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공사가 다 망해서 좀 뒤늦게 살펴봤습니다마는, 좀 재미있는 그림을 그려놓은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일단은 이번 급행 증강 다이어에 이어서 나온거라서 기존노선의 급행강화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공사나 정부가 가져가긴 할거 같기는 합니다.
일단 기본적인 방향은 대규모 투자 없이 실시가능한 안산선 등 4개노선을 먼저 급행열차를 확대하는게 1차 시행목표고, 이후 경부선, 분당선, 과천선, 일산선에 대피선 설치 등 시설개량을 해서 2022년까지 급행열차를 늘리고, 이후에 GTX를 2025년까지 구축하겠다는 것입니다.
계획의 내용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경부선입니다. 경부선의 경우는 이전부터 말이 있던 금정 정차를 실현하고, 배차도 2배 증강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움직이는게 가장 눈에 띕니다. 여기에 언급되는 대피선 설치지역이 좀 이채로운데, 대방, 영등포 같이 3선 구간에 대피선을 설치하겠다고 하고 있고, 금천구청과 안양, 군포, 의왕의 4개역에 신규 대피선을 깔겠다는 언급이 나왔습니다.
이건 원칙 2선에 급행운전을 집약시키겠다는 선언이라 봐도 될겁니다. 수원~안양에서는 1선을 경유하던 급행운전을 2선에 몰빵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이야기로, 1선을 경유하는 건 예외적이거나 해도 수원~군포 정도에서만 실시하겠다는 이야기라 받아들여도 될겁니다. 문제는 쌍섬식 역들을 대대적으로 개축하지 않으면 급행투입이 굉장히 난감하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에 영등포나 대방같은 경우 여유부지가 전혀 없어서 정말 없던 부지를 만들어내야 가능할 수준이기까지 합니다.
추정이지만, 의왕과 금천구청의 경우는 대피선이 아니라 배선 조정, 즉 기차용 1선과 전철용 2선간의 선로전환 편의를 살릴 수 있는 상대적으로 통과속도가 높은 분기기를 만들어서 승강장 사용을 융통성있게 실시하는 방향을 취할 걸로 보입니다. 금천구청의 경우라면 고속선을 지장하지 않고 1선에서 2선으로 넘어가는 분기를 만들지 않을까 싶고, 의왕역도 수원에서 의왕까지 화물열차가 2선 경유로 많이 다니기 때문에 의왕에서 1선을 융통성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급행용 고번 분기를 추가하는 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금정의 경우는 현재 철거 내지는 사용중지된 화물대피선을 통과선으로 사용하면서, 현재 전철용 승강장의 여유공간에 분기와 안전측선을 두어 오출발을 예방하는 구조로 바꾸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여기서 영등포와 대방이 왜 들어갔는가가 좀 의아스러운데, 영등포의 경우는 아마 현재의 기차선쪽의 승강장을 정리하려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화물측선으로 쓰는 안쓰는 선로가 있는데, 이 부지에 하행 기차승강장을 만들어 넣어서 승강장을 1개씩 밀어넣고, 기존 승강장을 전철전용으로 돌리거나 기차/전철겸용으로 돌려서 급행용의 홈을 더 확충하는 방법을 쓰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승강장 배분이 엉망이 되면 부본선과 본선의 승강장이 분리되어서 여객안내가 지옥이 되고, 이용편의가 떨어지는 문제가 생기는지라 굉장히 심도깊은 설계방안이 나오기는 해야할겁니다. 영등포같은 경우 광명셔틀같은 좀 기이한 열차가 많아서, 일본에서 종종 보이는 홈 끄트머리 일부를 잘라내서 1개 승강장에 3개의 승강면을 만드는 이른바 "절취형 승강장(切欠きホーム)" 같은 구조같은것 까지 좀 봐야 할겁니다.
가장 뜬금없는 대방은 아마 노량진 쪽의 보강용으로 검토를 한 결과같습니다. 노량진에 이미 급행 상행선에 대피선이 있고, 이걸 화물열차의 용산삼각선 신호대기용이나 전동열차의 반복용도로 쓰고 있는데, 대방쪽에 하행선용 대피선을 신설해서 전동차 대피용도로 쓰려는 생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이게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은 드는데,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기차쪽 선로를 좀 이설해서 선형을 개량해 주고, 1선 정도의 공간을 확보해서 이걸 전철쪽으로 가져오는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도 정히 대방역에 둔다면 부지사정이나 기차선이 역 아래 절반 정도를 먹고 들어와 있는 구조적 한계를 감안해서 급행 하선 쪽의 바깥에 신규 본선을 깔고, 현 급행하선은 부본선이나 중선으로 쓰는 개조를 하는게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분당선 쪽은 야탑, 수서에 설치하는 것으로 다루어지고 있는데, 야탑역 정도로는 급행 투입 횟수를 획기적으로 늘리기엔 좀 어려움이 있을거라 생각이 듭니다. 야탑은 분당선 서울 외 구간에서는 이용객 수에서 수위에 드는 역인지라, 대피선을 둔다고 하면 사실상 필수 정차역으로 운용될 가망이 높은데, 이 경우 이매와 서현, 모란까지 정차를 잡게 되면 별로 효율적인 정차역 배분이 되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매를 날리거나, 서현, 모란을 날릴수는 없는 상황이고, 야탑 무정차를 가기에도 애매한 그런 여건이 된달까. 아마도 터널을 개착식으로 판 구간이어서 선택한게 아닌가 싶은 선정이라 생각됩니다. 무정차 전제라면 그리 나쁘지는 않겠습니다마는.
분당선 수서역을 대피선 신설역으로 찍은건 좀 의외인데, 공사여건이 좋지 않은 위치기 때문입니다. 지상측은 비교적 공간여유가 있지만, 반대로 지하쪽은 3호선이 아래로 지나가고, 고속철도 수서역도 건드리고 가야 하는지라 난이도가 제법 될걸로 보이는데, 아마도 GTX-A선 공사를 하면서 끼워넣기 좋아서 잡은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우선 듭니다. 그런 여건선정이라면 나쁘진 않은 입지긴 한데, 복정역에 이어 연달아 정차라는 약점은 있지만, 대신 그 외에는 급행을 안세워도 될만한 역들이 밀집해 있어서 수서에서 완급결합 후에는 꽤 시원한 급행운전을 시킬 수 있단 강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악성종양 수준인 강남3역을 확실히 째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좋은 입지라 하겠습니다.
공사여건이 불량해서 안된거 같지만 가천대역에 통과선을 두거나, 지역 요구 가능성이 있는 여수지구 신역을 두면서 통과선을 추가하거나 하는 것도 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거라 보고, 무엇보다 신분당선의 구 연결선을 활용해서 신사 정도에 종착하는 대용량의 유료급행열차를 설정하는 방법을 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차량측에만 신호대응을 제대로 해 두고, 또 신사역에 취급설비를 확보만 한다면 운임징수 외엔 운전상의 문제는 거의 없으리라 생각되는데, 민자사업자의 증수대책 겸 수원~강남간의 광역버스 트래픽 절감 대책 겸 해서 추진해 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과천선 쪽은 정부과천청사와 대공원역에 설정하는걸 이야기 하고 있는데, 과천선 내에서 그나마 가능한 역이 그정도라 그렇다고 봐야 할겁니다. 다만 과천선 단독 급행도 아닌데다, 4호선 구간쪽에서 용량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한계가 제법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아침시간대에 늘 밀리는 구간 중 하나라고 해도 될만한 곳이 4호선 시내구간인데, 직류구간 반복열차에서 생기는 지연을 해결하기 위한 2면3선화 같은게 추가대책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난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차라리 좀 미친 소리긴 하지만, 과천청사에서 분기선을 따서 선바위를 경유해 아예 양재역이나 양재시민의숲역 까지 밀고 들어가는 급행전용선을 하나 만드는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일산선은 이걸 도데체 왜 하나 싶은 급행투입인데... 일단 일산선 자체가 이용률이 나쁘진 않지만 또 그렇게 이용객압박을 심하게 받는 미어터지는 노선도 아닌데다, 역간 승강인원 배분에서도 딱히 어디가 몰리고 이런게 별로 없다시피 합니다. 거기다 여건도 훌륭한 경의선이 인접해 있고, 선구내 급행을 죽어라 넣어봤자 3호선에서 못받아내는데다 어차피 우회선형이라 실익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지역구 어드밴티지의 전형이라 할만한 뻘사업이라 할겁니다. 안하는게 낫다고 생각되고, 차라리 그 여력을 경의선 급행 설비 강화나 차량증강, 그리고 경의선과 일산선 양쪽을 확고하게 살릴 수 있는 일산역~킨텍스간의 경전철이나 노면전차, 또는 모노레일 사업을 하는데 쓰는게 나을겁니다.
GTX 추진안은 정말 끈질기게 살아서 떡밥투척을 계속 하는데... 노선당 사업비가 5~6조씩 되는걸 저렇게 막 지르는거에 대해서 많은 우려와 걱정이 듭니다. 또한 컨셉면에서도 고성능 차량의 별도 노선으로 굴리겠다는 발상을 깔고 가는 눈치인데 이게 가장 큰 패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은 시내역에서 수직이동수단 없이는 10분 정도의 로스를 깔고 다니는 노선이 될 수 밖에 없는게 가장 문제고 또한 외곽구간에서는 역도 적은데 그 역까지 접속할 수 있는 수단이 오로지 버스와 자가용이라는데서 충분한 트래픽을 끌어오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운임수준에서도 KTX만큼 운임수준을 끌어올릴 가망도 없기 때문에 사업적으로 굉장히 난감할거라 생각이 듭니다.
그런의미에서 기존 급행망을 충실히 하고 GTX는 가급적 안하는게 맞다고 보지만, 이미 질러놓은 떡밥이 너무 많아서 수습도 안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적어도 파국을 피해갈 방법은 좀 찾는게 맞을겁니다. 그 대책의 핵심은 하납니다. 별도 노선이 아니라 간선망의 일부로서 기능하도록 하는것입니다.
GTX-A선의 경우는 대곡 이후 구간은 과감하게 포기를 하고, 경의선에 직결하도록 하고, 경의선 금촌이나 월롱까지 복복선화를 조기 실현하게 해서 150~180km/h급의 간선형 차량을 직결운전시키는 것이 가장 빠른 수습이 될겁니다. 대곡 이후구간은 포기하고, 경의선 각 역에 접속하는 경전철이나 노면전차를 확충해서 이 급행차량에 모든 트래픽을 집결시켜 주는게 가장 합리적인 대안일겁니다. 만일 이걸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면, 연신내 이후 운정까지의 구간은 고가나 저심도 개착터널 위주의 기존 기술을 적극 활용해서 공사비를 최소화하고, 운정 이후에는 도시계획상에 선로부지를 미리 설정해서 남북통일 이후에 고속화철도 직결을 계획해 두는게 맞을겁니다.
그리고 가장 좀 이해가 안되는 부분중 하나는 동탄에서 종착하도록 계획한건데, 어차피 고성능 차량을 대량 투입할 생각이라면 그대로 지제까지 연장하거나, 지제에서 다시 평택선을 연계해서 비교적 부지확보가 쉬운 지역에 차량기지를 두는게 나은 대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보나마나 차량기지 확보한다고 덤비다가 부지나 님비덕에 깨갱하고 병점기지 활용이나 들고나오다 망할건데, 그럴바엔 아예 노선연장을 키우고 토목비용이라도 아끼는 방법을 찾는게 나을겁니다.
GTX-B선은 도저히 정상적으로 채산을 맞출 가망이 안보이는 노선이라 할건데, 월곶-판교선의 직결을 전제로 해서 신안산선을 적극 활용하는 안으로 가야할거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설정된 특급전동열차 기준으로 보면 부평에서 신도림간은 20분으로 단축되었고, 용산까지 올라가도 28분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무리 고성능 전동차를 별선으로 굴린다 쳐도 이걸 환승하고 지상역까지 나가는데 드는 시간을 이 특급전동열차 경유보다 단축할 가망은 거의 없다시피 한지라 사업으로서의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할겁니다. 차라리 그럴바에는 신안산선에 집중하고, 신안산선이 청량리나 망우까지 밀고가서 경춘선에 직결 접속하도록 가는게 차라리 나을겁니다. 즉, 신안산선 쪽을 고규격화 해서 대응하는게 차라리 나을겁니다. 그리고 접속대책은 인천1호선의 급행화 개량을 모색하는게 나을건데, 송도 시내의 바보같은 선형이라던가 인천의 취약한 재정력을 생각하면 좀 노답이란 느낌은 듭니다.
GTX-C선은 뭐랄까... 뭘해도 답이 안나오는 선이라 생각되는데, 이건 계통을 분리해서 보는게 맞을거라 생각합니다. 경원선 병행은 경원선의 복복선화 사업으로 추진을 하되, 기존선 병행이 안되는 구간이 다수인 만큼 천심도 지하구간으로 계획하는게 맞을겁니다. 아마도 도봉산역까지는 지하구간이 많을 수 밖에 없지만, 이후부터는 부지확보를 통해 지상 복복선으로 대응하는게 바람직할거라 봅니다. 반면 청량리 아래쪽으로는 이러나 저러나 용량활용에 난점이 많을 수 밖에 없는데, 청량리-삼성간에 수요가 그렇게 많은가 부터가 의심되고, 삼성-양재-과천-금정 루트는 과연 제대로 수요를 포괄할 수 있는가부터가 문제일겁니다. 이럴바엔 차라리 과천선이나 인덕원-병점선이라도 유치해 오는거라도 생각하는게 나을겁니다.
GTX는 A선 정도와 경원선이나 신안산선을 고규격화 해보고 나서 그다음에 생각하는게 가장 올바른 대안이라 봅니다. 논리 수준이 딱 일본 버블시대의 철도공백지의 고성능 철도 가자는 이야기랑 비슷한 수준이라 딱 그렇게 끝날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안하면 좋겠지만 그건 이미 떡밥화된 지금 시점에서는 무리일거고, 그렇다면 실제 검증을 해보고서 판단을 내리는게 합리적일겁니다. 그렇기에 A선 정도부터 해보고 그 시행착오를 반영한 다음에 뭘 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