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신청 덕에 참 설왕설래가 많은지라 뭐라 말하기가 참 난해해진게 의정부경전철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사실 파산이 곧 운행중지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민간투자사업이어서 법인이 날아가더라도 잠정 운영을 거쳐 의정부 시가 일단은 자산일체를 인수해 기존 계약을 유지하여 운영할 수는 있긴 합니다. 사실, 민간투자사업에서 파산은 권리분쟁의 수단이던가, 최악의 경우라도 투자자들의 손절매 정도의 의미이지 사업(법인이나 회사가 아니라 그 운영사업 자체)의 파탄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여하간, 그건 머니게임의 영역인 만큼 더 말할 내용은 별로 없고... 사업 자체로서 의정부경전철은 아쉬운 점은 있을지언정 노선이 아주 망한 편은 아니었긴 합니다. 예전에 타본 경험으로는 승차가 없는 편은 아니었고, 의외로 시내이동에서는 버스보다 그리 못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즉 한 시가지의 노선으로서는 그럭저럭 돌아가는 노선인 셈이고, 한국처럼 운임이 지나치게 낮고 도로교통이 강한데다 대도시통근이 극단적으로 중요한 동네가 아니라면, 35만 규모의 도시에서는 좀 오버스펙이긴 해도 그럭저럭 지속가능한 수준의 교통이라 생각은 듭니다. 적어도 대책을 마련해 수요촉진을 할 여지는 있어 보인달까.
물론 경제성이라는 문제는 좀 고민은 필요하기는 합니다. 총 사업비가 5,477억원이 투입된 상황에서 30년간 총사업비 원금만 매년 182억원에 달하는데, 대충 정부보조금 받은 걸 감안해도 인프라 자체가 깔고 앉아 있는 비용이 매년 200~300억원 정도는 나온다 봐야 할겁니다. 여기에 운영결손도 수도권통합요금과 각종 무임수송을 감안하면 비슷하게 누적이 들어갈 상황일테니, 시 예산에서 부담하기에는 그리 녹록한 비용은 아닐거라 봅니다. 교통부문에서 시내버스 보조에 들어가는 부담같은것도 있고 할테니. 하지만, 이미 사업이 완공되어 돌아가는 상황에서는 시설 자체를 포기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인 만큼, 결국 어떻게든 합리화와 활성화를 노력하는게 답이라 생각이 됩니다.
활성화를 하기 위한 가장 큰 방법은 철도 연계수송이 강화되는게 클겁니다. 현재 연계가능한 철도망이라고는 경원선 뿐이고, 덕분에 진출입이 기본적으로 회룡역 단일로 되어 있다보니 철도로 시외로 진출입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구태여 경전철을 탈 이유가 적다는게 가장 클겁니다. 그렇다고 광역버스를 칼치자는 건 편익을 칼쳐서 사업을 살리고 보자는 식의 이야기고, 안그래도 경원선 축 자체가 의정부 부터는 만성적인 혼잡 기미가 있어서 불만이 안나올래야 안나올수가 없는 상황이라 할겁니다.
어차피 금방 결론이 나올 수 있는 사안은 아니기는 하지만, 7호선 연장선을 빠른 시일 내에 달성해서 경전철 반대쪽 종점인 탑석 인근에 접속을 받아내는게 근본적인 사업성을 강화하는 핵심이 될겁니다. 이걸 위해서라면 솔직히 지하화에 목을 매기 보다는 지상구간을 대폭 늘리더라도 어떻게든 끌어오는게 중요할거고 말입니다. 이외에 좀 어긋나기는 하지만, 교외선의 여객운행을 부활시키는 것도 긍정적 효과는 얻을 수 있을겁니다. 이건 꿈같은 이야기기는 해도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건 워낙 먼 이야기고 당장의 불을 끌만한 이야기는 아닐겁니다. 결국 가장 먼저 생각할 부분은 왜 수요증진이 안되는가 포인트일거라 보는데, 이전에 이용했을때 가장 큰 불만점은 승강설비 쪽입니다. 다들 고가 위에 3~4층까지 올라가는데, 내부에 에스컬레이터같은게 있긴 해도 정작 도로에서 접근하는 루트에는 그냥 계단만 덜렁 있는 곳들이 대부분입니다. 신체건강한 사람들에게 계단 따위가 문제냐라고 하겠지만, 전철 이용객은 입석에 지치는 사람들도 많다 보니 이게 의외로 문턱일수도 있다 생각은 듭니다. 전 역에 다 하는건 비현실적이고, 엘리베이터는 전역에 설치가 되긴 한데다, 또 에스컬레이터 같은건 사고위험도 있다 보니 쉽진 않을건데, 부지 확보가 가능한 대수요처 위주로 선별해 검토해 볼 필요는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좀 더 생각할 부분은 경전철의정부와 의정부역 간의 환승처리입니다. 철도통계연보상의 수도권전철 선별 인거리 수송량 자료를 보다 발견한 지점인데, 연락운송 데이터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의정부경전철이 무임비율이 가장 낮게 찍히는게 보입니다. 하다못해 용인경전철도 15%, 공항철도도 15%가 나오고, 차점으로 낮은 노선이 안산선(11.5%)과 서울 9호선(12.7%)인데, 의정부경전철만 유독 10.2%라는 기적적인 숫자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게 연선이 특히 젋고 노인이 적다라는 이야기는 말이 안되는거고, 결국 뭔가 이게 희석되는 포인트가 있다고 봐야할겁니다. 그리고 추정이긴 하지만 가장 큰게 바로 경전철의정부-의정부 환승으로 무임 유출이 자료에 보일 정도의 규모로 이루어진다는 걸겁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바로 경원선의 운행 특성 때문인데, 바로 의정부 시종착 열차 덕이라 할겁니다. 즉, 시종착 열차에 착석을 할 수 있으니 구태여 동선상의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행동을 하는걸거고, 아마 실제 세부자료를 까보면 경전철의정부는 하차가 도드라지고, 의정부역은 승차가 살짝 도드라지는 패턴이 좀 나올겁니다. 무임객은 이런 행태를 할 수 있지만, 정작 유상이용객은 이게 안되는 문제가 있을건데, 수익성 면에서는 반드시 이익이라 하기가 어렵지만 수요를 당겨오는 면에서는 이걸 공식화하는 방법도 생각은 해볼 수 있을겁니다.
버스 노선 정리나 환승 장려도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게 환승을 강제하는 각으로 가다보면 환승손실 보상으로 재정부담이 더 팽창되는 지점도 발생할 수 있긴 할겁니다. 경전철을 살리기 위해 전체 재정부담을 늘리는 방향의 개혁을 하는 건 역시 패착이 보이는 부분이랄까. 다만, 그래도 좀 이걸로 접근해 볼 수 있는건 광역이나 시외버스들 쪽일겁니다. 환승 가능한 거점을 하나 개발해서 경전철-시외/광역 연계를 해볼만은 할겁니다. 광역이나 시외버스는 환승제가 없거나 좀 단차가 있으니 재정부담에서도 한도는 지어질거라 생각합니다.
뭐 결국 근본적인 시장이 바뀌지 않으면야 지금으로서는 뭘 해도 약간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정도밖에 안되기는 합니다만, 뭐라도 해보겠다는 생각으로라면, 그래도 조금이라도 영업진흥을 해보겠다면 그정도와 홍보캠페인 정도가 답이 아닐까 싶긴 합니다. 기저를 바꾸는 노력은 아무리 서둘러도 10년은 보고 해야 하니 말입니다. 여하간, 생존이 전혀 불가능한 노선까지는 아닌 만큼 재무적 문제를 어떻게든 풀고 나면 뭔가 될 수 있지 않나 생각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