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소속 개표구가 없어서 지하서울역을 이용하던 1호선 서울역에 드디어 개표구가 생겼습니다. 따지고 보면 1호선 서울역 개업인 셈입니다.
철도공사의 서울역이 전철영업을 안하게 된건 아마도 MS승차권을 위시한 자동개집표를 도입하게 되면서 그리 된게 아닌가 생각은 듭니다. 전철 개업초에는 종이승차권이다 보니 예외처리를 사람이 융통성있게 할 수 있었을거고, 마침 지금의 환승통로자리는 과거 국철 출구 겸 지하철 연계통로로 썼던 곳이라 그게 가능했을겁니다. 이후 MS 승차권을 쓰면서 자동개집표를 반드시 지나가도록 구조가 바뀌었는데 그로 인해 동선의 유연성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그걸 보완하는 개량이 된 셈인데, 아무래도 과거처럼 매표나 개집표에 인력배치가 필수적이지 않아도 되어서 가능해진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기왕 시설을 제대로 할 생각이라면 본격적으로 개축이나 증축을 추진해서 맞이방 평면에 붙은 역사와 개집표구를 만들고, 영업면적 추가와 동시에 임대사업장을 늘리거나 아예 오피스 빌딩을 위에 올리는 복합개발같은것도 생각해봤으면 싶은 생각은 듭니다. 물론 그렇게 크게 일을 벌이면 빨리 할 수도 없고, 또 투자도 커지기는 하지만 은근히 부지에 여유가 있는게 또 서울역이라서 나대지로 노는 걸 좀 줄여봤으면 하는 생각은 좀 듭니다. 지금의 소개축 추진도 나쁜 방향은 아니긴 합니다만서도.
서울역의 지상개표구는 전반적으로 대규모 투자보다는 최소 투자로 최대효과를 보기위해 신경쓴 부분이 많이 보이는 설계인데, 일단 지붕을 따로 씌우지 않고 골조만 쌓은거나 실외건축에서 많이 쓰는 돌망태(gabion)를 쓴건 꽤 참신한 접근이 아닌가 생각은 듭니다. 외기에 노출되는 공간이다 보니 실내용 자재를 대체한 것도 나쁘지 않고, 어느정도 질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 그럴듯해 보인달까. 뭐 그 외에 보안 문제 때문에라도 저걸 했음직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말입니다. 또 동시에 고상 승강장 쪽으로 동선 통제를 위해 새로 개폐식 펜스를 추가한 것도 나름 머리를 쓴 조치라 생각이 듭니다.
조금 아쉽다면 선로방향으로 벽체를 뭔가 두거나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봄이니 크게 못느끼지만, 혹한기에 승강장은 은근히 춥고 바람이 심한지라 바로바로 통과하는 개집표구라고 하더라도 좀 아쉬운게 있고, 또 비나 눈이 보기보다 꽤 날리기 때문에 어느정도 바람막이 정도는 하는게 좋지 않았나 싶달까. 또 사람은 버텨도 전산장비가 들어간 기계들은 외기에 꽤 취약하기도 한지라 겨울철에 트러블 다발을 겪지 않을까 우려도 되고 말입니다. 그 외에 지하에서 올라오기가 좀 번거롭게 되어 있어서 계단을 오르고, 또 승강장에서 2층 맞이방까지는 에스컬레이터가 늘 내려오는 방향으로 돌고 있기까지 합니다. 의도한게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만서도, 좀 이용동선에서 아쉬움이 있긴 하달까. 에스컬레이터를 양방향화하거나 할 필요는 있어보입니다.
여담이지만 지상개집표구를 만들어놓은 배경에서 사실 좀 씁슬한 감이 있긴 한데, 과거 철도청 시대에는 구태여 국철 개집표를 따로 두지 않고 지하철에 위탁하는 역이 흔했습니다. 옥수나 신도림, 창동 같은 곳이 당장 떠오르는데, 철도청의 인력 절감을 위한 합리화 정책의 일환이기도 했지만 어차피 통합운영이니 비용배분이나 이런데서도 좀 두루뭉술하게 제도가 돌던 영향도 제법 될겁니다. 그러던게 이제는 각자도생에 가깝게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이번 지상개집표구 개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업적으로 보면, 지상역을 신설하게 되면 기존에 서울메트로 서울역이 가져가던 개표 수익을 철도공사가 같이 갈라먹게 됩니다. 지하서울역 1호선의 승차인원이 6만명 정도 수준인데, 이 중 1만명 정도를 가져오면 나름 소득이 있다 할겁니다. 거기다가 마침 동선 자체가 나오기는 불편해도 들어가기는 편한 위치가 되어 있어서 크게 이득이 없는 집표를 기피하기 좋기까지 해서, 좀 심하게 말하면 대놓고 서울메트로 털어먹기용 개집표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예전같으면 이런걸 하진 않았겠지만, 늘 이익으로 갈구리를 당하다 보니 이런 것까지 손을 대는 거 같아서 아쉽다 하겠습니다. 또, 이걸로 서울역 맞이방을 거치지 않고 나가는 유동객이 생기는데, 구내영업이나 민자역사 영업에서는 좀 손해가 생기는 부분이라 좀 뒷말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여하튼 이용객의 편의성 차원에서 자세 변화가 보이는 점에서는 평가할 만한 조치라고 생각은 듭니다. 결과가 나쁘지 않으면 그걸로도 족한거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