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가 굉장히 공격적인 어투로 나온거 같아 보이고, 저거만 보면 정말 대사업을 삽질해서 "이런 썅봉터미날!" 소리가 나오게 한 거 처럼 보입니다만, 사실 이전에 농담삼아 했던 '7호선의 벽' 문제가 동일하게 터진 케이스라 할겁니다.
현재 서울시내 철도의 병목은 크게 두 지점에 걸쳐 있습니다. 하나는 경부선 금천구청~구로 간의 복복선 구간이고, 다른 하나는 중앙선 망우~청량리간의 복선 구간입니다. 뭐 여기에 성북~청량리 간의 경원선 병목도 칠 수 있고 이것도 따지고 보면 7호선 도봉산역을 거치는 구간의 문제인 셈이라 7호선의 벽에 들어간다면 벽이라 할겁니다. 이 문제 자체는 철도청 말엽에 어느정도 전망이 나와있는 상황이었는데, 이후에도 투자 우선순위가 꼬이면서 제대로 개판이 난 경우라 할겁니다.
당연히 서울시내 구간의 확충이 되지 않고, 그나마의 운행구상이나 시설정비계획도 아주 개판으로 잡은게 이번 사단의 원인인 셈인데... 풀릴 가망도 거의 없다고 봐야할겁니다. 망우~청량리간의 구간병목 문제는 전동차 만으로도 포화지경인 상황에서 하루 50회 이상, 즉 복복선으로 트래픽을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수준까지 몰려서 생기는 건데, 여기에 ITX청춘도 집어넣고, 경춘선 일반전동열차도 집어넣고 하니 교차지장 만빵의 악성 트래픽으로 더 가득차는 그런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할겁니다. 이래놓고 사업 줄여 예산절감했다고 좋아하던 양반들이 많았다고 하니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관료충들인지.
그나마 그 상황에서 전동열차 감차는 애저녁에 불가능한 이야기가 되다시피 한게 현 상황의 문제라 할겁니다. 이미 통근축선으로서 혼잡도가 상당히 올라가 있는 상항이기도 하고, 여기에 ITX청춘까지 영업을 하면서 경춘선 통근까지 모두 이 축선을 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어 있으니, 이걸 죽이고 열차를 넣겠다는 상황은 도저히 납득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 할겁니다. 20세기도 아닌 21세기에 혼잡률 230%같은 이야기가 나올 지경이니.
선로용량 외에도 사실 청량리역의 처리 용량 문제도 존재합니다. 현재 청량리역은 고상홈 2면 4선과 저상홈 2면 4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문제는 서울역이나 용산역, 부산역처럼 열차의 입환정비를 별도의 조차장으로 분리해서 홈을 통과식으로 운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재래식의 배선구조여서 처리용량이 굉장히 부실하단 문제가 있습니다. 그나마도 전동차 운행을 피해서 평면교차를 전제로 진출입을 해야하는 문제까지 존재하고 말입니다. 게다가 저상홈 2면4선은 입환이 필요없는 전동차로, 차내정리를 집약적으로 30분 정도에 처리하는 수준으로 쪼아대도 15분 이하 간격을 내는게 불가능하고, 여기에 승강장 길이 확보도 난감해서 추정컨대 KTX 20량 편성을 받을 수 있는 승강장은 1면 2선 정도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야말로 답없는 시설이랄까. 그래서 이런 빈약한 시설에 대해 뽑은 궁여지책이 저 일부열차의 상봉착발이라 할겁니다.
여기에 더 깝깝한 부분은 이미 이 문제가 부각될 걸 알고 있었지만 뭐 해결을 위해서 노력한게 전혀 없고 어떻게든 되겠거니 하고 방치플레이나 하고, 이권 따먹기를 위한 민간개방 드립이나 치면서 놀고 있었다는 점일겁니다. 아마 선로만 깔면 알아서 차 다니고 뭐 우겨넣으면 어떻게 되지 않겠나 하고 놀았던 건데... 정말 참 나쁜 정부랄까. 시간부족과 재정부족은 언제나 따라오는거고, 그걸 알기 때문에 올림픽 같은 국제행사가 되면 총력으로 밀어주기를 해 주는건데, 그걸 강릉역 지하화나 받아주고 딴짓거리나 하면서 다 날리고서는 이제와서 이런 궁여지책을 찾고 있는다는 점에서는 정말 무능하기 그지없다 평할 수 있겠습니다.
이지경이 되기전에 경춘선의 1호선 환승을 망우선 정비로 좀 김을 빼놓고, 또 청량리역도 이 난리통이 나기 전에 차량기지 기능을 분산시키고, 승강장을 어떻게든 증설하고, 경원선 시내구간에서 최대병목이 되는 이촌동의 절연구간을 해소하는 등의 애로개소를 정리하는 노력을 했어야 하지만 이미 시점을 다 놓쳤다 해야 할겁니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결국 저 상봉착발 외엔 대안이 없달까. 이 경원/중앙선계통의 20년간 사업추진 전반에 대해 아주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 할겁니다.
일단 상봉착발로 뭘 하겠다고 나온 핵심이유는 아마도 상봉역이 그나마 접근성 면에서 유리한 지점이면서도 예산과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라고 봐야할겁니다. 사실 합리적인 방향이라면 망우역이 구내가 넓직하고, 역무시설도 여력이 충분해서 여기를 여객열차의 시종착 거점으로 돌려놓고, 무궁화호 전반을 여기로 돌리는게 가장 합리적인 방향이 되기는 할겁니다. 화물운송이 문제가 되지만, 과거 한때 검토되었던 걸로 추정되는 국수역의 화물거점화로 가닥을 잡아주면 망우역은 최소한의 운전정리와 경춘선 방향 열차의 회두처리 정도로 기능을 줄일 수 있고, 이걸로 구내를 축소해 포입식 구조의 여객시종착역을 만들 수 있을겁니다. 이걸로 용량을 벌어서 고급열차나 대용량 열차만 청량리로 넣는 식으로 처리하는게 일단은 합리적인 대안일겁니다.
문제는, 이 작업을 하려면 일단 예산 투입량이 지금 이야기 나오는 100억 정도가 아니라 1~2천억은 들어가야 하고, 화물기능의 손상이나 변동으로 발생하는 불만사항이나 불편을 무마하는데 상당한 노력이 들어가야 하며, 중앙선 용량 자체의 부족이 해결되기는 커녕 저속, 저성능 화물열차의 시내진입으로 역설적으로 악화될 위험도 다분해집니다. 거기다가 무궁화같은 저가 열차가 외곽으로 떨어져 나오면서 생기는 불만 또한 매니지 하기가 쉽지 않을거고 말입니다. 거기다가, 가장 근본적으로 이렇게 정비한게 영구적이지 못하고 일시적으로만 써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때 저 막대한 비용 투자를 합리화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게 상봉착발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향후 활용가치가 제한적이거나 자칫하면 매몰비용으로 날아갈 수 있는 투자이니 최소투자로 해보자고 나온거고, 그걸로 봤을때 저상승강장과 관련 여객통로 확보, 그리고 맞이방 등에 시설 보강 약간 정도로 퉁칠 수 있는 사업이 상봉착발이라 그렇게 한게 아닌가 랄까 그렇습니다. 어차피 전 열차의 착발은 어림도 없는건 뻔하니, 시간당 0.5~1편 정도 수준정도의 보조착발역 정도 기능만 하면 족하다고 생각해서 하는걸거고 말입니다.
좀 추정에 가깝긴 하지만, 아마도 선로 쪽에 비용 들어가는 요소는 거의 0일거라 가정하면, 구상하고 있는 방식은 현 상봉역 중앙하선 선로를 이른바 중선이라 불리는 착발용 선로로 전환하는 것으로 퉁치려 들거라 생각합니다. 이게 선로용량에 끼치는 부담이 가장 작고, 선로 배선의 변경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망우역과 상봉역 사이에 장비유치 용도로 쓰는 막다른 선이 하나 있는데, 이걸 현재의 망우역의 안쓰는 고상홈에 이어붙여놓으면 사실상 3선운행이 가능하게 되고, 이걸 활용해 교차지장이 거의 없는 시종착화가 가능해 질겁니다. 이 경우 현재의 중앙하선 전동차는 망우선쪽 승강장을 쓰는 것으로 변경하되, 착발열차가 없는 경우엔 현 승강장에서 청량리쪽으로 정차위치를 조정해서 대응할 수도 있을겁니다.
이 경우 단 1면1선으로 취급을 해야하기 때문에 기관차 견인형태의 열차는 쓸 수가 없고 오로지 고정편성형 열차, 즉 KTX나 ITX새마을 착발 전용으로 굴리는게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임시사용이거나, 거기에 준해서 쓰는 정도라면 못할 이유는 없을거라 생각하고, 장기적으로도 망우~청량리간 복복선화가 될때까지는 계속 써먹게 될수도 있을겁니다. 이렇게 본다면 꽤 그럴듯한 "임시방편"은 되는 셈입니다. 그 임시방편이 오래 쓰일거 같다는 점에서는 좀 우울해지기는 합니다만서도.
여하간 이 서울동부지역의 철도계획의 실패는 정말 두고두고 욕을 해도 시원찮은 건이고, 이번 상봉역 시종착은 그 실패한 계획을 땜질하면서 나오는 궁여지책의 하나라 평할 수 있을겁니다. 얼마나 과거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긴 합니다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