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이용해 잠시 타보고 왔습니다. 10분 내외의 지연을 쳐맞고 달린 안습한 여정이지만, 그래도 유니크한 열차를 타보는 만큼 그정도의 흠은 넘어가 줘도 무방하다 생각합니다.
일부러 2층을 골라서 탔는데, 확실히 2층 선호가 제법 있었습니다. 단층쪽은 모르겠지만 2층은 일단 좌석은 다 깔고 가는데다 일부러 구경삼아 올라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서 철도이용을 홍보하는 면의 효과는 확실히 느껴집니다. 2층에서 내려다보는 뷰 자체는 좀 참신한 부분도 있지만, 경부선 자체가 워낙 익숙한 노선이라서인지 확 눈을 잡아끌만한 풍광이 없는게 좀 약점이라면 약점일겁니다. 경춘선의 차창은 비록 직선화 덕에 많은 부분이 지하철화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북한강이 있지만, 경부선은 딱히 그럴만한데가 없으니 말입니다.
왜 하필 ITX청춘을 경부선에 투입했는가는 여러 이유가 있긴 할겁니다. 경춘선 벗어나면 쓸데없는 차 아니냐는 이미지도 좀 불식을 시키려는 것도 있을거고, 2층 열차가 경부선엔 못들어가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좀 불식시키려는 차원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일반선 열차 중에서는 객차증결 무궁화를 제외하고 가장 편성당 정원수가 많은 열차여서 공급량 증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투입한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2층차의 좌석수 증가효과가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고 하지만, 그래도 거의 570석 정도에 달하는 좌석공급이어서 ITX새마을 2대 가까운 수송력을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타본 느낌도 이런 목적을 꽤 잘 달성하고 있다는 느낌이었고.
우려가 많았던 저 가설 목조승강장도 생각보다는 꽤 그럴싸했습니다. 물론 저걸 설치한 승강장은 일반열차 용도로는 쓰기가 굉장히 애매해져버렸고, 특히 3호차의 장애인 좌석 대응 때문에 기다란 슬로프를 승강장 옆쪽으로 뽑아놓은 곳도 있어서 일반열차와 공용으로 쓸 수 없게되어버린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부선 역들은 과거 PP동차 때문에 16량 편성 대응의 승강장이 주요역엔 설치되어 있고, 이걸 활용해서 절반 정도를 가설 고상홈이 먹어치우거나, 아예 부본선쪽에 두어서 본선 정차에는 제약을 안두게 만들거나 그렇게 조치를 해두었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좀 절충형이 되다보니 대량으로 열차를 늘리기엔 좀 한계는 있음직 합니다.
신도림역의 동선분리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얼마나 익숙해지냐의 문제일거 같기는 합니다. 일단은 생각과 달리 일반전동열차와 정차위치가 완전히 분리되는지라 분리자체는 꽤 깔끔하게 잘 떨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직원들이 배치되어서 안내를 하는 덕에 통제는 현재 잘 되고 있기도 하고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예 승강장에 제대로 된 부스와 통제용 래치를 설치해 두어서 상시 유인화를 하는게 필요하다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합리화를 이유로 아마 어느정도 안정화된거 같다 싶으면 무인화를 시도할 듯 싶습니다. 무인화 할 경우 열차가 없는 시간대나 아예 야간, 새벽시간에 불심자가 들어가거나 해서 운행장애를 초래할 위험도 있으니, 단순한 수익이나 안내 차원보다, 보안차원에서라도 좀 배려는 필요할거 같습니다.
편의성 면에서는 바로바로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보는데, 경인선 급행을 이용하면 그야말로 즉좌에서 이용할 수 있는데다, 2호선 이용이나 9호선 이용객에게는 꽤 소구력이 있을듯 하기는 합니다. 영등포 무정차가 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대신 신도림이라서 무마는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다만, 이걸 위해서 정시성에서는 좀 손해를 보는 감은 있습니다.
정시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들리는 말로는 지연자체가 상습적인 수준이라고 하기는 합니다. 급행열차나 용산삼각선 경유의 화물열차들, 그리고 경의중앙선 열차까지 걸리적거리다보니 발생하는 문제라 생각이 듭니다. 이걸 해결하려면 수원역 정도에서 완충시간을 좀 잡아주는 수 밖에 없지않나 싶은 생각이 좀 들긴 하는데, 또 여기서는 고상홈을 먹고 있다보니 다른 전동열차 사정도 맞춰줘야 해서 난감하지 않나 싶습니다. 게다가 정작 경부선이 열차최고속도가 좀 약한 노선이어서 본선 주행에서도 거의 회복이 안되는 모양새인지라, 다이어를 좀 늦추던가, 아니면 주행속도 쪽에서 손을 보던가 할 필요는 있을거 같습니다. 이건 전철선을 공유하는 이상에는 숙명이기도 하고.
다이어 구성에서는 평일 2편성, 주말 1편성을 가지고 굴릴 수 있는 최대한의 횟수를 넣은 듯 한데, 덕분에 출퇴근 열차라는 명분에서는 좀 어긋난 구성이 된거 같아 보입니다. 이건 급행선이 아침저녁 RH엔 경인급행으로 넘쳐나는지라 회차이전에 끼어들 틈서리가 없는게 가장 큰 이유기는 합니다. 뭐 서울-대전 기준이 아니라 수원이나 조치원같은 데를 같이 보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기는 합니다마는. 낮시간 운행은 차를 놀릴 수 없으니 좀 어중간한 이용률이라도 굴리는 거라고 봐야할거고.
무임승차객 혼입문제는 서울쪽은 워낙 만반의 준비를 잘 해놔서 큰 문제는 없어 뵈지만, 역설적으로 수원이나 조치원 같은데서는 좀 뚫리는게 아닌가 싶은 느낌은 있습니다. 다짜고짜 좌석이 맞냐고 묻는 사람을 마주쳤다거나, 아무리 봐도 정상객으로 안보이는 이상한 비매너 객이 간이석에 얼쩡댄다거나 하는게 보이는지라. 마침 철도경찰 첨승까지 채워넣고 있는듯 하지만, 기존에 악명높던 포인트들도 좀 신경을 써야할거 같습니다.
노량진 쪽은 이용루트에 넣질 않아서 모르겠지만, 혼합동선을 유지한 걸로 보입니다. 좀 혼잡도를 고려해서 하긴 해야하겠지만, 현재의 급행선의 상행 부본선을 본선으로 쓰고, 기존 본선을 중선으로 바꿔서 현재의 급행 상선 승강장을 ITX전용 및 시종착 전동 전용홈으로 쓰는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용산시종착은 낮시간대 경부선 선구내 반복에 한정시키고, 편성방향이 뒤바뀌더라도 용산삼각선 경유로 청량리에서 다이렉트로 노량진에 들어오는 운용을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장애인석 승차위치가 바뀌는 문제때문에 굉장히 복잡해지기는 하겠습니다마는, 경춘선 운용에 끼워넣어서 굴릴게 아니라면 차라리 이쪽이 더 깔끔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이 운행계통이 얼마나 지속가능한지는 두고봐야 하긴 하겠습니다마는, 나름 효용은 있지 않나 생각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