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ITX청춘 차량운용에 여유가 충분하다기엔 임시열차 충당 정도 외엔 어려웠던 걸로 아는데, 마침 집단민원인지 몽니인지 모르겠지만 ITX꺼지고 급행전동이나 내놓으라고 난리친 덕에 운용 여유가 좀 생기긴 한 모양입니다. 정규운용에서 1편성 정도 여력은 나오게 된 듯 싶은데 그래서 파천황에 가까운 저런 경부선 투입이 나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노림수는 급행전동열차와 비슷하게, 고상홈 구간을 경유하다가 병목이 풀리는 금천구청 이남에서는 일반열차용의 경부1선을 태우는 걸로 가닥을 잡았을겁니다. 고가감속과 120km/h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고, 고상홈 및 20m 차량길이 대응이 가능한 ITX청춘은 이 조건을 클리어하는게 가능한 유일한 간선차량이니 한번 시도를 해볼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KTX때문에 경부선 열차빈도가 상대적으로 좀 비는 감도 있고, 특히 대전역은 설비면에서 충분하지만 호남/전라선 분기가 하필 대전조차장이어서 일반열차 빈도가 부족한 한계가 있었는데 이 틈을 메꿔볼만한 열차로 씀직 합니다.
고상홈에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마 사각지대를 메꿔볼만한 도전은 가능할 걸로 보이기는 합니다마는, 정작 간선정차역들이 다들 1정거장 정도로 접속가능한 위치라서 카더라로 들리는 노량진이나 신도림 정차는 별로 유의할만한 가치는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노량진은 그래도 한번정도 찔러볼 여지는 있음직 하지만, 당장에 개찰도 2개로 분리인데다, 역 시설도 변변찮은 상황에서는 시설개수 없이 하긴 좀 난감할거라 생각이 듭니다. 신도림은 구 고상홈 자리를 활용해서 동선분리를 시도하는게 가능하긴 한데, 1정거장만 가면 시간당 2~3편 이상이 공급되는 영등포가 있는 상황인지라, 배차를 등간격 다이야로 시간당 1왕복 수준으로 지르지 않는 이상에는 어림도 없지 않나 싶고.
문제는 역시 고상홈 전용이라는 애매함이겠습니다. 두정 이남으로는 모든 역이 저상홈인데, 따라서 최소한 단차가 50cm이상 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거기다가 한가한 구간이라면 모를까, 이용객이 늘 복작대는 구간에서 공항철도에서 쓰던 방식대로 철제 계단같은걸 가져다 놓는 식으로 승강을 해결하는 건 안전사고 위험이나 승강장 활용도 면에서 문제가 있을겁니다. 결국 고상승강장을 설치해야 할건데, 충청권 광역철도 설계가 어떻게 나갈지도 정해진게 없고, 또 조치원이나 신탄진 같은 곳은 배선까지 바꿔야 할 판이어서 도저히 견적이 안나오는 문제가 생깁니다. 떨렁 하루 몇 편 안되는 열차를 위해 수십억짜리 고상홈 공사를 하는 것도 좀 황당한 일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좀 무리수를 둬서, ITX청춘이 평시 쓰고, 일단 4량짜리나 8량짜리를 번망기 서울~대전 셔틀운송에 충당하며, 향후 충청권 광역철도에도 그대로 이 승강장을 쓰는 걸 전제로 미친척하고 시설투자를 지른다면, 근시일엔 어렵지만 연말이나 내년 초엔 쓸 수 있기는 할겁니다. 문제는 이 시점에서 대전역은 역설적으로 승강장이 부족한 역이 되어버리는 문제가 생깁니다. 현재 대전선용의 1면 2선을 빼면 5면 10선 구조가 되는데, 이중 2면 4선 단위로 고속선과 일반선에 충당시키면 시종착용으로 쓰는 중앙의 1면 2선이 남습니다. 이게 상당히 계륵이지만 이걸 빼버리면 대전종착 일반열차나 KTX를 설정하기가 굉장히 번거로워지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홈을 하나정도 더 우겨넣을 수 있다면 문제가 간단하지만, 하필 공사할때 그럴 여지를 다 차단해둬놔서 애매해졌달까. 대전선쪽의 1면을 시종착용으로 쓰기에는 평면교차가 워낙 대담해지는데다 대전선 경유 화물열차 운행도 난해해 지는지라 함부로 할 건 아닌듯 싶고 말입니다. 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 될듯 싶습니다.
홈 문제만 해결되면 다 되는건 아닌게, 안양~금천구청 사이의 선로사용도 문제가 됩니다. 하행은 종종 금천구청에서 기차선을 태워가는 경우가 있지만, 상행은 극히 보기 어려운데, 이게 현 배선구조상 고속선 합류전에 상행선은 전철선으로 넘어가는 분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현 배선구조상 반드시 고속선 합류지점을 거치지 않고는 기차선에서 전철선으로 넘어갈 수가 없어서 선로용량 확보차원에서는 굉장히 난감한 운용이 될겁니다. 게다가 경부선은 전철선에 화물 등도 섞여 다니다 보니 정시성이 나쁜 편인데, 여기에 저런 변칙운행까지 끼어들면 경부선 전철은 그야말로 지옥 1번지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시도기는 한데, 사실 현실적으로는 좀 많은 무리수가 있긴 한지라 장기지속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차량정수가 충분하긴 좀 어려울 전망이고, 180km/h급 차량을 150km/h도 못내는 경부선에다 넣는거에 대해서 말이 많을 수 밖에 없기도 한지라 말입니다. 여기에 시설 정비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밀어붙이는 것은 좀 조급증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