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철도는 정시성이 높다고 보통 말해지고, 그걸 일본의 업계에서도 세일즈포인트로 삼아서 이렇게 고밀도 운전을 하면서도 이만한 정시성을 뽑고 있다는 식으로 많이 어필을 합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자기 귀책이 없는 범위 내에서, 신간선 철도같은 탑티어 노선에서의 이야기에 가깝고, 실제 재래선 쪽은 사람들의 인식과는 약간 괴리가 있다 해야 할겁니다.
사실 일철의 정시성 관리는 뭐랄까... 나쁘진 않지만, 그 약간의 흠을 가리기 위한 눈속임과 관료제가 잘 배합되어 있는 면이 있습니다. 가장 전형적인 포인트가 국제기준인 15분 이상의 지연열차를 카운트해서, 지연하지 읺은 비율인 정시율을 기준하지 않고 자기네 기준인 "1열차당 평균 지연 시분"을 말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쪽 업계의 항변대로 고빈도 운전을 해서 정시 만큼 정간격 운행관리가 중요하고, 도시구간 단거리 열차 비중이 높아 자료가 상대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말도 일리는 있지만, 사실 저 정시율 기준으로 산출한 자료로는 그리 이쁘게 나오지 않기 때문일겁니다.
여기에 아예 자연재해가 심하거나 운행장애가 좀 크다 싶으면 아예 운행을 포기하고 열차를 운휴로 처리해서 아예 정시계산에 반영자체를 배제하는 식의 관행이 보통이라는 점도 있습니다. 이 시점에 오면 정시성 관리가 실제 이용객의 편의나 교통 확보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묘한 아이러니까지 보입니다만서도.
저렇게 장애가 잦은건 역시 혼잡도 문제도 제법 크지만, 상대적으로 빈약한 안전, 보안설비 수준에도 상당한 책임은 있으리라 생각은 듭니다. 평면교차가 난무하고 곡선이 잦다 보니 이런걸 직원들의 숙련도로 극복하고, 또 혼잡도 문제는 승객들의 숙달로 해결을 보는 경향까지 있는데, 아무리 사람을 갈아넣어도 설비의 질적 측면에서 좀 문제가 있달까. 여기에 몇몇 노선은 자연재해에 취약하기까지 하니. 물론 그 노력 자체는 대단한거고, 사실 그렇게 해서 상당히 고수준을 유지하는 점은 여러모로 배울 점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의 이야기지 사실 사람 사는 바닥이 거기서 거기랄까... 어느정도 수준에 도달한 철도 시스템이라면 관리가 가능한 요소들은 이미 관리가 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우열을 이야기할 차이가 있는가는 의문입니다. 그리고 한국철도도 10여년전과 달리 이젠 일정한 경지에는 올라선 고도화된 철도 축에 들만하고 말입니다. 배우는 자세는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스스로를 폄훼하고 낮춰볼 필요는 없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