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의 루트를 통해 들은 좀 골때리는 이야기인데, 근래 대형발주가 떨어져서 난리인 대규모 공단 지역의 일감 공급 차원에서 정책자금을 활용한 철도차량 발주를 하자는 말이 나오는 모야입니다. 프랑스가 알스톰의 철도차량 공장인 벨포르(Belfort) 공장을 살리려고 TGV 15편성을 당장의 활용계획 없이 발주하도록 한 예가 있는데, 여기에 좀 자극을 받은 모양입니다.
일단 카더라기는 하지만, 모 회사를 지정해 발주를 내는 식이라기 보다는 실업자 고용을 연계하는 조건이나 아예 별개의 업체를 만들거나 사업부를 설치하는 조건같은게 이야기는 되는 듯 한데 정확한 내막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기성 제조사에 발주를 늘려봤자 실업자 구제가 제대로 되기는 어려운 만큼, 여러가지 제약조건을 걸어서 뭔가 해보려는게 아닌가 싶은 추정이 들기는 합니다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완성차를 만들 수 있는 회사 자체는 이러저러하게 쳐보면 4~5개사 정도는 있고, 없어지긴 꽤 되긴 했지만 과거 조선공사에서도 철도차량을 만든 전력이 있고 현재 폐업했지만 조선소를 겸업하던 철도차량회사도 있었기 때문에 중소규모 조선소나 중공업 회사들의 참여도 여지가 있을걸로 보입니다.
발주 수량이야 정책 대안으로서 다듬는 중인지라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3~5개년도 사업으로 총 1200~1500량 정도가 언급이 되는 듯 싶습니다. 일단 기성 발주 계획과 별개 트랙으로 돌리는 것이 이야기가 되는 모양이어서, 완전하지는 않지만 열차의 총량증가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교체물량 발주가 예정되어 있던 무궁화호 등급의 객차 대체차를 당겨서 발주하거나, 대체차 계획이 없던 올해 중으로 전 차가 수명만료가 도래해버리는 RDC의 대체 차량, 그리고 사용계획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앞으로 몇개노선은 생길걸로 보이는 광역철도용 차량의 여력 확보같은게 이야기가 나오는 듯 합니다. 화차쪽은 잉여차가 많아서 골치를 썩고 있는데다, 1량당 단가가 워낙 낮아서 발주량이 얼마나 나올지 불투명하지만 의외로 컨테이너 화차나 특수화차 수량확보가 이야기되기는 하는 모양이라 두고는 봐야할 거 같습니다.
일단은 좀 재미있는 아이디어라 생각은 드는데, 다만 문제는 이렇게 잉여차량을 운영부문에 전가시키게 되면 철도공사의 운영보전 대책이 좀 나와줘야만 할거라 생각이 듭니다. 차량의 감가상각비 부담도 부담이지만 이후 정비비나 동력비, 추가적으로 인력소요가 들어가고, 또 대개 적자사업 대체차량이 될 가망이 높은지라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백업이 있어야 할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증가한 차량들은 최소 20~30년 정도를 운영해야 하는데, 일시적 경기변동에 대해서 차량구매를 이렇게 누적하게 되면 향후 차량조달계획에 꽤나 부담을 가할 가망도 큽니다. 예측실패라고 하긴 좀 애매하지만 2000년대 이후 발주된 무궁화호 특실이나 일반실 객차, 누리로 전동차가 운임수입 문제 때문에 공중에 떠버려서 이래저래 개조차로 우선충당되어 빠지는 웃지못할 광경이 벌어지는 것도 차량조달을 단기전망에만 의존하거나 정책적으로 발주하다 뻑이 난 케이스인데, 이걸 재탕할 위험은 좀 염두에 두고 해야할겁니다.
기왕 장기전망을 두고 하기가 어렵다면... 좀 과격한 이야기지만 아예 구식기술에 철저하게 의존해서, 마일드 스틸(일반 철재) 차량을 조달해서 13~15년 정도, 연장사용을 하더라도 20년 정도 운용을 전제하는 일본의 신보수체계 이후 대량조달 차량들 처럼 굴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정비물량 팽창 문제는 요즘 워낙 시끌거리기도 하지만 장르가 구분되니 외주 베이스로 돌리는 것도 좀 해볼 수 있을거고 말입니다. 어차피 이렇게 용도가 미정인 상태로, 대부분 재훈련을 통해 전직해 온 조선업계 출신 기술자들을 활용하려면 스테인리스나 알루미늄 차량은 좀 곤란할거고, 또 설계 미숙이나 조립 미숙으로 인한 불량 발생도 어느정도 감수는 해야할겁니다. 이점에서 아싸리 보수체계면에서 돈은 들어도 속은 편한 구식 기술 베이스로 밀어내기를 해버리면 어떨까 싶달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번 물량에서 관심을 두는 부분은 RDC 대체 차량 쪽인데, 현행 디젤액압식 동차 보다는 과거 DEC처럼 전동차의 구동계를 활용해서 디젤-전기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디젤동차를 도입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성능면에서 열세를 면키가 어려울걸로 보이지만, 어차피 현재 디젤동차 운용선구들 중에 고속도 운전을 하는 구간이 전무한 지경이고, 또 대개 전철 구간에도 직접 진입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축전지 요소를 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도입을 하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비 로템계 제작사에서 해외 수주로 만든 디젤동차가 몇종류 있기는 한지라, 이걸 그대로 국내규격에 맞추는 방법이 더 편할 수는 있지만, 디젤동차들이 경원되는 이유를 감안하면 이번 기화에 어떻게든 혁신을 끼워야 할거라 봅니다.
좀 더 과격하게 간다면 지방광역선 사업용으로 4량이하 조성이 요구되는 판이라 어차피 현재 1M1T유니트 구성의 전동차를 그대로 쓰는건 불가능하니, 과거 주장했던 대로, 2M1T 정도를 1유니트로 하고 기어비 조정을 거쳐 130~140km/h급의 구동계를 갖춘 전동차를 우선 개발해 저 구제사업용 기본설계차로 투입하고, 여기에서 디젤발전기 모듈을 양단 선두차나 T차 하부에 끼워넣어 디젤하이브리드로도 쓸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까지 오면 기술개발에 너무 시일이 오래걸린다는 리스크가 있긴 합니다마는, 전동차 자체는 기기재배치와 종감속비 조정으로 어떻게든 될거 같단 생각은 들고 하니 행정적으로 패스트트랙을 태워준다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여러분 이거다.......................................................
.......................................................만우절인거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