는 하지만 운임계산을 0.1km까지 반영해서 잡다 보면 이게 운임 한자리를 틀어지게 할 가능성은 존재하게 됩니다.
운임만의 문제라면 그냥 약관이나 규정 등에 한 줄을 넣거나, 거리표를 다시 수정하는 것으로 해결을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걸 가지고 수송량이나 운임수익을 배분해야 할 경우에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벌어지게 됩니다. 어느 노선을 경유했는지를 명확히 할 수가 없게 되는 문제가 벌어지게 됩니다. 능곡~대곡 간은 교외선이 사실상 공백상태니 문제가 아니지만, 청량리~회기간은 지극히 민감한 문제가 되어버립니다. 지금은 운임구역까지 통합되어버린 지하청량리까지 끼어버렸으니 완전히 병행선 상태가 되어서 답이 안나오게 되었달까. 실제 이 문제 때문에 통계연보의 경원선과 중앙선 데이터가 겹쳐져 버렸달까. 뭐 이미 2009년에 수원 경유 열차가 생겨나면서 고속선 경유와 기존선 경유 여객 숫자가 마구 뒤섞여 버린 전례가 있기도 합니다.
실은 이런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철도거리를 등재할때 철저하게 기종점을 구분해서 적고 있습니다. 순환선이라 말해지는 야마노테선 같은 경우, 공식적으로는 타바타~시나가와 간 만이 야마노테선이고, 도쿄를 중심으로 해서 그 위쪽은 도호쿠본선, 남쪽은 도카이도본선을 경유하는 걸로 킬로를 계산하고 있는데, 이런 좀 번거로운 킬로계산을 하는 이유는 결국 운임계산규칙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게 엄청나게 중요한 룰도 아니고, 또, 어느쪽이 반드시 좋다 나쁘다를 말하기는 그렇지만, 이런 공식적인 킬로계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 원칙을 정해가고, 그걸 맞추기 위한 처리수속같은게 좀 명확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노선망이 늘어나고 새로이 역이 생겨나는 과정에서 좀 애매해지는 구간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문제를 만들게 될겁니다. 좀 사소하지만 신경써 줬으면 하는 부분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