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간단히 적었지만 수도권 광역 급행열차를 늘리겠다는 공약은 다른 공약들에 비해서 좀 관심이 많이 가는 사안이라 생각이 듭니다. 개별 노선 별로 좀 생각하는 바를 적어두고자 합니다.
1. 경의선
경의선을 단독 노선으로 구분해서 급행 도입을 이야기한 부분은 의도한건지 아닌지 좀 애매하기는 합니다. 아마도 경의선 단독으로 급행운전 증강을 이야기하는거라 생각은 드는데, 현재 경원선-중앙선 쪽의 단면수송량에 비해서 경의선이 떨어지는데 비해 반대로 열차는 ITX청춘에 화물열차까지 끼어들어서 용량에 여유가 없는지라 필요와 달리 급행도입의 여지가 굉장히 부족한게 현실이기는 합니다. 경의선은 솔직히 밀어줘도 안타는 눈치가 좀 있어서 필요한가 싶은 생각은 들긴 하지만 그래도 운영효율성 강화 차원에서나, 도로 대비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시도는 할 가치는 있다 봅니다.
지하구간 부본선이 없는거만 빼면 사실 인프라 자체는 굉장히 양호한 편이기는 합니다. 일단 사용선로를 편의적으로 바꾸기 어렵단 제약은 있지만 능곡~DMC까지는 복복선이 되어 있고, 대곡, 백마, 일산, 운정, 금촌, 월롱, 파주에 부본선이 완비되어 있는 고로, 현행 체제 하에서도 급행운전은 아무 문제가 없다시피 합니다. 문제는 DMC 이후 지하구간에는 도데체 뭐하는 놈이 설계를 했는지 몰라도 부본선이 단 1개소도 없다는데 있습니다. 부지제약이나 예산제약의 문제가 있다지만 좀 심하게 해놨달까. 지금까지 사고 안났으니 다니지, 사고 한방 났으면 아주 지옥도였을겁니다.
설비면에서 결국 서강대역이나 효창역 효창선 부활 같은 정도나 좀 검토가 필요는 한데 이건 솔직히 불요불급한 감이 있습니다. 이걸 한다고 해봤자 지하구간에서 통과가능한 역은 가좌와 서강대역 정도 뿐이고, 홍대입구와 공덕은 수요상 필수정차, 효창역은 운전상 정차가 필요한지라, 기껏해야 4분 정도 이득에 그쳐서 지하구간에 부본선 개량공사는 정말 하등의 편익이 없습니다. 정히 한다면 다이어 패턴을 분석해서 가좌와 서강대 둘 중 1역을 통과하는 정도면 족할것입니다.
다만, 배차증강을 하되 중앙선 방향으로의 혼잡개선을 하려면 단 하나 필수적인 사업이 있는데, 바로 현재 용산역 경의중앙선 회차선(Y선)이 본선 바깥에 있는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철도공사의 아집인지 철도시설공단의 게으름 덕인지 몰라도 이 애매한 배선 덕에 적극적인 회차를 못하는 상황인데, 이걸 본선 사이에 중선으로 배치해 넣으면 현재 최대 15분 배차 정도 상황에서라면 경의선 방향은 7분 배차까지 줄여볼 여지가 생깁니다. 고로, 지하구간 1역 통과 정도로 하고, 중앙선 직결열차는 전부 급행운전, 경의선 구간열차는 RH및 조조심야 시간대 제외 전부 용산종착으로 정리해 넣는 방식을 취한다면 될겁니다.
좀 더 크게 사업을 벌인다면 용산역 1선 시프트(링크 참조) 같은거 까지 볼 수 있긴 합니다. 이경우 ITX착발 용량까지 확보하고, Y선은 별개로 굴리는 식이 되면 발착용량을 나름 키울 수 있어서 좀 해볼만 할거라 생각은 들지만 사업비의 절반을 용산역에 꼴아박아야 하니 좀 무리수가 있다고 봅니다. Y선 개선 정도면 지금 언급한 4000억 예산의 1/40인 100억 내외로 충분히 퉁칠 수 있는 사업인고로, 이걸 하고 남은 예산은 차량증비(8량편성 증비 및 4량편성의 6량화), 그리고 고양시 숙원사업인 교외선 정비 및 입체교차 사전설치(대략 2천억 정도)와 디젤동차 고빈도 운전(12편성 36량 정도, 총 400억 내외)까지 해볼 수 있을겁니다. 좀 디테일하게 기획이 나와봐야 할거 같달까.
2.수인선, 분당선
선명을 따로 언급을 하면 이게 뭔가 싶지만 사실 둘을 분리해서 운전계통을 볼 수 없게 될 전망인지라, 2019년 정도 도입을 목표로 해서 두 선구를 묶어 급행운전을 도입하는게 가능할거라 봅니다. 사실 여기도 설비면에서 안산선 병행 구간 개량 내지는 부분 복복선화만 좀 하고 나면 인천에서 분당선 죽전까지 급행운전이 가능한 구조기는 합니다.
문제는 분당선 죽전 이북, 즉 죽전~왕십리간에 급행운전이 불가능하다는데 있습니다. 반면 급행운전의 필요는 이 구간에서 가장 절실하긴 한지라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 할겁니다. 역시 이구간 배선이나 설비는 정말 멍청하게 해놔서 반복 Y선이나 부본선이 과거 종착역인 오리역을 제외하면 단 한곳도 없고, 또 역을 제외한 대부분 구간이 터널구간이어서 설비개선에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걸로 예상이 됩니다. 이쪽은 정부에서 용역까지 해봤지만 노답 수준의 견적이 나와서 그냥 좋은 보고서 잘 읽었습니다, 물론 계획은 없고요 수준의 결론이 나온 판입니다.
그래서인지 가장 많은 예산액인 6천억이 언급이 되었는데, 이중 절반은 안산선 병행구간의 부본선 미설치역인 고잔역, 중앙역(궤도, 전차선 미설치) 궤도설치와 한대앞역과 안산역 확장개량 정도에 투입이 되어야 할거라 생각이 듭니다. 수인선구간은 지하구간에 부본선이 전멸이지만 지상구간은 모든 설비가 완비되어 있는지라 별다른 예산투하가 필요할 걸로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분당선 구간 개량이 문제가 되는데... 여긴 개량을 하려면 최소한 3개역 정도가 필요한데, 정작 이걸 할만한 데는 성남시 구간 정도로, 가장 절실한 강남의 잉여 3개역을 개선하는데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기가 어려워서 효과적으로 하기가 힘든 문제가 있습니다.
대모산입구, 개포동, 구룡 3개역은 하필 전부 곡선을 끼고 있어놔서 부본선 개량공사가 매우 난감한데다, 바로 옆에 하천이어서 공사의 편의성도 아주 지랄맞기 좋은 위치입니다. 이 3개역 중 개포동이나 대모산입구에 부본선을 하나 둘 수 있다면 도곡~왕십리간은 각역정차로 돌리더라도 큰 무리는 없어서 급행운전이 가능하겠습니다마는, 문제는 여기가 해결이 안되는 고로 나머지 구간에서 급행운전을 걸어준다고 해도 효과가 까이는 한계가 있습니다. 성남시 구간은 그래도 공사를 시도할 만한 곳이 좀 있긴 한지라 낫기는 합니다마는.
차라리 그럴바엔 신분당선 서울방향 직결이 가능하도록 정자역에 부본선을 추가하고, 좌석 배치 위주의 차량을 만들어서 송도발 수원경유 신사종착 정도의 장거리 우등열차를 개발하는게 낫지 않나 생각도 듭니다. 단층 6량편성으로는 정원이 부족하긴 할겁니다마는, Mc차를 채용해 ITX청춘처럼 중간에 2층T를 연결하면 그래도 한 450명에서 500명 정원은 뽑을거고, 운임추가징수를 전제로 이걸 20분에 1대 정도 급행열차로 투입하면 방향당 1500명/시 정도의 수송력을 때려줄 수 있기는 하니 이정도로 어떻게 해결을 보는게 나을거라 봅니다. 그리고 남은 예산은 분당선 차량을 8량화하는데 투입하는게 바람직할거란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안산선에 투입되는 비용을 절감하면 분당선 전 차량의 8량화는 가능할거라 봅니다.
이쪽은 토지공사의 객기인지 호기인지 전구간 지하화를 밀어붙인 덕에 이런 망조가 들어버린거고, 그래서 신분당선 까지 투자가 들어간 상황이라 정말 답이 안보이는 미궁이랄까.
3. 서울 6호선
이건 과거에 이야기 한 적이 있어서 재탕하는 기분인데(링크 참조), 일단 도철쪽의 검토를 알고는 있어서 2천억 정도면 될거라는 호기로운 이야기를 한걸로 보입니다. 일단 완행을 도중정차시키고 본선 추월을 시키겠다는 식의 좀 과격한 급행운전안을 내고 있고, 이걸 실증시운전도 돌려본지라 꽤 빠르게 할 수는 있을거라 생각이 듭니다.
다만, 2천억 정도로 해결을 본다는건 좀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마도 월드컵경기장 정도에 부본선을 추가하는 정도로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거 같은데, DMC역 위쪽과 안암역 이후만 급행운전을 한다면 2천억 예산도 다 안쓰고 할 수 있을겁니다. 다만 제대로 급행을 돌리려면 월드컵경기장과 고려대역 내지는 보문역에 2면4선 설치는 필수적으로 해야할거고, 가능하다면 상수~공덕 구간에도 제대로 된 2면4선 정도는 들어가야 할겁니다. 3개역 정도가 추가되면 예산은 6천억 정도는 들어가야 하고, 차량 정수도 서너편성은 추가배치를 해 줘야 할겁니다.
4. 그외에
아마 사람들이 급행운전을 가장 절실히 바라는 구간은 2호선과 7호선 연선쪽일겁니다. 그래서 박원순 시장이 임기 초에 2호선 복층화 같은 이야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쪽은 사실 급행운전을 하고 싶어도 이미 노선이 포화상태라서 현 운행선에 추가로 뭘 해볼 여지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입니다.
이외에 4호선도 과천선 구간의 급행운전 도입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을거라 보이는데, 이쪽은 과천~선바위 구간이 우회하는데다 평일엔 별 수요가 없는 행락지 노선이라서 더더욱 이런 감이 강하다 봅니다. 애초에 지선과 본선으로 역할을 쪼갰으면 나았을거 같은 구간이랄까. 80년대 후반까진 노선 하나 하는것도 벅차서 가급적 이리저리 훑어주는 노선을 뽑는걸 선호한 흔적이기는 합니다마는. 문제는 4호선이 만성적인 지연노선이라서 급행운전을 하기엔 한계가 많다는데 있습니다. 역으로 차라리 지금의 사당종착을 줄이는 방향의 차량과 다이어 개정을 생각해보는게 나을 거라 생각듭니다.
그리고 철도공사 노선 중에 급행운전을 이미 하지만 반응이 시큰둥하고, 또 여건도 나쁜 경원선의 설비개량이나 이런것도 좀 고려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