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아직도 이런걸로 약을 파는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있는 걸 보니 여러모로 참 재미있다 싶습니다. 조금만 검색해 보면 '이 XX롬이 어디서 약을 팔어?' 소리를 들을 말을 태연자약하게 떠들고 다니고 있으니 기자라고 안부르고 기레기라고 부르는게 세태가 되는거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일단, 한국철도공사의 기관사들의 승무기준 자체는 단체협약의 부속협약으로 공시되고 있는 사안입니다. 물론, 저 자료를 제공한 치가 누군지 몰라도 단협의 내용과 취지를 제대로 이해 못하는 수준이하의 분석자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사람들이 단협이나 근로기준을 만지는 경우라면 그야말로 사람잡는 물건들 여럿 나올거라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 존재하는 모든 규제가 다 그렇지만, 과거에 트러블을 낸 적이 있거나 사람을 잡았던 전례가 있는 사안들을 잡아족친거라 봐도 될겁니다.
좀 쉽게 해설을 하자면, 기본적으로 교번 근무 내지 쉬프트(shift)라 불리는 변형 근로는 통상적인 9-to-5(우리나라는 점심 1시간이 불산입+무급이라 9-to-6지만)와는 완전히 다르고, 그만큼 관리소요와 근로자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런저런 규제가 가해집니다. 그리고 그 규제라는게 사람을 믿고 시켜줬더니 하도 사고들을 쳐놓고 야바위가 판치니 점차적으로 까칠하게 이것저것 시시콜콜하게 규제가 들어가는 거고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쉬프트를 짜는 규칙에서 큰 골조를 이루는 것은 총 근무시간과 연속집무(운전)시간, 그리고 최소휴게시간과 각 쉬프트 간의 시간이격, 휴무의 정의 같은게 다 들어갑니다.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해외의 시스템과 일부 달라지는 부분이 나오는건 한국의 근로기준법 상의 규제가 유럽과 전혀 다르고, 또 실무관행에서도 유럽에서는 주박(단절시간)의 불인정 같은 부분들이 있어서라고 봐야 할겁니다.
다만, 영국은 물론이고 유럽 차원에서 철도쪽의 쉬프트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규제를 두지는 않는 편인데, 이건 단협이 잘 정비되어 있고 산업 표준에 가깝게 적용되고 있어서에 가깝습니다. 이런게 취약한 도로차량, 주로 자동차운수부문에서는 생각보다 자세한 EU규제 및 국가별 규제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EU의 운전 규제의 경우는 하루 최대 운전 시간은 원칙 9시간까지, 그리고 한 주의 운전시간은 최대 56시간까지로 제한됩니다. 또한 4시간 반 마다 45분의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하고, 주휴는 45시간의 연속휴무시간이 주어져야 하는 식으로 규제가 들어가 있는데, 이게 말 그대로 최소규제의 개념으로 국가별로 이보다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실제 영국 철도의 기관사 승무 기준으로 제시되는 사례를 하나 인용하자면, 영국기관사노조(ASLEF)의 지침에 나온 내용을 들 수 있습니다(링크). 여기에 내용을 보면 7일 간 44시간의 근로시간 상한을, 그리고 연간 평균 35시간 이하로 근로시간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주간 근로는 10시간까지, 그리고 야간근로의 경우는 8시간으로 제한되며 최소 근로시간은 6시간으로 규정됩니다. 이것만 보면 10시간을 전부 승무를 시켜도 되는 것 처럼 읽혀지기 쉽지만, 실제로는 6시간 근무 마다 최소한 2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3~5시간 후에 부과하게 되어 있고, 6시간 이상의 근무에 대해서는 각 2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2번 부여하되, 3~5시간 후와 6~8시간 후에 부과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7시간 연속 승무같은건 애시당초 불가능한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만 보면 철도공사의 승무안이 굉장히 후하게 짜여져 있다고 생각하기 쉽기는 합니다만, 20분 휴게가 말 그대로 최소휴게기준에 가까워서 실제 운용은 40분 이상의 휴게를 부과하는게 흔합니다. 그거 딱 맞춰서 줄이겠다고 하다가는 그날 열차운행 싹 말아먹는 일이 나올테니 그렇게 짠다고 봐야할거고. 저 기준으로 보면 아무리 연속근무를 부과하더라도 최대 연속근무는 4시간 30분을 넘길 수 없고, 편의적으로 휴게시간을 삭감하거나 미룰 수 없을테니(그러다간 교대가 안되거나 운행중 휴게시간 도래로 차가 설테니) 실용적으로는 3시간 정도로 쉬프트를 짤 거라고 봐야할겁니다. 여기에 출근해 이례상황을 대비하는 근무(No duty)가 부과되기도 하고, 기관차나 차량을 출고하거나 입고하는 경우에는 차량의 인수도 점검이 부과되며 이런것도 일차적으로는 근무시간에 들어간다고 봐야 할겁니다.
사실 이전에도 이야기를 하지만, 자동차 운전에서도 2시간 이상의 연속 운전을 지양하라고 안전 캠페인에서 계도하는게 현실입니다. 제대로 운행시간 및 피로관리 규제가 없던 자동차 운수에서 사고가 퍽퍽 터지는 꼴을 보고서도 이런걸로 약팔이나 하고 있는 걸 보면 참 대단한 사람들이 많지 않나 싶습니다. 정말 저렇게 약팔이 하다 걸리면 오함마로 손모가지 날리는 "오함마 프로토콜"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