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홋카이도 2014년 영업계수
이 자료 공개는 JR홋카이도가 처한 극한상태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겁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인구밀도가 낮고 눈과 혹한으로 차량이나 시설의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는데다, 전철화율도 낮고 화물운행 횟수도 빈번하여 그만큼 비용부담이 가중되는 환경에 처해 있는 곳이 JR홋카이도고, 그래서 최근 수 년 동안 잦은 사고와 사장의 자살 사건, 그리고 국토교통성의 종합감사와 업무개선명령 등으로 그야말로 난타전 한 가운데 있다시피 했었습니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정말 안습...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숫자가 줄줄히 펼쳐집니다. 이번에 폐선이 확정적인 루모이 선 같은 경우 영업계수는 공통관리비를 제외하고도 4161로 그야말로 국철 말기를 뛰어넘는 엽기적인 수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근래 전철화 개업으로 삿포로의 전차구간으로 편입된 삿쇼 선도, 전철화에서 제외된 잔여구간의 영업계수는 2162로 그야말로 극한이라 할거고. 그나마 지역간 철도 정도로 들어갈만한 노선들도 데이터가 안습들 한데, 좀 굵직한 간선이라 할만한 네무로선이나 소야선, 무로란선도 상태는 영 안습하기 그지없다시피 합니다. 무로란선은 하코다테~삿포로간의 특급열차 경유를 받아오는데도 선구 전체는 150 내외의 수준, 네무로선은 290내외, 소야선은 400이 넘는 숫자를 찍고 있습니다. 즉, 이미 정상적으로는 흑자체제가 있을 수 없는 곳들이랄까. 그나마 믿을 곳은 해협선 구간과 삿포로 근교권 및 치토세선의 공항교통 수요 정도밖엔 없지만 이것도 판관비 제외 흑자라는 그야말로 암담한 수준이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신형 디젤동차 도입도 포기하고, 기존의 틸팅 디젤동차들은 통상형 동차와 동일한 속도로 감속운전을 시키면서 도입차량 단순화로 가닥을 잡아가는 거라던가, 이용실적이 빈약한 역을 정리하고 루모이 선이나 히다카 선 같은 곳의 정리를 모색하는 것도 결국 살아남아 보려는 발버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채용은 퇴직자 대체 정도로만 실시하는 상태에, 인건비 수준은 2010년 시점에 JR화 이후 피크지점의 절반 정도 수준까지 낮춰진 이래 현재까지 횡보추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이젠 더 빼낼 수 있는 요소가 없다고 봐도 빈 말은 아닙니다. 이미 2010년 시점에서 터질만한건 다 터져나온 판이기도 했고, 겨우 조직을 추스리긴 했지만 언제 뭐가 터질지 모를 지경인 듯 하고.
이런 와중에서 홋카이도 신칸센 같은걸 하겠다고 나온 이유가 어느정도 보이는데, 어차피 정비신간선으로 진행해도 제도상 기존선폐지로 부터의 수익개선분은 고스란히 선로 임대료로 회수되어 갈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해협선 구간의 운임회수율을 어떻게든 끌어올리고 화물용 기존선의 부담을 일단 분리해 내는 것으로 흑자는 몰라도 숨돌릴 여유는 좀 얻을 수 있을거라 기대를 한거라고 보입니다. 그야말로 밑돌 빼 윗돌을 괴는 수준이지만, 그거라도 해야 버틸 수 있다고 보는 상황이랄까.
사실, 이 홋카이도의 영업계수 데이터들을 보고 있으면 분할민영화로 인한 회사간 격차의 확대, 그리고 그걸로 인한 철도 네트워크의 황폐화라는 문제도 보이지만, 또 한 부분으로 성공사례라 말해지는 일본의 민영철도라는게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도 좀 느껴집니다. 수송밀도로 보면 한국철도는 저숫자에 비해서 좀 한꺼풀 낮은 수준에서 돌아가는게 많습니다. 이전에 계산해 본 값을 생각해 보면 2000이하 선구들이 제법 많은 편이었는데, 반대로 영업계수는 확보한 범위에서 살펴볼때 PSO같은걸 벗겨내면 저 숫자들과 그리 큰 차별성이 나지는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즉, 한국철도가 맨날 방만경영이라고 욕먹지만 실제 경영효율성이라는 면에서는 일본철도에 비교해서 그리 심각하게 낙후되었다긴 어렵달까. JR홋카이도만 유독 못났다고 하기엔, JR동일본 같은데서 단편적으로 언급되는 지방철도 영업계수들에 비해 JR홋카이도가 외려 더 나은 숫자를 보여주는 감도 있습니다. 다다미 선 같은건 400가까이, 이미 폐지된 이와이즈미선 같은 곳은 800이 넘는 판이었으니.
JR큐슈가 상장이나 정비신간선의 잇따른 개통으로 전반적으로 호조세를 보이는 일본철도지만, 반대로 JR홋카이도는 국철체제보다도 못한 안습한 지경으로 추락해 가고 있다 보니 조만간 "제2의 국철개혁"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 듭니다. 적어도 민영체제로 적자 JR을 유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또한 화물 문제도 걸려있다 보니 무언가 체제변화가 따르지 않을 수 없는 판이 되고 있다 보이는데 그 대안이 무엇으로 나올지 유추가 주목된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