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에 서울역을 거쳐 갈 일이 있어서 차를 기다리다가, 우연찮게 서울급행을 요령좋게 잡아탈 수 있어서 타고 가다 잠깐 한 컷을 잡았습니다.
신호기에 붙은 이름표들이 좀 재미있는데, 찾아보니 두단식 승강장에 붙은 선로번호가 좀 독특하게 구성이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표1, 표2선으로 나가는 도중에 경1, 경2라고 나온건데, 정확히는 경인1, 2선이라 불리는 모양입니다. 이런 이름이 붙은 연원을 찾아보니, 일단 표는 "表"로 일본어로 "앞면", "겉", "바깥"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단어입니다. 즉, 이건 본래 역의 바깥(역 정면쪽)에 있으니 표선이라고 부른게 기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경인 1, 2선이라 불리는 선로는 경인선 승강장으로, 실은 경인 복선 당시에 지어졌던 승강장입니다. 일제시대에는 서울역 승강장이 오래된 대형역사들의 기본 선형인 3면 5선 구조로, 여기를 경인선과 경부선이 같이 쓰는 구조였는데, 이때도 경인선 승강장이 확보가 되지 못해서 승강장 증강 요구가 꾸준히 있었다고 합니다. 그게 어영부영 지나오다가 해방을 맞이하고, 어느정도 전후복구가 끝난 1960년대에 와서야 복선화 사업을 하면서 별도 승강장으로 정리가 된 것이었습니다. 정작 경인선 승강장에 경인선 열차는 없고 오로지 경부선 열차만 다니는 건 묘한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일겁니다.
서울역의 개축사는 그나마 자료가 빈약한 다른역에 비해서는 좀 남아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체계화가 좀 미흡한건 아쉽기는 합니다. 또 서울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흔적들을 별달리 크게 남기지 못한 점 같은 것도 아쉬울 따름이고 말입니다.
P.S.:
서울~천안간 급행의 증강요구가 경기도를 중심으로 계속 제기가 되기는 하는 모양인데, 현재로서는 이 1면 2선의 두단식 승강장으로는 도저히 견적이 안나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홈 끝단의 공간이 없어서 쉽진 않지만 이젠 인상선을 철거해 버려서 쓸모가 애매해진 지하서울역 방향 선로 2개 중 1개를 정리하고 여기에 승강장을 신설하여 2면3선 정도의 세력을 만들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