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문제있는 언론사 보도라서 인용하기가 좀 그렇긴 하지만 꽤 잘 찌르고 들어간 기사라서 인용해 왔습니다. 2층 KTX와 관련해서 기관간의 입장차이가 어떤건지는 이걸 보면 좀 이해가 될겁니다.
어떤의미에서 철도공사의 2층 KTX도입 의향과 평택분기~오송간 복복선 건설 민자사업은 향후 철도사업의 방향성을 결정지을만한 논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주건종개를 할 것이냐, 주개종건을 할 것이냐의 논쟁이랄까.
사실 이런 인프라에서 건설을 선호하는게 지금까지는 보통이었고, 대개의 경우는 그게 향후를 향해서도 결과가 좋았던게 사실이기는 합니다. 해방 이래로 인프라가 충분했던 시대는 거의 없다시피하고, 그중에서 철도 인프라의 불충분하고 취약함은 고질적인 수준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언제나 무한정의 예산이 주어지는 건 아니다보니 건설을 열심히 했다고 해도 늘 모자랐고 그래서 과잉토건이라는 말에 둔감해진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2층 차량은 그점에서 좀 시덥잖아 보이는 대안이기는 합니다. 근래 전2층 편성을 기준으로 40% 정도의 수송력 증강을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대가로 승강지연이나 차량 중량 증가와 성능 저하 같은 약점들을 여럿 가지고 가야 할 뿐더러, SR은 또 그걸로 갈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하는 상황에 기존 KTX차량들도 수량이 좀 있다보니 실행가능성 면에서도 좀 난점이 보입니다.
다만 여기에서 토건보다 운영에 좀 방점을 두는게 개인적으로는 맞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가장 전제가 되는 향후의 수요증가가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는가를 고민해 봐야 할겁니다. 현재 두 노선을 합쳐서 18만에서 19만명/일 정도로 수요가 안정화되는 걸로 추정이 되는 상황인데, 이후 여기에서 더 지속적인 수요확대가 얼마나 있을 수 있는가를 고민해 봐야할겁니다. 인구 증가가 이미 정체지경에 들어간 상황에서, 경제정책의 실패로 수요기반 자체가 붕괴 위기에 몰린 상황인데 과연 계속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 봐야 할겁니다.
물론, 평균소득 자체는 어느정도 증가해왔고, 서비스요구나 시간편익이 점점 수준이 올라오면서 사람들의 선호도도 그만큼 까다로워졌고, 개인의 장거리 여행 성향 자체도 증가추세일 것이다라고 예상은 됩니다. 하지만 그게 2004년 이래 노선망 확장, 열차 증강, 인구 증가와 고성장에 의한 소득 팽창 같은 호조건에 비하면 한계는 명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요즘은 수요예측 연구자료를 공시하지 않지만, 마지막 공시된 2013년도 예측자료를 보면 이런 경향성을 어느정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90년대 말에 예측했던 30만명 이상의 호조건은 택도 없는 이야기고, 예측되는 값의 최대치는 2023년에 19만명/일 정도입니다. 상당히 보수적인 예측이어서 일전에 국토부의 자화자찬용 보도(링크)에서 다루는 값보다 작기는 한데, 그래봤자 5~10% 정도의 오차정도로 막았다고 봐도 될겁니다. 즉, 저 데이터에서 언급한 19만명/일을 피크로 본다면 앞으로 추가로 수요가 20%쯤 늘어난다손 치더라도 22~23만명/일 정도가 한계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현재 값이 18~19만명/일 정도를 마크하는 상황에서 저정도로 수송량 증가가 예측되는 상황이라면 사실 답은 자명합니다. 4조원 가까운 사업비를 들여서 매 년 최소한 1300~1500억원, 민자사업으로 마진을 붙이고 기타 건설 비용의 증가까지 가면 2천억원 정도에 달하는 원리금 부담을 선로사용료로 전가하면서 복복선을 건설해 넣으면 결국 부담만 계속 늘어날 뿐이 될겁니다. 열차편수를 지금의 2배를 넣을 수 있게 된다지만, 실제 수요가 그 2배쯤 늘어나는 열차수를 채울만큼이 되지 않는다면 결과는 손해가 날 수 밖에 없달까. 무엇보다, 저 피크지점을 지나치고 나서는 완만한 내리막이 지속될건데, 그 상황을 견뎌낼 수 있을것인가에서 의문이 든다 할겁니다. 민감도 분석을 해볼 필요는 있겠지만, 하루 1~2만명/일 수준의 수요증가가 보장이 된다고 해도 쉬운 사업이 되긴 어려울겁니다.
물론 건설쪽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말하는 인천이나 수원발, 의정부 출발 KTX까지 진입할 경우의 용량문제가 남기는 하지만, 인천, 수원발은 편수가 얼마나 나올지도 고민해봐야 할거고, 의정부 출발은 아예 공사계획이라도 나오고 나서 이야기를 해봐야 할겁니다. 그리고 그 사업들을 총동원한다 해도 현재 볼륨보다 어느정도나 더 증강을 필요로 할지 감안해 봐야할거고 말입니다. 당장에 말하는 수원이나 인천의 착발능력 자체가 빤하고, 공급 가능한 차량편수도 차량기지 수용능력의 한계가 있는 고로 현재의 단순 2배수를 늘리는건 말이 안되기도 한데다, 그만큼을 늘렸을때의 과잉공급을 현재의 운임구조에서 감당할 수 있는가도 고민해 봐야할겁니다.
뭐 사실.... 열차의 공급능력 강화 자체는 인프라의 증설여부와 관계없이 할 필요가 있기는 한 사안이기도 합니다. 둘이 반드시 양자택일의 관계가 있는것도 아니기는 하고, 또 아무리 인프라를 때려부어도 출퇴근시간이나 주말의 여가이용이 집중될 때에 특정 열차의 공급여력을 늘려서 대응하는게 필요한 것은 사실이기도 한지라 말입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46개 편성을 전부대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재정여건과 차량운용 상황에 따라 순증분과 대체분을 구분해서 기일을 분리해 도입하거나 하면 차량의 과잉보유나 재무적 부담 과중을 피할 수 있고, 또 총량적으로 보더라도 4조원 수준의 인프라 투자비에 비하면 비교적 가벼운 수준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겁니다.
여하간 닥치고 토건투자를 지르는 것 보다는, 운영에서 해결 볼 수 있는 범위에서는 운영의 고도화를 적극 추진하면서 대규모 투자의 타이밍을 순연 조정해서 국민부담을 경감하는 그런 노력이 좀 필요할거라 생각을 합니다. 당장에 정히 인프라 투자가 급하다면 부지매입이나 교차, 접속시설의 선시공 정도의 선투자 정도는 선행해서 하는 정도면 족할 거라 생각이 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