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를 잘못 읽은 기자가 객차 50량으로 이해하고 뻘기사를 터뜨려서 "읭?" 하는 반응이 많았는데 좀 정리를 다시해서 나온 기사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객열차를 50량 씩 다는 나라는 없습니다. 19세기 말에 쓰이던 2축차라면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그 당시의 차량은 쓸데없이 무거운데다 현대적인 제동장치가 달려있지 않은지라 50량씩 달면 죽기 딱 좋은지라 안할거고, 이후의 보기대차 기반인 경우 가장 짧은 량당 길이를 가진 KTX의 18.7m를 적용해도 935m, 표준화차인 14m를 적용해도 700m에 달하는지라, 이걸 처리할 수 있는 역 설비가 없으므로 도저 무리라 할겁니다. 물론 비영업용으로 KTX-1을 중련해서 다니는 경우는 가정할 수 있지만 이 경우는 영업운전이 아니라 사고처리 목적외엔 쓸 수 없는 짓이고 말입니다.
사실 여객열차 장대화는 어느수준을 넘어가면 의미가 없어지는데, 대충 그 한계선은 4~500m정도라고 봐도 될겁니다. 500m면 사실상 도시철도 1개역 간의 정거장 끝단 간격쯤 되는 수준으로, 흔히 말하는 역간 간격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데 이정도면 단거리 영업은 의미가 없고 초장거리 영업 목적에서나 쓸까말까한 정도입니다. 이걸 취급하기 위한 역도 이용하기 불편할 정도로 지나치게 커지고, 인간이 아무런 보조구 없이 5분 정도 범위에서 커버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기 시작하게 됩니다. 1km가 넘는 승강장을 가진 인도 철도의 몇몇 역 승강장도 그걸 가득 채우는 열차가 다니는 건 아닙니다.
여객열차와 달리 화물열차의 장대화는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 상당한 가치를 가집니다. 기관차 1대, 또는 승무조 1팀이 취급할 수 있는 화물 물량이 늘어날수록 량당 운송원가는 당연히 내려가게 되고, 또한 같은 처리용량의 인프라라면 장대열차 쪽이 열차가 길어 발생하는 선로점유 손실을 감안해도 단위시간당 처리량을 더 늘릴 수 있으니 유리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 극단으로 간 미국 미시시피 이서의 화물열차들은 1마일 길이에 달하는 열차들이 다니고, 광물이나 석탄 열차조차 최소 7천톤에서 1만톤 이상을 수송하는 수준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뭐, 중국의 경우는 2만톤짜리 석탄열차가 10분 간격으로 다니고, 남아공에는 전용철도로 한정되지만 3.2만톤짜리 화물열차가 다니기도 하고 있고 말입니다.
다만, 생각보다 화물열차를 길게 만드는건 여러 난점이 존재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장대열차가 될수록 중량이 커지고 길이가 길어지기 때문에 가감속이 매우 둔중해진다는 점입니다. 연결기의 유격으로 인한 유동이나 느린 반응속도 문제가 생기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제동지령의 전파속도가 사람의 생각보다 느리기 때문에 적시에 제동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는 점이 있습니다. 당장에 비상제동을 걸더라도 이 제동지령은 공압 배관을 타고 전파되고, 각 차량의 공압회로 반응시간까지 모두 감안해야 하니 최후미에 도달하면 심하면 십수초가 걸릴 거라 봐야할겁니다.
이때문에 실은 이른바 중간 보조기관차라는 기법이 장대열차 운용에 많이 쓰입니다. 통상적으로 보조기관차는 애로구간에 한정해서 맨 앞이나 맨 뒤에 연결되고, 승무원이 승무하면서 급구배 구간에서 무전이나 기적 신호에 따라서 협조운전을 하는 방식으로 운용이 되었는데, 인력소요가 늘어나는데다 수작업이다 보니 상시적으로 쓰긴 어려운 한계가 있었습니다. 또한 맨 앞이나 맨 뒤에 연결하는 보기는 제동의 반응성 개선이나 성능활용 면에서도 그리 효율적이진 않은 편인데, 미국에서는 이런 방식의 한계를 인지하고 무선으로 제어되는 중간 보기 개념을 적극 사용하면서 초장대열차를 만들게 됩니다. 이로 인해 제동의 반응성도 개선하고, 인력소요도 절감하면서 연결기 부담은 줄이고 견인력을 최대한 뽑아내는게 가능해지게 되었달까. 어떤 의미에서는 동력거점식의 개념이라면 개념일겁니다.
또한, 시설 문제가 같이 나오는데, 한국처럼 혼합교통선이 기본인 나라에서는 화물열차는 여객열차에게 길을 비켜주면서 운행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의왕에서 진례까지 부산신항까지 경부선을 타고 가면 현재 고속화물열차에 한해서 5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 걸로 아는데, 동일 구간을 다니는 무궁화 정도도 그보다는 더 빨리 운행하기 때문에 최소한 한번 정도의 대피는 발생하게 됩니다. 더 느린 화물열차라면 더 잦은 대피가 발생하게 될거고 말입니다. 특히 대전~옥천이나 추풍령, 남성현 같은 쟁쟁한 고개 구간에서 한두번의 대피는 피할 수 없을건데, 이때 장대화물열차가 대피를 하기 위해서는 그 열차가 다 들어갈 수 있는 대피선이 필수적이 됩니다. 물론, 이 열차가 착발하는 화물역의 선로 또한 1개열차가 다 들어갈 수 있어야 할거고 말입니다. 문제는 이 선로연장은 시설의 일이고, 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보니 장대화물열차를 도입하는데 가장 큰 병목이 된달까.
결국 시설과 성능확보라는 양 제약점을 극복하지 않으면 장대화물열차는 아무리 경제성이 있다 하더라도 무리수가 넘치는 이야기가 된다 할겁니다. 기존 경부선을 다니던 35량 전후의 장대컨테이너 열차에서 더 긴 열차가 쉽게 도입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연유가 있을거고 말입니다. 50량을 연결하고 경부선 상에서 다른 여객열차와 혼합운행을 한다면 중련 대신 중간보기 내지는 후미보기같은 걸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이경우 원격제어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엔 결국 돈낭비에 그치는지라, 그게 아니라면 어디까지나 여객열차가 적은 시간대에나 다닐 수 있는 제한운행에 그칠 가망이 높습니다.
사실 경부선 화물열차의 장대화가 인력증강 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나름 의미가 있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서 오봉~부산신항/부산진 간의 열차는 편수가 제법 되는데, 이들 열차를 장대화 해서 횟수를 줄인다면 그만큼 인력절감 효과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역에서 발생하는 화물취급 시간을 좀 더 유연하게 편성할 수 있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화물횟수를 줄인 만큼 여객열차를 증강할 수 있게 됩니다. 뭐 지금으로서는 기존선 여객열차는 장대화도 안하고 있고, 중련운행도 누리로 2왕복에 한정되는 안습한 수준이어서 열차증강의 의미가 얼마나 있나 싶기도 합니다마는.
여하간 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없진 않은데 과연 얼마나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도입을 할 수 있는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