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철도회사들은 경쟁체제를 해서 회사가 막 다각화도 하고 비운송사업을 막 벌리고 그러나봅니다? 원래 저런 다각화를 통해 경영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건 70년대 게이단렌 영감님들이 국철개혁을 두고 하던 이야기인데, 이게 왜 갑자기 경쟁체제로 탈바꿈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기사의 경쟁체제 운운은 근거 정도가 아니라 근본이 없는 소리라는건 자기가 더 잘 알건데 저렇게 사기를 치고 다니니...그러니 기자가 존경받지 못하고 부류불문 기레기 취급을 받는거지요.
일제때 조선총독부 철도국은 호텔사업과 자동차운송업을 직영한 바 있습니다. 그건 역사적인 사실입니다. 물론 자동차사업은 노선이 확충되지 않았던 호남지역에서 건설예정선의 대행사업 격으로 하거나 그런게 대부분이긴 했습니다마는, 여하간 직영했던건 사실입니다. 뭐 까놓고 말해서 내부용이긴 해도 전력사업도 좀 했었고, 차량제조업도 했었습니다. 자동차사업부문을 위해서 2차대전기에 대용연료 활용차원에서 목탄차를 개발한 것도 철도국 내부였습니다. 그런데 해방 이후엔 왜 이런 사업들을 안하게 된걸까요. 그건 민간부문에의 침범이라는 이유로 사업들을 잘라내 다른 회사에 이관하거나 민간불하를 하면서 철도운수 전업으로 끈임없이 체질을 바꿔왔기 때문입니다.
당장에 앞서 글에 말한 영월화력발전소는 철도사업용으로 지어진 발전소였는데 철도의 부서로 남지 못했습니다. 호텔부문은 전쟁피해, 화재로 거진 날려먹고 그나마 가졌던 조선호텔도 1963년에 매각되어 폐지되었습니다. 자동차사업부는 1956년부로 현업에서 폐지되어 사라져버렸고, 이전에 언급한 식당부문이나 병원부문도 1980년대에 모두 민간으로 넘어가버렸습니다. 해방이후 전업화가 곧 효율화였던 흐름이 그나마 바뀐건 1995년에 특례법으로 민자역사같은게 본격화된 이후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이후에도 민간부문과의 경합문제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때 마다 단골로 두들겨맞는 사항이었는데, 마지막으로 칼질이 들어갔던건 지난 정부때였기도 합니다.
그렇게 다각화를 사랑하던 사람들이 왜 지난 두 정부의 민간부문 경합 정리를 두고는 용기있는 말을 던지지 못했을까요? 가슴에 손을 얹어봤자 양심이 없는게 기자라서 뭐 더 말하면 서로 마음 아픈 일이 될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아주 단단히 착각하는게 다각화를 하면 회사가 더 경쟁력이 있어지고, 수익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사실은 생각만큼 그렇지도 않을 뿐더러, 의외로 다각화로 벌인 사업이 본업을 뒤흔드는 일은 종종 있어왔습니다. 일본의 사철들 중에 사세가 영 시원찮은 대형사철이 몇 있는데, 이들 회사들의 공통점은 고도성장기때 땅장사를 하다가 호되게 물려봤던 전력이 있는 회사들입니다. 어디라고 찍어서 말하면 좀 그렇지만, 왕년에 굴리던 노선 다수를 폐선시킨 M사라던가, 자기 본업 외에 제3섹터 위탁이나 자회사 경영같은 꼼수를 많이 쓰고 있는 KS사라던가. 이 두 회사는 70년대부터 제일 먼저 운수성에 운임 변경인가, 즉 운임인상 허가좀 해달라고 달려가던 취약함으로 유명한데 두 회사 모두 비업무용 부동산에 디였던 전력이 있다나. 뭐 당장 멀리 안가도 근래 KQ사는 특별손실을 계상한다거나 수익전망을 낮추고 신규사업을 동결하는 등 경영상태가 불량해지는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손실을 보고 호텔빌딩을 매각한다거나 하기도 했고 말입니다.
그리고, 일본 사철의 다각화 경영이 철도 본업의 저수익성에 대한 대책 비슷한걸로 사람들이 흔히 착각을 합니다. 이건 사실 JR 몇몇 회사 정도에 대해서만 좀 맞는 말일 뿐이지 그야말로 신화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긴 말 할 거 없이 아래 인용한 그래프 하나를 보면 답이 될겁니다. 주오미츠이 쪽의 증권보고서가 검색에 걸리길래 읽어보니 2009년도의 조금 낡은 자료긴 해도 꽤 설명이 잘되는 그림이 하나 나와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매출이 아니라 영업이익으로 돌려보면 이야기가 극단적으로 달라집니다. 영업이익의 절반 가까이가 철도사업에서 나오는게 실은 사철들의 현실입니다. 유통업이나 부동산업의 수익성은 생각만큼 큰게 아니어서 매출대비 이익률에서는 암담한 수준이라고 봐야할 정도입니다. 비철도 운수업의 수익성도 생각만큼 도드라지는 것은 아니고, 외려 비수익사업에 가깝다고 해도 과한 말은 아닐겁니다. 결국, 가장 질좋은 이익은 철도로부터 얻어지는게 일본 대형사철의 실체인 셈입니다. 어차피 일본 철도는 운임의 비호환성 때문에 출근처와 주거지가 어느 연선인지로 주된 이용노선이 결정되는지라 철도부문은 경쟁이라 할게 별로 없는게 현실이라 할겁니다. 그러니 저런 수익을 퍼담으면서 혼잡개선이나 시설개량에는 소극적이고, 정부보조와 세제혜택같은 자극을 받아야 좀 움직이는게 현실입니다.
물론, 사업다각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는 건 그리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철계 부동산회사로부터 임대한 맨션이나 분양한 단독주택에서 생활하며, 역에 붙은 유통매장을 이용하다가 가끔 시내 전철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요즘은 거의 죽었다지만 주말에 전철을 타고 교외의 유원지에 놀러나가는, 사철계열사에 의존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아주 없어진건 아니니 말입니다. 하지만, 사철 계열사의 화려함에만 매료된 나머지 본업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우습게 여기고, 부대사업의 확장과 성장에 진력하는 건 화려했던 과거에 집착해서 현실을 외면하는거라는게 진실일겁니다. 한국에서는 여기에 본업외의 일을 크게 벌이는 거에 대해서 전가의 보도 방만경영™ 타령으로 두들겨패기까지 할테니, 저걸 도입해서 뭘 어쩌고 하는건 노력의 낭비가 될겁니다.
P.S.:그리고 니시테츠는 대형사철에 넣어주긴 하지만, 도쿄나 오사카권 회사가 아니라 큐슈 북부를 거점으로 하는, 경쟁자라고는 JR큐슈 정도나 겨우 걸어줄까 말까한, 심지어 철도부문보다 버스부문이 더 큰 회사입니다. 여행업이나 이런걸로 외려 더 유명한 판이라서, 철도도 했었어 라는 수준의 존재감이랄까 그렇습니다. 물론 철도부문을 끝까지 지키는걸 보면 수익성은 나쁘지 않은 모양입니다만서도.