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간 경제협력 의제 중에 이게 튀어나오다 보니, 현재 진행중인 파업을 까기 위해 말을 열심히 만들어내는 모습이 보입니다. 덤으로 토건뽕 주의자들과 종교적으로 의미를 두고 추진하는 일부 세력이 여기에 말을 덧대고 있는 모양인데... 솔직히 말해서 뽕좀 그만빨라고 하고 싶달까 그렇습니다.
사실 위 사진에 인용한 러시아 철도(RZD)의 미래 건설계획에서 사할린까지의 연결계획은 언급이 있던 계획이기는 합니다. 저 지도에 사할린이 안그려져 있는데, 실은 연해주 쪽의 셀리힌(Selikhin ; Селихин)에서 라자레프(Lazarev ; Лазарев)를 경유한 니쉬(Nysh ; Ныш) 까지의 철도계획이 그 계획선입니다. 현재 시베리아 지역 최동단에 연결된 철도가 콤소몰스크 나 아무레에서 소볘츠카야 갸반에 이르는 철도선인데, 이 노선의 도중역 셀리힌에서 분기하여, 현재 사할린으로의 페리 거점이자 해협에서 가장 좁은 지점의 본토쪽 항구인 라자레프를 경유, 사할린 종단선의 도중역인 니쉬까지를 이어 대륙 연결을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계획안(솔직히 저게 되나 싶은 계획이지만)에서 사할린 남부에서 왓카나이를 연결하는 철도 건설을 포함시키면 현재 러시아가 제안한 철도정비의 전모가 나오는 택이 됩니다. 꽤 야심찬 계획이고 한반도 종관철도를 대체할 수 있을 거 같아 보이는 노선 구상이니 위기의식이 느껴질 수 있는 그런 그림입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도에 줄긋기를 하는 사람의 탁상 위의 걱정에 가깝습니다. 왜 이런걸 가지고 그렇게 떡밥을 키워주나 모르겠다 싶은 레벨인데...
일단 저 구간의 자연환경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동네들입니다. 일단 일교차가 크고 겨울이 혹독한데다, 주변지역이 굉장히 연약한 퇴적지대로 지형과 지질, 그리고 기후조건에서 철도를 제대로 부설할 수 있을지 부터가 일단은 논외랄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기 언급된 루트 선정도 아무르강의 퇴적지대를 피해 구릉지대를 경유하는 걸 전제로 노선을 계획잡은 걸로 보이는데... 문제는 사할린의 서해안 주변도 비슷한 막장이라는 점입니다. 위성사진으로 보면 참 예쁘게 습지대가 펼쳐져 있는게 보이고, 이걸 도데체 뭔 수로 극복을 할지 상상이 안된달까.
일단 돈으로 어떻게든 발라서, 사방에서 토사와 암석을 가져다가 말 그대로 미친듯이 다져넣어서 어떻게든 한다 쳐도, 이번엔 사할린 철도의 취약성이 문제가 됩니다. 여기도 2000년대 들어서 러시아 광궤로의 개궤를 지속 추진해 왔지만, 아직도 과거 일본제국이 남부를 점유했을때 도입된 1067mm 협궤구간이 대부분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후 러시아가 섬 전체를 영유하게 된 후에 정비된 종관철도도 이 궤간을 쓰기 때문에 60년대에 일본에서 기관차나 디젤동차를 사다 써야 할 만큼 러시아 철도와 따로 노는 동네였는데, 이 정비가 아직도 진행중이다 보니 역시 상당한 투자소요와 시간이 소요될 걸로 생각이 듭니다. 러시아 지도만 보면 지리감각을 잃기 좋은데, 사할린의 남북 양단 거리는 1000km에 육박하고, 본토연결철도의 접속점인 니쉬에서 현재 남쪽 철도종단인 코르사코프(구 일본명으로 오오토마리)까지만 쳐도 600km에 가까운 거리입니다. 러시아 철도가 비교적 저 규격이면서 빠른 정비속도를 자랑한다고 해도 투자액이나 소요기간이 그리 녹록한 수준은 아닐겁니다. 정비해도 단선철도를 면키가 어려운 저밀도 구간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오히려 돈만 있으면 왓카나이와 사할린 섬 남쪽 끝을 잇는 소야 해협 철도를 부설하는 건 어렵진 않을겁니다. 기후조건이나 지질이 괴랄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한 60km짜리 터널로 퉁칠수는 있어 보이니 말입니다. 거기에서 거의 무인지경인 구릉지대를 뚫어 접속철도를 정비해야 하고 이런 문제는 어찌 보면 다른 구간의 철도정비사업에 비하면 평범해 보이고, 그나마 여긴 기후조건이라도 상대적으로 덜하기는 할거 같아 보이기는 하니 말입니다. 건설의 난이도 보다는 재정 난이도가 더 높아보인달까.
이런 간난신고를 다 뚫고 철도를 뚫어 놓아도 사실 문제는 운영부문에서 불거질겁니다. 일단 궤간이 호환되지 않는거야 뭐 당연히 치뤄야 할 부분이니 더 말할것도 없지만, 일본철도의 화물수송능력은 한심하기 그지없고 오히려 연안수운에 치이기까지 할 정도로 빈약하기 그지없다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세이칸 터널같은 경우 신칸센 개통 이후 화물열차 통행을 늘리는데 제약이 굉장히 커진 상태고, 기술적 난제를 넘어 화물열차 슬롯을 늘려줘도 ISO컨테이너를 장거리 수송할 국내 인프라가 취약(없지는 않지만)한지라 국제간 철도화물 수송을 하고 싶어도 안될 가망이 높습니다. 정부투자로 어떻게 한다고 하려해도 이미 JR화물은 민간회사라 직접 지원은 문제가 되고, 여기에 JR화물 자체가 적극적인 대규모 인프라 정비사업에 투자할 체력도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철도수송으로 석탄이나 석유를 수송할 필요성이 있는가를 보더라도 솔직히 그다지...라는게 현재의 분위기기도 합니다. 대규모 벌크 화물이 전국 각지로 나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만한 환경도 아니고, 결국 연해주 항만에서 제대로 된 인프라취급설비를 정비해서 선박으로 받는게 기존의 산업입지와 설비를 활용하는데 유리하니 철도수송을 할 이유가 없어진달까 그렇습니다. 뭐 시베리아 철도 경유로 뭘 보내는 것도 운임경쟁력이나 러시아 당국의 정책결정에 따라서 쉽게 휘둘리다 보니 90년대 제법 진출했던 업체들도 다들 선편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속출했다거나 하는 전례도 있고. 결국 종합해 보면 돈만 오지게 쓰고 경제적 가치는 별로 안보이는, 그냥 러시아 국내 철도에 투자해 달라는 걸 국제철도사업으로 포장해 에둘러치는 수준에 가깝달까.
솔직히 말해서 일본이 얼마나 호구 뒤집어 쓰는 각이 나오는가를 두고보는게 의미가 크고, 외려 일러간 외교 밀월 쪽을 더 주의깊게 보는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대륙철도 사업 돈좌되네 이런걸 걱정하기 보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