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12월 19일 부로 광주선 구간 셔틀열차가 운행개시되었습니다. 아직 수요에 대한 확신도 없고, 들리는 말로는 아직까지 잘 보급되었다기는 어려운 모양새라서 밝은 미래가 있다기에는 어려움은 있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꽤나 지지하던 열차인 만큼 잘 되기를 빌어 마지 않기는 합니다마는, 과연 사람들의 선택이 어떨지를 말하긴 좀 불확실하긴 합니다. 하루 800명은 작다면 작지만 또 크다면 큰 숫자인데, 경부선의 주요역을 빼면 무궁화호 이용객 숫자가 하루 800명을 찍는 역은 흔치 않기도 한데다 최저운임구간 50km보다 짧은 열차다 보니 체감 임율이 확 올라가는 점 때문에라도 사실 녹록한 목표치는 아니기는 합니다.
이 사업에 의미를 크게 두는 건 동해남부선 광역전철 투입과 함께 지방철도의 미래상을 결정짓는 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동해남부선이 대대적인 시설개량을 전제로 지방교통 시장을 완전히 새로운 사업모델로서 공략하는 방향에서 의미가 있다면, 광주선 쪽은 철도부문이 처한 재정적 한계와 수요기반의 불확실성하에서 기존 모델의 변용을 통해 지방교통 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대규모 시설투자 없이 있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델이 과연 어느정도의 성과를 뽑아낼 것인가, 그리고 그게 확산가능성이 있는가가 결국 한국에서 지방철도가 존속될 수 있는가를 가늠해 보는 척도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전혀 안먹히는 상황이 된다면 한국에서 지방철도의 존속은 답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해외에서는, 일본같은 경우 분할민영화 이후 지방밀착형 영업체제를 구축해서 간선 연변의 주요 지방도시에 전동차나 디젤동차 베이스로 고밀도 운전체계가 들어가서 나름의 실적을 거두어내기도 했고, 독일도 연방철도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지방화를 적극 추진해서 과거 대도시에 국한되어 있던 운수조합이 전국 각지의 지방도시로 확산시켜 나가서 철도의 역할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고 도시화율이 높아서 잠재력은 충분하다 보는데, 특유의 저운임 기조로 인한 경영취약성이나 도로친화적인 도시행정과 분위기 덕에 사실 쉽지 않은 상황이라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사업의 디테일을 보면, 재정적으로 감가상각비를 포함해 연간 42억원의 운용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철도공사는 추산을 하였고 이에 대해서 시에서는 겨우겨우 의회를 설득해서 12억원의 운영보조를 제공해서 하루 30회(15왕복)의 열차를 운영하는 것으로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기왕에 있던 디젤동차를 투입하는 차원이다 보니 순전히 열차의 러닝코스트 부분만 지원하되 그것도 전액지원은 하지 않는 것으로 조정해서 나온 숫자라 보입니다. 어차피 감가상각비나 정비비 자체는 기왕에 운용차량이 있다면 발생하는 비용이고, 역 부문의 비용은 다른 열차가 부담하는 공통비긴 할테니, 아주 말은 안되지만 좀 씁쓸한 이야기기는 합니다.
이래서 아마도 전동차 투입을 꺼린게 아닌가도 싶은데, 전동차를 가져오면 코스트를 완전히 분리해 발라낼 여지가 생기기도 하고, 또 역에서도 업무가 완전히 분리되니 러닝코스트를 싸게할 수 있어도 결국 비용부담분은 늘어나는 문제가 생기게 되긴 합니다. 또한 고상홈과 과선교 같은 구조물 설치개량비나 역무자동화설비 같은 것도 덩달아 부담해야 하니, 이건 아무래도 좀 어렵기는 하달까. 수요가 어느정도 검증된다면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당장에는 일이 되게 만드는게 중요하다 봤을 거 같습니다.
열차 투입을 살펴보면, 하루 15왕복 운행은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크지만, 운전시간대가 새벽5시부터 00시까지로 분산되고 단 1개편성만으로 운행하다 보니 여러모로 배차간격에서는 조금 실망스러운 감은 있습니다. 시간 안배 면에서도 패턴 다이어 개념도 아니고, 접속다이어라기도 조금 어중간한 느낌인데 단선구간에서 다른 열차들과 경합관계도 있고 또 반복으로 돌아오는 타이밍까지 감안해야 하다 보니 그렇게 된거 같아 보입니다. 의외로 정규 다이아 대로라면 극락강역 교행이 거의 없이 운행을 하는 눈치라서 사실 차량 정수만 확보되면 배차를 더 쪼아버리는 것도 가능할 듯도 합니다.
덤으로 광주송정역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다이어들이 좀 보이는데, 이건 아마도 다이아 혼란시의 버퍼링이나 승무원 운용상 생기는 틈으로 보입니다. 광주역 쪽에서는 열차 편성을 교체하거나 하는 용도로 이 틈을 운용할 수 있겠지만, 광주송정역 쪽은 단순 대기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대충 보아서 #1852, #1864, #1872가 40분 정도씩 대기시간이 주어져 있습니다. 운행시간이 16분 정도, 3량편성이니 반복 자체는 5분 정도라서 여유가 있긴 한데, 이걸 나주연장 정도로 하기엔 너무 이르거나, 기존 열차와 중복되거나 해서 #1864-#1863 정도 빼면 마땅한 열차가 안보인달까 그렇습니다. 이것도 승무원 운용이나 차량 트러블 시의 예비시간 확보 같은걸 감안하면 막 쓰긴 좀 애매한 자원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셔틀 운행에서 수요창출을 더 하기 위해 필요한건 도중 역의 증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물론 지금처럼 광주~광주송정간을 16분에 끊어서 사실상 택시나 자가용 운행에 맞먹는 속달성을 가진건 강점이기는 하지만, 14km 거리에서 도중 정차역이 극락강 1개소라는 건 간선철도에게는 어울리지만 지선철도에게는 7km 간격 정차라서 지나치게 긴 역간이 되기는 합니다. 디젤동차의 성능 조건상 조밀한 역간은 좀 무리기는 하고, 또 운임구조상 극락강~광주송정간에는 정차역을 잡아도 수요창출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보는데, 좀 더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는 극락강~광주역 간에는 1개소 정도 임시승강장을 설정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경유 버스가 많은 정류장 인근에 설치해서 버스 환승을 유도해 보는게 필요하다고 보는데, 일단 좀 가능해 보이는 지점으로는 야구장 북측 경기장건널목 주변과 동림교 인근 두 곳이 후보가 될 수 있음직 합니다. 경기장건널목 쪽은 안전성이 좀 문제기는 하고, 부지도 협소해서 사실 좀 한계가 있는 위치기는 하지만 북쪽 대로는 버스의 요지고, 남쪽으로는 야구장 수요를 볼 수 있어서 주변 부지 정리와 같이 해서 임시승강장을 설치해 볼 여지는 있지 않나 생각은 듭니다. 동림교 인근은 외진 위치고 부지면적이나 진입도로가 썩 좋진 않지만 대로에 버스가 많이 집약되고 운행구간 중 적당히 양분이 되는 위치여서 임시승강장을 둘만한 입지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 외에 과거 운암역 터 주변이 승강장 같은걸 둘만한 부지가 확보는 되어 있어 그럴싸는 해 보이는데, 버스 접속이 취약해서 후보로는 둬도 실제 올리기엔 애매한 그런 위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저번에도 주장을 했던 거지만, 실적이 어느정도 올라가고 객 흐름이 어느정도 안정화가 된다면 역시 4량전동차나 더 극단적으로 축소한 2~3량 전동차를 도입해서 본격적인 광역전철로 운전을 시도해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간 도중에 교행가능한 역을 설치하거나, 극락강역 전후, 대략 우산동에서 동림동 간의 미개발지 구간을 부분복선화 해서 운전상 제약을 줄이는 방법이라면 도중에 조금 인터벌이 벌어지지만 평균 20분 시격 정도까지는 줄여서 다닐 수 있을거란 생각은 듭니다. 이러면서 도중역도 기존역 포함 4~5개 정도로 늘린다면, 또 영업도 광역전철처럼 교통카드 베이스로 돈다면 도시철도 0.5개 노선 정도의 역할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뭐 말이 길어졌지만.... 하여간 잘 되서 다른 지역에도 파급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호남선 쪽은 철도가 묘하게 대도시를 비껴가도록 노선이 짜여져 있다보니 이런 구간연계가 절실히 필요한데 이번 시도가 성과를 거둔다면 win-win 게임이 될 수 있지 않나도 생각이 듭니다.
P.S.:
기왕의 잉여력을 발휘해서 스프레드 시트로 광주~광주송정 구간의 열차시각표를 작성해 봤습니다.(자작 광주선 시간표 링크)
이 관련해서 좀 불만이, 기껏 정기열차 열차번호를 부여해서 매일 운행을 시키는 상황인데 정작 철도공사가 공개하는 공식 시각표에서는 누락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티케팅에서는 정상적으로 표시가 되고 있기는 합니다마는 이건 좀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또 어차피 연간단위 게시를 할거면 사실상 정기열차에 준해 다니는 관광열차들도 시각표에는 포함을 시켜야 되지 않나도 싶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