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차를 쓰네 분산식을 쓰네 설왕설래가 많은 차기 고속철도 차량인데, 여기에 개인적으로 좀 한가지 희망사항이랄까 그런게 문득 떠오른게 있어 적어둡니다. 일본의 신칸센에는 이른바 "다목적실"이라 불리는 공간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통상시에는 차장이 열쇠를 채워두는 공간인데, 간호인용의 의자와 어른 한 명이 누울 수 있는 접이식 침대가 설치된 공간으로, 필요시에 요청하면 수유실로 쓰거나 급병으로 정상적인 여행이 어려울때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잠글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수감자의 이송용도로도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 모양입니다마는 이건 말 그대로 변칙적인 사용인 듯 하고. |
실제 활용례를 보면 승강장까지 환자이송용 베드 그대로 들어와서 열차에 탑승시키고, 지역 의료기관이나 환자이송 전문업체와 연계해서 장거리 이송에 제법 사용실적이 있는걸로 보입니다. 장거리 환자 이송이라는게 흔치는 않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용무때문에 장거리 여행을 할수도 있고, 또한 아무래도 지방병원의 설비가 불충분하거나 해서 장거리 이송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한지라, 더욱이 고령자가 크게 늘면서 활용빈도도 그만큼 늘어난 듯 싶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특수목적이다 보니, 일반인의 사용 예약은 따로 받지 않는 눈치고, 저렇게 이송용도로 쓰는 경우를 우선배려하는 모양이기는 합니다.
국내에서 저걸 적용한다면 사실 걸릴 부분이 많기는 합니다. 일단 승강장에서 열차 까지 단차가 있는 점에서 일단은 약점이 터진다 봐야할거고, 또 역 구내의 엘리베이터들 조차 건축비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환자이송용 베드를 제대로 운송하도록 설비가 되어있지 못합니다. 유일하게 제대로 설비가 된 곳이 대수요를 전제로 만들어서 큼지막한 엘리베이터를 박은 광명역 정도를 빼면 딱히 떠오르는 곳도 없습니다. 이런 비용절감 덕분에 심지어 응급의료에서도 문제가 생겼던 예도 있고 말입니다. 뭐 당장에 긴급차량용 진입로나 주차공간을 만들면 낼름 거기다 주차를 박아버리는 사람들이 흔하니 해놔도 큰일일거 같기도 하고.
여기에 한국의 의료나 공공서비스에 만연한 가수요 문제가 저기서도 생기지 않을까 사실 우려도 듭니다. 일단 예약은 걸어놓고 계속 부도를 맞추거나 임박해서 취소를 하는 식으로 슬롯을 잡아놓는 관행이 워낙 이곳저곳에 있고, 그걸 꼭 써야만 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일단은 우기고 본다거나 이용을 요구하고 보는 식의 행태도 많아서 실제 저런 서비스가 있으면 편하게 가겠다고 들이대는 사람들과 사투를 벌이는 일도 종종 있을겁니다. 그걸 현장일선에서 거절하면 또 그걸 문제삼아 민원을 거네 국민권익위에 찌르니 청와대에 읍소하니 하는 사람들이 줄줄히 나올거고 말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 정도의 폐쇄망에서만 예약을 받는 것도 검토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달까.
그럼에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는건, 구급차를 태워서 장거리 운행을 하는 문제 때문에 지역에서 제대로 환자 대응을 못하거나, 또 지방에서 수도권까지 통원을 할 일이 생겨도 교통편이 불충분해서 과도한 비용을 써야하는 환자와 그 보호자들이 고통을 겪는다거나 하는 일이 잦기 때문입니다. 모든 지역에 충분한 의료시설과 인력이 배치된다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이상론이니 그 보완책으로서 한번정도 이런걸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설비 요건이나 수요 문제, 그리고 운영체계는 응급의료 같은 시스템에서 많은 검토가 있기는 하니 의학계로부터 아이디어를 결집해 보면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티격태격하는 차기 차량에서 아무래도 당장의 수익성 문제가 터지다 보니 좌석수를 어떻게든 끌어올리겠다는 방향으로 일이 가는 듯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2층차든 동력분산식에 고상승강장화를 하든 간에 공간 여력이 나오면, 그중 일부를 저런 식의 공적인 운송을 어느정도 부담하기 위한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