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의 원내대표께서 이번에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좀 사실관계에서 한 마디 정도 지적할 부분이 있어서 적어둡니다.
KTX도 공용화장실이라는 이야기는 반 정도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는 KTX와 KTX-산천의 화장실은 공간 사정이 특별히 제한되지 않는 경우 좌우대칭으로 남자/여자로 구분해 설치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2개가 설치되어 있는걸 그렇게 나눠놓은 정도기는 합니다마는. 물론, 공간제약이 있는 경우 1개소 공용화장실로 처리되어 있기도 하고, 장애인 좌석이 있는 곳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된 배리어프리 타입 공용화장실이 1개소가 설치되어 있는 상태기는 합니다. 이건 뭐 장애인 화장실 1개 넣으면 1량에 있는 공간의 1/4정도를 먹어치우는데다 대칭형 배치가 곤란한 수준이라 어쩔수가 없는 거기는 합니다만.
사실 현재 새로 도입되는 차량들은 일단 대칭구조로 화장실을 2개 설치하는 경우 남여구분을 해서 설치를 하고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 대개 수유실이 들어가거나 장애인 화장실을 설치하거나 하면 공용으로 설치하는 구조입니다. 과거 객차들은 공용화장실인 경우가 많기는 한데, 이건 객차시절엔 1량마다 설치해야 하다 보니 좌석공간 확보와 경합되어 그렇게 된거라고 봐야 할겁니다.
요즘처럼 재무적 압력을 많이 받는 상황에서는 화장실 설치공간조차 아껴서 좌석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안될지경이고, 전동차 같은 고정편성형 차량들은 2~3량에 1개소씩 설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그렇게 하다보니 한 곳에 2개씩 설치하도록 구조가 나오게 되어서 성별분리를 할 수 있게 된거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철도차량의 화장실은 사실 현업 직원을 울리는 물건이기도 한데, 아무래도 배관이 많고 프라이빗한 공간이어서 안에서 좀 부적절한 물건을 버리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해서 고장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고, 악취나 사용불편으로 불만이 많이 나오는데다, 심지어 부정승차자들이 악용하기도 하는 등 트러블 덩어리에 가깝습니다. 그런 애물단지지만 이용자에게 제공해야 할 일종의 최소편의로서 설치해 운영하는 택인데 이거 덕에 또 엄하게 유탄을 맞는걸 보면 철도가 여러모로 호구는 호구인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