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북부 공사가 시작되고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한 김에 염천교 쪽으로 잠깐 다녀왔습니다. 날씨가 아주 따끈해서 지금도 얼굴이 살짝 따끔거립니다.-ㅅ-;;
공사 기간이 2달간인걸 생각하면 착수 초기라고 해야 할 상황이 지금인데, 대충 사진으로 보이는 걸로는 서울역 선로 중 두단식 홈인 고상홈 쪽을 제외하고(공식 선로번호가 따로 붙는 듯), 통과식 홈에 붙은 1~3번선과 4~11번선, 그리고 경의선고상홈이 붙은 12~15번선으로 3개 그룹으로 나누어 공사를 진행하는 걸로 보입니다. 사진에서 철거된 선로가 4~11번으로 이어지는 선로의 진입부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속도제한 표지가 15km/h제한을 걸고 있고 중간에 싱글슬립까지 있는 꽤나 복잡한 배선을 자랑하는 부분인데, 아마도 이번 개량의 주안점이 저기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후 아마도 구내를 나누어서 나머지 3개 그룹을 다 공사를 진행할 듯 한데, 경의선 전동차를 전폐하지 않는걸로 봐서는 15번선 쪽으로는 공사가 제한적으로만 되거나, 하루 미만의 교체공사로 해결할 만큼 좀 단촐한 공사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모양으로 바뀔지는 제시된 바가 없지만, 일단 서울역 북부에서 PP동차가 두번이나 탈선했던 지점이 저 15km/h 제한 분기기라고 하니 저쪽의 모양을 전반적으로 손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의선 열차 소요시간을 반 가까이 줄이겠다고 한 걸로 봐서는 저12~15번으로 들어가는 외곽방향 선로로의 속도제한을 표준적인 45~55km/h 정도까지 올리는 방향으로 할거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염천교 북쪽에 최북단의 분기를 곡선 도중에 일시적인 직선구간을 두어서 보통의 건널선으로 바꾼듯 한데, 이걸 가지고 이후 배선을 전반적으로 펴 주는 방식을 검토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염천교가 걸려서 완전히는 아니겠습니다마는.
여하간 좀 배선을 어찌 바꾸는지가 많이 궁금하기는 합니다. 지금은 일단 일부 선로가 두단식으로 쓰이다 보니 수색방향으로의 열차횟수를 삭감하지 않으면 안되는 모양이지만, 서울역 구조의 가장 큰 장점인 두단 3개선 외 전선 통과형 구조를 버리지 않고 살리는 방향인건 확실한데, 곡선때문에 형상의 제한이 큰 저 북부를 어떻게 바꿀지가 많이 기대가 된달까 그렇습니다.
좀 추가적으로 바라는 부분이라면 서울역 지하공간을 쓰는건 현재 공철덕에 매우 난감하게 되었는데, 향후 서울역까지 고속전용선이 올라오게 된다면 - 아주 먼 이야기긴 합니다만 - 북쪽구간에 추가로 선로를 넣거나 지하인입을 시켜야만 할 상황이 올거라고 봅니다. 이때 지금의 개량방향으로는 좀 난감해 지지 않나 싶은데, 이를 어느정도는 검토를 해 뒀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서울역행 경의선 전동차가 4량이 된 마당이니, 경의선용 승강장 구조를 개선해서 5량 정도의 두단식 홈을 현 홈의 서쪽 여유공간에 끼워넣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전철역 구조를 좀 뜯어발기기는 해야될겁니다마는, 서울역행의 가장 큰 약점인 배차나 차량유치 제약을 이걸로 좀 풀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필요하다면 4량 2개편성을 한 홈에 넣고, 하나를 더 받아 넣는 식으로 운용하는 묘기도 부릴 수 있을거고 말입니다.
사실 좀 찌질하다면 찌질한 욕심이긴 한데, 서울역의 지상 승강장이 총15개로 묶여 있는게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달까 그런 감이 있습니다. 뭐 도쿄역의 지상 18+2(주오선)홈을 압도하지는 못하더라도, 베이징역이나 신오사카역 같은 곳의 16개 홈은 넘는, 17~18개 홈 정도는 맞췄으면 하는 그런 욕심은 좀 있달까. 좀 구시대적인 발상이기는 합니다만서도. 물론 지금의 서울역 자체도 세계유수의 터미널이라고 할만한 규모기는 합니다. 12선 통과+3선 두단식이라는 규모는 유럽의 내로라하는 중앙역들에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훌륭한 규모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뭔가 19세기적으로 미묘한 욕심이 나는게 있달까. 이걸 해볼만한 포인트가 경의선 홈을 증설하는 거 하고, 경부급행용 고상홈에 추가 홈을 붙이는게 정공법으로 가능한 정도라서 이런데 좀 욕심이 가기는 합니다.
P.S.:
그리고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구 서울역을 문화재청에 넘기지 않고 별도의 문화재단으로 유지를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좀 남습니다. 구 서울역 쪽에 아직 4번홈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남아있고, 또 구 목조 구름다리의 콘크리트 기초로 쓰이던 건물이 남아 있습니다. 서울역사를 유지했다면 이 유구를 활용해서 관광열차용의 특별출입구로 쓰면서 4/5/6번 승강장을 유럽에서처럼 둘로 쪼개쓰는 꼼수를 쓸 수 있었을겁니다. 물론 기존 승강장에서 이동해 활용하도록 할수도 있기는 할거고 말입니다. 마침 KTX의 경우는 특실이 가깝게 배치가 되는 것도 이렇게 써먹을 수도 있을거고 말입니다. 풀 스케일의 역으로는 못쓰겠지만, 일종의 문화시설 겸으로 해서 이런 운용을 개발해 봤으면 하는 생각이 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