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인가 해서 읽어보니... 아마도 정책관련자가 말을 흩뿌리면서 JR의 경영안정기금이라는 키워드만 보고 되도않는 소리를 싸바른거 같습니다. 그게 뭐하는 돈인지, 그게 얼마나 되는지 알면 저런 소리는 안했을건데 정말 정책족에서 철도구조개혁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게 없긴 없구나라는 절망감이 든달까.
JR의 경영안정기금은 일본국철 분할 민영화 당시에 도서 3사로 불리는 큐슈, 시코쿠, 그리고 홋카이도 지역 여객철도 회사에 대해서 아예 기금운용이익을 보조금으로 쓰도록 아예 일정 재원을 뚝 잘라서 준 것을 말합니다. 즉, 어떤 정부통제 하에 있는 특별회계에서 돈을 주는 개념이 아니라, 아예 단어 그대로의 기금을 만들어서 준것으로, 그 금액도 한참 버블의 피크를 찍던 시대다 보니 3사 합계 거의 1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입니다. 다만, 저 돈은 JR의 관할이라고 하지만 기금 원본을 깨는 것을 하지 않고(아마 실제 현금을 주진 않았을테니) 그 운용이익 형태로 영업외 수익을 가산받아서 철도부문의 영업손실을 보충해 경상흑자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데 씁니다.
이 문제는 일본의 철도행정에 있어서 굉장히 큰 화두여서, JR홋카이도가 경영실패로 빠져드는 2010년경에 운용이익의 불충분 문제나, 병행재래선 분리에 따른 경영수지 문제, 그리고 근래엔 JR큐슈의 상장에 따른 기금의 처리방안 문제 등으로 꾸준히 재정당국의 관심을 듬뿍 받고 있는 사안입니다. 이 개별적인 사안을 다 말해주면 또 이걸 가지고 어디가서 아는체 하고 다닐 양반들이 제법 나올테니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궁금하면 날로먹을 생각 말고 알아서 스터디를 해야겠습니다.
저 경영안정기금의 설치가 원래는 JR간의 교차보조 관계를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또한 정부의 직접적인 예산조치 개입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설정된 것이었습니다. 물론 실제 메커니즘은 그렇게 이상적인 건 아니어서 실체를 분석해 보면 아주 골때리는 보조 체계이기는 합니다마는. 결국은 JR 시코쿠와 홋카이도의 경영부실이 악화되고, 금리수준이 90년대 중후반 이후 제로금리로 완전히 맛이 가버렸기 때문에 흑자기업이자 승계 채무를 부담해 오던 JR 혼슈 3사는 대환채 발행을 통해서 아주 노나고, 촌동네 JR 도서 3사는 운용익 부족으로 망하는 그런 길이 나버리기는 합니다.
따라서 기금에 의한 적자보전이라는 방식은 그냥 여기돌 빼서 괴어주는 식의 러프한 개념도 아닐 뿐더러, 아마 당국자가 생각했던 특별회계 비슷한 체계도 아닙니다. 저런 괴상한 보조체계를 굴리느니 차라리 상하통합을 하면서 정부가 부채이관을 받는 빚잔치를 거하게 해버리는게 차라리 깔끔한 대안이 될겁니다. 기본적으로 저건 기관을 노조타도와 말안듣는 본사 수뇌를 조지기 위해 어거지로 잘라내 버려서, 사업자 간의 재정을 융통할 길을 스스로 막아버렸기 때문에 경영안정기금을 위시한 오만 기괴한 융통체계를 땜질해 넣은 결과물입니다. 물론 나름 성과를 거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좀 어거지로 돌아가는 루브 골드버그 장치랄까.
가장 압권인 부분은 SR에 기금을 갹출하겠다는 이야기인데... 음 그거 하다가 독직에 탄핵사건까지 줄줄히 나는 걸 보고서도 그런 말을 했다면 정말 굉장히 용감하다고 해야할거 같습니다. 권력적 사실행위라도 하겠단 이야기인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아 행정당국이 하니 행정지도일 수는 있겠습니다. 벽지노선 보조같은걸 셀프삭감하고는 코레일더러는 니들이 알아서 독박쓰라고 던지는 폼을 보면 이게 아주 익숙한 거 같아보입니다만서도.
물론 프랑스나 독일도 이 문제는 국철개혁이나 그 이후의 재정운용에서 굉장히 골치를 썩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한국처럼 극단적인 저운임을 하지 않더라도 일단 수송밀도가 낮은데다 망 자체가 방대하기 때문에 재정보조 없이는 재정적 균형을 확보하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대안은 재정을 어디서 확보해서 어떻게 주느냐에 걸려있습니다. 이점에서 프랑스는 재원의 확보쪽에서 굉장히 눈에 띄고, 반대로 독일은 재정의 집행쪽에서 눈에 띄는 특성을 가집니다.
프랑스 쪽은 지방정부가 목적세를 부과를 하는데, 한국이라면 자칭 자유경제론자들이 펄쩍 뛰는 방식으로 부과를 합니다. 즉, 법인이나 사업자에게 목적세를 부과하는데 무려 고용인원 수에 비례해서 부과를 하되 세율은 지방정부 단위에서 결정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이는 통근교통 형식으로 트래픽을 유발하는 당사자에게 과세를 매기겠단 의도에서 설정된건데, 이게 또 주민할인 형태로 운임조정을 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환원을 일부 시킵니다.
독일은 일반 재정에서 지방화 기금이라는 이름의 교부세로 지급을 해 줍니다. 이건 건설과 운영보조가 모두 포함되어 있고, 이걸 가지고 지역 교통을 지방정부가 굴리게 됩니다. 물론 지방정부 재원에서도 지출을 할 수는 있는 모양이긴 합니다마는. 이걸 가지고 지역철도회사에 직접 일정한 서비스 용역 형태로 돈을 지불하거나, 아예 컨세션을 새로 만들거나 하기도 합니다. 입찰방식을 쓰기도 하고, 앞으로 EU정책 때문에 그게 강제될 가망도 있는 듯 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해야한다는 의무가 있지는 않다고 하는지라 굉장히 융통성을 부여받고 있는 상황이랄까.
한국적 상황에서 이런 시책들이 그대로 적용되는 건 말이 안되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예산당국이 단년도 마다 이래저래 조물딱 거려서 기본적인 경영구조가 천수답 구조일 수 밖에 없다시피한 현 체제는 여러모로 문제가 있고, 이번에 벌어지듯이 명확한 근거 없이 정부당국이 경영악화를 유발시키려고 맘대로 삭감을 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그야말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폭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기 어디 제3세계의 20년 묵은 독재자새끼나 하면 딱 어울리는 수준 쯤 될겁니다. 그렇다고 특별회계 체제로 정부에 넘기다가는 그야말로 도로보새끼한데 금고 열쇠 넘겨주는 택이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